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텔레콤과 티브로드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승인 보류 및 조건 강화 우려 등 진통을 딛고 공정위 문턱을 넘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유료방송시장 재편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통신3사 위주의 유료방송 시장 재편으로 기존 케이블 방송보다 콘텐츠와 서비스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료방송시장의 합종연횡은 전통 방송 매체 이용이 급감하는 반면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애플, 아마존, 디즈니 등 OTT의 국내 및 글로벌 출시도 눈앞에 다가왔다.

./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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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결합 관련 브리핑에서 "방송·통신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디지털 및 8VSB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를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2022년 12월 31일까지 시정조치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로 넘어갔다. 과기정통부는 방송법 제15조 2항에 따라 최다액출자자 등 변경승인을 60일 이내 결과를 통보해야 하며, 최대 30일 연장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티브로드 합병 건은 과기정통부 승인과 함께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추가로 거친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심사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최기영 장관은 10월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 "심사가 많이 늦어지지 않도록 살피겠다"고 한 만큼 주무부처의 절차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유료방송 시장 재편은 빠르면 2020년 초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품으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2위(24.54%)를 차지하게 된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31.07%로 여전히 1위지만 그동안 압도적이던 점유율 격차가 줄어든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 합병을 확정하면 점유율 23.93%로 3위에 오른다. LG유플러스를 턱밑 추격 가능하다.

유료방송 점유율 1위 KT는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혀 M&A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경쟁사의 M&A가 공정위 승인으로 7부능선을 넘으면서 규제 보다는 덩치를 키워 글로벌 OTT에 대응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통신업계에서는 KT가 딜라이브 인수 등 경쟁사에 맞대응 가능한 방향으로 향후 합산규제 논의를 이어갈 것을 기대한다.

합산규제는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3분의 1로 제한하는 것으로, 사실상 KT의 유료방송 시장 독과점을 방지한 것이다. 2018년 6월 27일 일몰됐지만, 국회는 이후 1년 3개월이 넘도록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는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인사 청문회와 연관해 국회 파행을 지속했다. 법안소위는 아직까지 열리지 못했다. 사실상 연말에서야 결론이 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연말부터 여야가 총선 정국에 돌입할 경우 제대로된 입법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워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기약없이 늘어지면서 KT는 현재 딜라이브 인수 작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KT 한 관계자는 "딜라이브와 협상을 잠정 중단한 것은 맞지만 인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경쟁사의 M&A 절차가 가속화 하며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도 폐지로 결론이 나고, 유료방송시장 재편이 속도감있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