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위적 미디어 생태계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연 생태계는 서로 다른 종간 상호관계(공진화)를 통해 변화 발전하는데, 미디어 생태계 역시 기업간 협력을 통한 이익 증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IPTV방송협회(이하 IPTV협회)는 2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콘퍼런스(GeMeCon) 2019'를 개최했다. 이날 기조강연자로는 강호정 연세대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가 나왔으며, 강 교수는 ‘생태계 개념의 이용과 오용'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미디어 관련 콘퍼런스에 자연과학 분야 저명인사가 기조강연을 했다는 점은 이례적 일이다.

강정호 연세대 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류은주 기자
강정호 연세대 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류은주 기자
강 교수는 "2009년과 2019년 네이버 뉴스기사 제목을 살펴보니 생태계라는 글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단어와 함께 조성과 구축이라는 단어도 함께 많이 쓴다"며 "하지만 의도적으로 만든 조직과 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을 만들 경우 원하는 대로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물은 물 수위 정도만 조절해줘도 자생적으로 생존하는 생태계를 만든다"며 "한국에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 자리잡게 하려 한다면 정부측에 ‘아무것도 하시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생태계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생태계라고 하면 경쟁에서 살아남는 곳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많은 연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 생태계라는 곳은 경쟁보다는 협력이 이뤄질 때 발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양성이 높아지면 생산 효율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식물을 심었을 때 오히려 생산량이 증가하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생태계 공진화와 인수합병(M&A)을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엽록소와 미토콘드리아가 예전에는 독립적인 생물이었다가 상호발전을 거쳐 지금은 식물의 일부로 자리잡았다"며 "지금은 기업 간 관계가 적대적이라 하더라도, 두 기업이 함께 진화해 나갈 경우 상호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왼쪽),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 류은주 기자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왼쪽),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 류은주 기자
21일 열린 행사에서는 정부 관계자들도 참석해 축하와 권고의 말을 전했다. 최기영 장관의 축사를 대독한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IPTV가 유료방송 시장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앞장서 온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전한다"며 "국내 미디어 시장의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는데, IPTV가 혁신의 선봉장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콘텐츠 투자확대, 미디어 복지 향상 콘텐츠 개발, 방송채널사업자들과의 상호책임 이행에 더욱 힘써달라"며 "정부도 불필요한 규제를 계속 걷어내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축사에서 " 케이블TV,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과의 상생과 공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방통위도 과기정통부와 함께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하겠다"고 말했다.

유정아 IPTV협회장은 "누국에게나 친숙한 모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콘퍼런스 이름을 미디어를 위한 발전적 생태계(Growing Ecosystem for Media) 콘퍼런스의 약어인 ‘지미콘(GeMeCon)'으로 붙였다"고 말했다.

유정아 IPTV협회장./ 류은주 기자
유정아 IPTV협회장./ 류은주 기자
이어 "미디어 업계는 현재 어려운 상황이지만,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가 된다면 어려움 역시 지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며 "기존처럼 미디어 업계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학문적 논의가 아닌 어떻게 생태계를 선순환 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기 위해 자연과학자를 기조연설자로 모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