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게임·콘텐츠 업계 최대 이슈는 ‘게임중독 질병 코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열린 총회를 통해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했다. WHO의 결정에 게임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의료계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 의견이 도출됐다.

게임 질병 코드로 가장 시끄러웠던 것은 ‘한국'이다. 국내에서 보건복지부가 질병 코드 도입에 찬성 의사를 밝힌 반면,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대표를 던지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게임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게임학회 등 국내 게임 단체가 연합해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해 질병 코드 도입에 따른 문제점과 정확한 정보 알리기에 나서는 등의 움직임이 일었다.

2019년초부터 이슈화 됐던 넥슨 매각은 초반 13조원 규모의 인수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김정주 대표가 생각한 금액과 회사 평가 금액이 엇갈리면서 매각이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넥슨은 회사 개발력을 재정비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 WHO 게임중독 질병 코드 등재, 국내서 논란 커져

WHO 총회. / WHO 갈무리
WHO 총회. / WHO 갈무리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등재하는 11차 표준분류기준(ICD-11)안을 통과시켰다. 게임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는 "게임 팬을 환자로 내모는 것은 옳지않다"며 "WHO의 결정은 전 세계 수십억명의 게임 이용자의 행복 추구권을 박탈한 것이다"라고 반박문을 발표했다.

WHO의 게임중독을 질병으로의 규정은 게임업계는 물론 의료·심리학계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도출됐다.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할 만큼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WHO에서 근거로 제시된 연구도 게임 자체의 중독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미국 스텟슨 대학교 크리스토퍼 퍼거슨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 현지 매체 인터뷰를 통해 "WHO는 엉터리 진단을 내렸다"며 비판했다. 퍼거슨 교수는 "의학적으로 게임중독은 도박 중독과 같은 ‘질병’으로 분류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WHO가 질병 분류를 너무 성급히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게임공대위 출범식. / IT조선
게임공대위 출범식. / IT조선
WHO의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 코드 등재로 한국에서는 보건복지부와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립 양상을 보이고, 국내 게임산업 관련 단체가 공동으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발족해 반발에 나서는 등의 움직임이 일었다.

정부는 WHO의 게임 질병 코드 문제 국내 도입 여부를 두고 국무조정실 주도로 민‧관 협의체를 발족했다. 민‧관 협의체는 5번의 회의를 통해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분석 ▲게임이용 장애 국내 실태조사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 등 3가지 공동연구‧실태조사 등을 2020년초부터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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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발로 끝난 넥슨 매각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1월초 회사 매각설을 공식 인정했다. 넥슨을 세계적으로 더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회사 매각 이유다. 게임업계는 김 대표가 ‘진경준 넥슨 주식 사건’ 등으로 2년여간 수사와 재판에 시달린 것도 회사 매각의 트리거가 됐을 것으로 봤다.

넥슨 인수전은 아마존, EA, 컴캐스트, 텐센트 등 글로벌 대형 기업이 이름을 올리면서 ‘미국 대 중국' 등 판세를 키우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5월 미국에서 마감된 넥슨 매각 본입찰에는 ‘카카오', ‘넷마블', ‘MBK파트너스', ‘KKR’,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유력한 업체로 평가받던 중국 텐센트는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입찰 매물 대상은 김정주 회장(67.49%),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 김정주 회장의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1.72%)가 보유한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98.64%이다. 게임업계는 당시 넥슨 일본 증시 공개 매수 조항을 합해 13조원 규모의 인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넥슨 매각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7월 김정주 대표가 매각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당시 김 대표는 e메일을 통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고 입찰 참여기업에 전달한 것으로 알렸다.

김 대표가 넥슨 매각을 철회한 이유는 김 대표측이 평가한 가격이 입찰 참여 기업이 제시한 가격과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15조원 규모로 평가했지만. 입찰 참여 기업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했다. 15조원이라는 계산은 넥슨재팬 주식을 주당 2000엔쯤으로 산정하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산출한 것이다.

◇넷마블 웅진코웨이 인수 나서, 사업 다각화


게임 전문 기업 넷마블이 10월, 국내 1위 가전렌탈 전문 기업 웅진코웨이 인수에 나섰다. 11월 넷마블은 회사 대주주인 CJ ENM과 텐센트로부터 웅진코웨이 기업 인수 동의를 이끌어냈다.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가진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83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의 가치를 2조원쯤으로 제시한 바 있다.

넷마블도 웅진코웨이 인수에 적극적이다. 게임 사업에서 배양된 ICT기술과 웅진코웨이 가전 렌털을 결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장원 넷마블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구독경제 사업자인 웅진코웨이 인수를 통해 넷마블의 사업 안정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며 "넷마블이 자체 보유한 현금으로 웅진코웨이 지분을 인수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서 부사장은 또 "기존 게임 사업을 통해 확보한 게임 이용자 빅데이터 분석과 운영 노하우를 웅진코웨이의 모든 제품에 접목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넷마블은 한국 개인·가정용품 렌털 시장 규모는 2020년까지 10조7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코웨이 2018년 매출은 2조7000억원으로 해마다 성장 중이고, 향후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넷마블은 이번 웅진코웨이 인수가 게임 사업의 불확실성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넷마블 게임사업은 최근 대형 히트작의 부재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 부사장은 웅진코웨이 인수는 넷마블 사업 다각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 e스포츠계 만연한 불공정 계약 암시한 ‘그리핀 사건’

카나비 서진혁 선수. / 징동게이밍 제공
카나비 서진혁 선수. / 징동게이밍 제공
그리핀 사건은 대표 e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꼽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게임 무대에서 발생했다.

10월 16일, 김대호 드래곤X 감독(전 그리핀 감독)은 개인 방송에서 조규남 그리핀 전 대표가 소속 선수 ‘카나비’ 서진혁 선수를 ‘템퍼링’을 했다는 말로 협박해 중국 구단에 5년 장기 계약으로 이적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서진혁 선수의 나이는 만 18세로, 미성년자다.

김 감독은 장기 계약을 강요한 이유는 8억원이 넘는 거액의 이적료 때문이었고, 이 과정에서 조규남 전 대표가 서진혁 선수를 템퍼링했다는 말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점점 커져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서진혁 선수의 5년 계약은 무효화됐다. 이후 이동섭,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e스포츠협회와 손잡고 ‘e스포츠 선수 권익 보호와 불공정 계약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토론회 기사 )를 개최했다.

◇ 2019 하반기 모바일 MMORPG 전쟁

. / 엔씨소프트 제공
. / 엔씨소프트 제공
2019년 하반기에는 ‘대작’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이 다수 출시돼 ‘진검 승부’를 겨뤘다. 가장 대표적인 세 작품은 카카오게임즈의 ‘달빛조각사’, 넥슨의 ‘V4’,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이다.

달빛조각사는 카카오페이지 구독자 수가 530만명에 달하는 인기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해 원작 팬의 기대를 모았다. ‘리니지’, ‘바람의나라’ 개발에도 참여한 베테랑 개발자 송재경 대표의 XL게임즈가 게임을 개발했다.

V4는 넥슨 자회사 넷게임즈의 박용현 사단이 제작한 게임이다. 박용현 대표는 ‘리니지2’, ‘테라’, ‘히트·오버히트’ 등 제작에 참여했다. 5개 서버 이용자가 한 곳에 모이는 인터서버 시스템, 실사 그래픽을 활용한 오픈필드, 세세한 캐릭터 꾸미기(커스터마이징) 기능 등이 특징이다.

. / 넥슨 제공
. / 넥슨 제공
리니지2M은 PC게임 리니지2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충돌 시스템은 물론 게임 내 모든 지역에서 이용자가 로딩 화면을 보지 않고도 진행할 수 있도록 심리스 오픈월드를 구현했다. 엔씨소프트는 이에 더해 크로스플레이 플랫폼 ‘퍼플’을 선보여 PC화면에 최적화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게임들은 한 차례 출시한 이후에도 빠른 시점에 대형 업데이트를 진행하거나 PC버전을 공개하는 등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양상을 보였다. 리니지2M은 출시 4일만에 리니지M을 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리니지M은 출시 이후 28개월 동안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던 흥행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