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정보통신기술(ICT)이 사회와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며, 어떤 변화를 끌어낼 것인지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논의하기 위해 [권호천의 ICT 인사이트]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어떤 산업혁명보다 빠르고 강하게 사회를 변화시킨다. 1~3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발전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력뿐 아니라 지식과 지능을 대체하는 혁신에 초점을 둔다.

어느 시대나 혁신적 기술은 사회의 발전적 변화를 견인한다. 이와 동시에 혼란과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혁신적 기술이 동반한 혼란과 불확실성은 개인과 사회에게 적은 노력으로 큰 이익을 보장한다는 그럴듯한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공통점을 가진다.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둔 현재 가장 큰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암호화폐와 연관된 사기다.

4차 산업혁명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사회 혹은 초연결사회를 지향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핵심은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이다. ICT가 초연결사회를 앞당기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ICBM+BC & AI(IoT, Cloud, BigData, Mobile + Block Chain & Artificial Intelligence)로 명명되는 세부적 기술들의 순차적 연결이 필요하다.

가장 기초적으로 필요한 것이 양질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기 시스템이다. 다음으로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인 5G이다. 이러한 기초 위에 각 개체를 신뢰기반 프로세스를 통해 연결할 수 있는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적 인프라를 갖추면 초연결을 위한 제반기술인 사물인터넷(IoT)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클라우드(Cloud)에 저장하고 정제하며, 유용한 빅데이터(BigData)로 만든다. 이것을 인공지능(AI)에 전달해 의미 있는 통찰을 통한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이 가운데 사회적으로 블록체인 기술만큼 논란과 불확실성을 다량으로 촉발하는 것은 없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파생된 ‘암호화폐’가 가져온 사회적 병리 현상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이슈를 생산했다.

가장 큰 이슈는 ‘암호화폐 사기’다. 네이버 뉴스에서 이를 검색했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12월 말까지 총 671건이었던 뉴스 건수가 2017년 1월부터 현재까지 총 21,197건으로 증가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공공 거래 장부로 불린다. 거래 주체들 간 신뢰할 수 없는 관계에서의 거래를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주는 기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블록체인 기술의 파생 상품인 암호화폐가 왜 사기의 주요 도구로 활용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큰 범주에서 보면, 사기의 핵심적 수법은 ‘폰지 사기(Ponzi Scheme)’가 가장 대표적이다. 여기에 세부적 사기 기술로 코인 채굴과 투자 빙자, 다단계, 보이스피싱 등이 있다.

사기 방식은 다양하다. 코인 채굴에 필요한 기기 구입에 투자하라거나, 코인을 자체 발매하며 실시하는 ICO에 투자하라거나, 검색 사이트에 거짓 거래소를 만들어 클릭과 투자를 유인하거나, ICO 혹은 이벤트 참여 시 개인지갑 비밀키(Private Key)를 요구해 코인을 빼가거나, 사기 리딩방(SNS의 단체 커뮤니케이션 방)에 자극적인 가짜 정보를 올려 투자를 유인하는 식이다. 이미 100년도 훨씬 전에 나온 폰지 사기 수법이 첨단 정보사회에서도 그대로 사람들을 속이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에 의아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폰지 사기’는 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가 1857년 발표한 소설 "리틀 도릿(Little Dorrit)"에 등장하는 사기 수법이다. 1920년대 초반 찰스 폰지(Charles Ponzi)는 우표와 국제 반신 우편권(IRC: International Reply Coupon)의 차익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투자자를 모집하고 불법적 이익을 얻은 대규모 사기를 벌였다. 이후 이러한 유형의 사기를 주범인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따 ‘폰지 사기’라고 부른다.

폰지 사기는 간단히 말해, 실체가 없거나 사업성이 없는 사업을 사회적 루머와 인간의 욕망을 결합해 ‘돌려막기식’으로 진행하는 사기 수법이다. 즉, ‘당신이 투자한 금액에 대해 훨씬 많은 이익 배당금을 지급하고 원금도 보장해 주겠다’라고 투자자를 속이는 수법이다. 투자자를 지속해서 모아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일정 기간 배당금을 지급해 의심을 피한다. 그러다 결정적일 때 투자금을 모두 챙겨 잠적하는 사기 수법이다. 개인의 ‘대박 욕망’이라는 투기심리를 이용해 금전적 피해를 발생시킨다.

사기는 연령, 성별, 직업, 학력을 가리지 않는다.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은 없다. 그런데도 ‘일확천금’의 유혹에 넘어간 사람들의 욕심이 스스로를 사기 대상이 되게 만든다. 고수익과 원금보장은 시장의 일반적 상식인 안정성과 수익성이 반비례하는 공식에서 어긋남에도 욕심은 이런 상식의 눈을 가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J. 쉴러(Robert J. Shinner)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이상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서 주식시장의 버블 과정이 자연발생적 폰지 사기 과정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즉, 시장의 루머가 투자자의 판단력 상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테마주‘라고 불리는 주식에 비정상적 투자를 감행하게 한다.

초기 투자자는 주가상승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격 매수세가 형성된다. 폰지 사기의 과정처럼 투자자의 투자 순차에 따라 이익은 점차 감소해 결국 이익과 원금이 ’0‘에 수렴하게 된다. 2018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암호화폐 버블도 이와 상당히 유사하다.

’골드러시' 는 노다지를 찾아 서부로 몰린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도시와 경제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조선DB
’골드러시' 는 노다지를 찾아 서부로 몰린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도시와 경제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조선DB
코인러시(Coin Rush)는 미국의 골드러시(Gold Rush)를 떠올리게 한다. 2009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토시 나카모토와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금맥을 발견한 존 서터(John Sutter)와 제임스 마셜(James Marshall)은 160년의 시차를 두고 전 세계 사람들을 일확천금의 꿈으로 안내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없던 정보의 불모 시대인 1848년.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금맥 발견 소식은 늦은 전파 속도에도 불구하고 미국 동부와 세계 각지로 알려졌고 1949년 본격적 골드러시(Gold Rush)를 촉발했다.

일확천금! 성별과 직업을 떠나 노다지를 찾아 서부로 몰려든 사람들과 암호화폐에 투자하거나 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초기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노다지’에 대한 기대와 환상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크고 허황한 기대는 언제나 실망을 가져온다.

암호화페 투기와 사기 현상을 많은 사람이 네덜란드의 ‘튤립 거품’에 빗대 설명하기도 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가치가 어느 순간 제로로 떨어져 아무 쓸모없는 것이 되리라는 걱정을 담은 표현이다.

규제의 틀이 마련되기 전에 광폭한 혼란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지나가는 중이다. 그러나 앞선 사기 사례를 반면교사로 활용해 현명한 정보 수집과 분석에 기반한 합리적 투자 환경을 마련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시장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시장이 안정되면 블록체인 기술과 네트워크 내의 거래수단인 암호화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순기능을 하리라 믿는다. 2009년 비트코인 이후 다수의 민간 암호화폐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과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대한 견제와 연구를 병행한다. 이는 이것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을 캐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애초의 기대와는 다른 환경에 직면해 시련을 겪으며 실패를 경험한다. 하지만, 반대로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한 도시인구의 증가와 채굴 행위에서 파생된 새로운 비즈니스가 발달한다. 결론적으로 미국 경제의 엄청난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골드러시(Gold Rush)가 금 채굴을 통한 수익 창출과 더불어 교통, 운송, 우편, 숙박, 의복, 항만, 문화 산업 등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듯이, 4차 산업혁명의 진입 시기에 우리가 마주한 코인 러시(Coin Rush)도 시장에서 다양한 파생적 산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권호천 Global ICT Lab 소장은 미국 오하이오대학(Ohio University)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광고/PR 부전공)를, 뉴욕주립대 버펄로(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석 그리고 뉴미디어를 교육하고 연구했다. Global ICT 연구소를 개소해 빅데이터를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 산업, 정책 등의 연구와 자문 업무를 담당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과 한국전기공사협회 남북전기협력추진위원회 자문위원, (사)국방안보포럼 ICT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블록체인의 사회 확산과 발전, 남북전기 교류의 발전, 국방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