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발사일정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발사체의 심장 역할을 할 75톤급 엔진은 140회에 달하는 연소시험을 받았고, 신뢰성을 확보 중이다. 발사체를 쏘아올릴 발사대 공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변수 없이 순조롭게 준비를 진행한다면 2021년 2월 한국 기술로 만든 최초의 3단형 발사체를 우주로 날려보낼 수 있다.

IT조선은 15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끝자락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했다. 오후 12시 2분 발사대 인근에서 묵직한 굉음과 함께 뭉게구름 같은 짙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쉬지 않고 연료를 태우던 75톤 엔진의 테스트 현장이다. 엔진 연소장은 130초쯤이 지나자 조용해졌다. 수증기도 이내 사라졌다. 해무없이 맑은 날씨만큼 깔끔하게 성공한 지상 연소시험이었다.

누리호는 75톤과 7톤 엔진을 사용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2018년 11월 시험발사체 발사를 통해 비행성능 실험을 성공한 후 지속해서 지상 연소시험을 통해 75톤 엔진의 신뢰성을 검증 중이다. 이날 역시 75톤 엔진의 성능을 시험했다.

75톤 엔진 지상연소시험 중인 모습./ 류은주 기자
75톤 엔진 지상연소시험 중인 모습./ 류은주 기자
한국형발사체는 1단·2단·3단으로 구성된다. 1단과 2단은 대기권을 뚫고 고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며, 3단은 위성이 궤도에 안착하는 것을 돕는다. 1단 로켓에는 75톤 엔진 4기가 있고, 2단과 3단 로켓에는 각각 75톤과 7톤 엔진을 장착한다. 2018년 시험발사체를 통해 검증을 완료한 엔진은 2단 로켓에 해당한다. 현재는 1단과 3단 로켓을 개발 중이다.

항우연이 지금까지 진행한 1~2단부에 탑재할 75톤 엔진 연소시험 횟수는 140회(15일 기준)에 달한다. 2월 중순까지 5차례의 연소시험을 더 진행한 후 1단 엔진 개발을 마무리한다. 하반기에는 누리호에서 가장 큰 추력을 갖는 1단에 75톤 엔진 4개를 묶어 연소시험을 한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초기 연소시험 때는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지만, 누적 연소시험시간이 1만2000초를 넘어가면서부터 1단 엔진의 실효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며 "오늘(15일) 진행한 테스트 대상 엔진은 내부에서 계획했던 엔진의 기준을 인증하기 위한 마지막 엔진이며, 2단과 3단 엔진도 상반기 내 완료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1월부터 1단 조립을 시작해 수류시험을 통해 4개 엔진에 연료가 고루 공급되는지 확인하면서 문제 여부를 파악할 것이다"며 "기체로 테스트하는 것은 가을쯤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왼쪽),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류은주 기자
임철호 항우연 원장(왼쪽),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류은주 기자
발사체 개발은 체계개발모델(EM)과 인증모델(QM), 이와 동일한 실제로 발사하는 비행모델(FM) 순으로 제작한다.

항우연에 따르면 2020년에는 1단 EM 수류시험, QM 총조립 및 연소시험(클러스터링 기술 검증), FM 1호기 총조립 FM 2호기 구성품 제작 및 시험을 진행한다. 한국형발사체 1단·2단·3단 FM구성품도 제작해 시험한다.

IT조선은 연소시험이 끝난 후 엔진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시험 후 2시간 반쯤이 지났지만 매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의 정체는 ‘케로신'이라는 연료다.

한영민 항우연 발사체 엔진시험평가팀장은 "연소시험을 할 때 1초당 엔진에 공급하는 케로신 양은 100리터(ℓ)에 달한다"며 "액체산소는 증발하지만 케로신은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 탄내가 나는데, 헬륨과 질소가스로 케로신을 쓸어낸다"고 설명했다.

엔진 연소시험장 앞에서 설명 중인 한영민 항우연 발사체 엔진시험평가팀장./ 류은주 기자
엔진 연소시험장 앞에서 설명 중인 한영민 항우연 발사체 엔진시험평가팀장./ 류은주 기자
이어 "엔진은 1초당 1톤쯤의 연료를 태우며, 연소 시 3000도에 이르는 고온의 상당 규모의 화염이 발생한다"며 "온도와 소음을 줄이고자 1000ℓ가 넘는 물을 사용하며, 시험 때 발생하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 수증기다"라고 부연했다.

누리호 쏘아 올릴 발사대 공정 막바지

누리호의 총 길이는 47.2m로, 2013년 쏘아올린 나로호(33m)와 비교해 길이도 길고 무게도 더 나간다. 구불구불한 경사로 기반으로 만든 나로우주센터에서 50m에 육박하는 길이의 발사체를 발사대까지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2009년 발사한 나로호를 기준으로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은 "누리호의 길이와 회전 반경을 감안해 도로 폭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2021년 발사를 위해 2020년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누리호를 쏘아 올릴 제2 발사대 공정률은 93% 수준이다. 누리호 발사대는 일부 장치의 초기형상 설계를 제외한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발사대다. 과거 나로호를 발사할 때는 러시아에 모든 설계를 위탁했고 한국은 조립만 했다.

신규 구축 중인 제2발사대 모습./ 항우연 제공
신규 구축 중인 제2발사대 모습./ 항우연 제공
강선일 항우연 발사대 팀장은 "4월 말까지 설치 작업을 모두 마치고 자체적인 점검과 테스트를 진행해 10월 말까지 발사대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45m 높이의 엄빌리컬 타워 구축도 한창 진행되는 중이다. 엄빌리컬 타워는 발사체 고정과 전기신호 연결, 연료와 추진제 공급 역할을 한다. 사람이 오갈 수 있는 구조다. 10층 건물보다 높은 타워를 올려다보니 그 사이를 오가는 인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강 팀장은 "나중에 저 곳을 오갈 생각을 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며 미소지었다.

대형 태극기 걸린 조립동 풍경

기체를 조립하는 공간은 외부인 출입 금지구역이다. 기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2층에서는 사진 촬영도 할 수 없다. 보안 문제 때문이다.

전영두 발사체체계종합 팀장은 "외국인은 들어 올 수 없다"며 "러시아와 협력할 때도 이쪽 방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립 중인 누리호 1단 체계개발모델(EM)./ 항우연 제공
조립 중인 누리호 1단 체계개발모델(EM)./ 항우연 제공
조립동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채운 대형 태극기가 눈에 띄었다. 항우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양엔지니어링, 카이 등 인력이 이곳에서 일한다. 국내 기술로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자부심과 애국심은 태극기로 통일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연구원들은 취재진이 있든 말든 신경쓰지 않은 채 서로의 업무에 충실했다.

전 팀장은 "각 단을 지금은 수평으로 조립하지만, 3단 전체를 조립할 때는 수직으로 해야한다"며 "3단형 발사체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수많은 밸브가 트러스터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수직 상태에서 조립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2021년 3단형 발사체를 조립한 후 첫 비행에 도전한다. 고정환 본부장은 "보통 첫 발사는 성공할 확률이 30%기 때문에 위험부담 때문에 위성을 탑재하지 않는다"며 "FM은 2021년 2월과 10월에 2번 발사하는 것이 목표며, 발사 성공 후에 위성 탑재를 고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