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소프트뱅크 야후재팬, 통합벤처 설립
AI 중심 5개 서비스 유기적 결합…페북·구글 대항마로 키운다
적자에 허덕이는 두 기업…신규 투자로 적자폭만 키울 수 있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과 야후재팬 통합을 공식화했다. 양사가 최강 원팀을 만들겠다는 선언까지 내놨다. 이들 행보에 업계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다만 전망은 엇갈린다. 두 회사는 통합 이후 각 사 메신저와 포털 서비스를 기반으로 쇼핑과 결제 등 영역에서 시너지를 내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밝은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통합 후 앞날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소프트뱅크와 라인 모두 대규모 적자에 빠진 상황인데다, 매년 1000억엔(1조698억원) 규모를 인공지능(AI) 분야 투자에 쏟을 계획까지 밝히면서다.

(왼쪽부터)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대표와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공동대표가 18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맞손을 잡는 모습./ 기자회견 영상화면
(왼쪽부터)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대표와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공동대표가 18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맞손을 잡는 모습./ 기자회견 영상화면
18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재팬 간 경영통합을 공식화했다. 양사가 지분을 절반씩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합작법인을 통해 두 회사를 통합운영한다. 합작법인 설립 관련 본 계약은 12월 중 진행한다. 통합은 2020년 10월까지 완료된다.

네이버(라인)와 소프트뱅크(Z홀딩스)는 50:50으로 조인트벤처(JV, Joint Venture)를 설립 후 Z홀딩스 공동 최대 주주가 된다. Z홀딩스는 메신저 플랫폼인 라인과 포털인 야후재팬, 커머스 플랫폼인 야후쇼핑과 조조, 금융서비스인 재팬넷뱅크 등을 산하에 둔다.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는 Z홀딩스 CPO(Chief Product Officer)를 맡는다. Z홀딩스 공동대표는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공동대표와 가와베 켄타로 Z홀딩스 대표가 맡을 예정이다.

"AI 중심 5개 서비스 유기적 결합"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대표와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공동대표는 18일 일본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통합 배경과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겐타로 Z홀딩스 대표와 다케시 라인 공동대표는 각각 라인을 상징하는 초록색과 야후재팬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두 회사 간 유기적 결합을 이끌겠다는 의지 상징이다.

두 회사는 AI 기술을 중심으로 각 사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케시 대표는 "두 회사는 이용자 삶을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같은 목표를 달려왔다"며 "이제부터는 손을 맞잡고 강력한 원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AI를 기반으로 쇼핑과 콘텐츠, 핀테크, O2O(Online to Offline) 분야 각 사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케시 대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서비스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JV는 기존 서비스뿐 아니라 신사업 개척에도 AI가 중심이 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매년 1조원 이상을 AI 분야에만 투자한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는 AI 기반 기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대표는 "AI 기술 회사를 만들어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기술회사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야후재팬과 라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 간 통합 청사진./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야후재팬과 라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 간 통합 청사진./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넘어야 할 산 ‘수익성 개선·서비스 통합·독과점 논란'

두 회사가 전략적으로 맞손을 잡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라인이 2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는 데다가 야후재팬 모회사인 소프트뱅크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와 우버 등이 부진한 영향으로 올해 3분기 7000억엔(7조5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라인 역시 올해 순손실액만 217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라인 적자에는 라인페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큰 영향을 끼쳤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JV 설립 후 신사업 투자를 늘리면서 수익성 개선은 다시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망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컴퍼니 그룹 아툴 고얄(Atul Goyal) 수석 연구원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라인 핵심인 메신저는 지금도 인기는 있다"며 "보유한 자본 한계를 고려할 때 라인이 야후재팬과 통합해 AI와 모바일 결제에 투자를 지금보다 강화하는 것은 좋지 않은 전략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야후재팬과 라인 간 유기적인 통합이 가능하겠냐는 질문도 있었다. 야후재팬과 라인은 PC와 모바일 등 다른 서비스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문화도 다른 만큼 JV가 내건 목표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회사 조직이 커질수록 서비스 혁신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며 "거대한 조직이 된 후 어떻게 기존 도전과 실험정신을 유지할 지는 과제다"라고 했다.

가와베 겐타로 대표는 "CPO(Chief Product Officer) 체제를 통해 두 조직이 서비스 개발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등 통합심사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고 분석한다. 두 회사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 개인정보를 다른 서비스에 비해 더 많이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도쿄신문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 새 지침에 따르면 기업합병 심사 때 개인정보 집중도를 고려하게 된다"며 "개인정보 과점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가와베 겐타로 대표는 "우리 원칙은 고객 데이터를 고객에게 속하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이용자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