"국내는 왜 안냄?", "배그 더 팔아먹어야지 ㅋ", "국내 출시도 안하는거 뭣하러 인터뷰함?"

10월 31일, 게임 제작사 크래프톤이 네이버 포스트에 게시한 ‘배틀그라운드 라이트’ 제작진 인터뷰에 실제로 달린 댓글이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는 인기 게임인데도 이를 대하는 이용자 반응은 굉장히 냉소적이다. 어째서일까.

높은 요구 성능은 인기 배틀로얄 게임 배그의 대표적인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고성능 PC를 마련해야 즐길 수 있다. 겨우 실행한다고 해도 프레임을 안정적으로 뽑아내기가 힘들다.

‘배그 라이트’는 이름 그대로 배틀그라운드를 가볍게 만든 게임이다. 요구 성능을 큰 폭으로 낮췄다. CPU에 내장된 그래픽 칩만으로도 게임을 실행할 수 있을 정도다.

게임성 면에서도 다채로운 편의 기능을 추가했다. 무엇보다도 원작과 달리 이 게임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다만, 이 게임은 ‘내수용 게임’은 아니다.

펍지주식회사측이 IT조선에 밝힌 바에 따르면 배그 라이트는 주로 ‘고성능 PC 보급률이 낮은 지역’에서 ‘이용자 반응’ 등 다채로운 요소를 고려해 선보이는 게임이다. 펍지 지식재산권(IP)을 널리 알리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한국·북미 지역에는 출시 계획이 없다.

실제로 펍지 주식회사는 최근 이 게임을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을 시작으로 중동·북아프리카, 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 선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배그 라이트 서비스 국가 목록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유럽 주요 국가가 포함돼 있다. 물론, 유럽 주요 국가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고성능 PC를 소유한 것은 아니고, 게임을 낼 만한 이용자 수요도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프랑스·독일은 되는데 한국은 안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다수의 유저가 게임의 요구 성능을 충족하지 못해 PC방 요금을 지불하며 게임에 접속한다. VPN 우회 방식을 이용해서라도 게임을 즐기려는 한국 유저를 인터넷상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크래프톤이 게시한 인터뷰에 달린 댓글만 봐도 이 게임을 한국에서도 즐기고 싶어 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펍지 한 관계자는 "배그 라이트 출시 지역은 꾸준히 검토 중이고 한국에도 언젠가는 출시될 수 있다"면서도 "한국 지역 구체적인 출시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내수 차별’이라는 용어를 최근에는 게임 이용자들도 쓴다. 비즈니스 모델, 게임 시스템 등 부분이 해외와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현지와 한국 상황이 다르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용자의 목소리가 묻히거나 박탈감을 줘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출시 계획도 없으면서 인터뷰를 게시한 크래프톤(펍지)에 이용자가 냉소적 야유를 보내는 것이 바로 이 탓이다. 너무 안일했다. 펍지와 크래프톤은 게임 이용자의 고언(苦言)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헤아리려 한층 더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