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위협한다. 국민 위기감은 연일 높아진다. 4일 기준 16번째 감염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들이 거쳐 간 서울과 인천, 강원, 제주 등 전국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심지어 이같은 우려를 양분 삼아 가짜뉴스가 활개치면서 사회 불안감 조성에 한몫 보탠다. 이에 기술을 앞세워 이같은 사회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우한폐렴 닷컴에서 제공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해 다른 서비스와 차별점을 보인다. / 우한폐렴 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우한폐렴 닷컴에서 제공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해 다른 서비스와 차별점을 보인다. / 우한폐렴 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중·고교생에서 대학생, 부부까지…기술 품앗이 아끼지 않아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정보 사이트는 경희대생 이동훈 씨가 개발한 ‘코로나맵'이다. 1월 30일 등장한 코로나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수와 이동 경로, 격리 장소뿐 아니라 유증상자 수까지 실시간 정보를 지도에 표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씨는 "질병관리본부(질본) 공식 데이터와 객관적인 시민 제보로 코로나맵을 만들었다"며 "시민이 손쉽게 관련 정보를 확인하도록 시각화에 힘썼다"고 말했다.

1일 공개된 ‘코로나 알리미'도 대학생들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프로그래밍 교육 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 구성원인 김준태, 박지환, 이인우, 최주원 등 4명의 고려대생이 주인공이다. 코로나 알리미는 위치 기반 서비스를 토대로 감염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을 지도에 표시했다. 한눈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가까운 질본 진료소 위치도 제공한다.

최주원 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배운 걸 의미 있는 서비스로 만들고자 했다"고 개발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코로나맵을 보충하기 위해 사용자 위치를 기준으로 확진자 이동 경로를 제공한다"며 "가려는 목적지를 기준으로 하는 검색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프로그래밍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중·고교생 6명이 만든 ‘유바이러스(Uvirus)’도 있다. 4일 기준 방문자 수는 총 4000건에 이른다. 질본 데이터뿐 아니라 중국 집계 데이터와 외신 등 해외에서 전해지는 다수 정보로 감염자와 사망자를 예측하는 데 초점을 뒀다.

우한폐렴 닷컴은 개발자 허정호 씨와 그의 애인이 함께 힘을 모은 결과다. 국내 감염 확진자 동선을 지도상에 제공할 뿐 아니라 구체적 이동 경로는 글로 담아 상세 정보를 표시했다. SNS로 실시간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이 다른 사이트와 차별점이다. 사이트를 개발한 연인은 해당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서버 비용을 사비로 감당한다.

1월 29일에 공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판' 사이트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등 세계 정보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이 상황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사망자·완치자 수 ▲감염 확진자 동선 ▲바이러스 발생국 정보 ▲바이러스 관련 뉴스 ▲메르스·사스와 비교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시민 호응을 얻었다. 해당 서비스 개발자는 권영재 씨와 주은진 씨 부부다.

한국인 개발자 부부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실시간 상황판 사이트. 세계 통계가 항목별로 구분돼 있어 한눈에 실시간 상황을 확인하도록 돕는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인 개발자 부부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실시간 상황판 사이트. 세계 통계가 항목별로 구분돼 있어 한눈에 실시간 상황을 확인하도록 돕는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실시간 위치 정보와 자가 진단’…손안에서 얻는 안심 정보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앱)도 다수 개발돼 주목을 모은다.

‘우판폐렴 접촉 검사’ 앱은 4일 기준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수 5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해당 앱은 스마트폰 위치기반서비스(GPS)로 감염 확진자와 사용자 이동 경로를 구글맵 상에서 비교한다. 과거와 실시간 정보를 모두 포함했다.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다수 앱도 늘어나는 추세다. ‘우한폐렴 위험지도'는 세계 확진자 발생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입원 위치뿐 아니라 경유지를 제공해 앱 사용자 위치와 비교할 수 있다. ‘우한 코로나 실시간 통계’도 감염자수와 사망자수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실시간 우한폐렴 속보'는 관련 기사와 유튜브 콘텐츠를 정리해 보여준다.

‘코로나바이러스 자가 진단’은 다수 앱이 안드로이드만 지원하는 것과 달리 아이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질본 KCDC 예방 수칙을 포함해 관련 정보를 모아 앱 사용자가 스스로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37.5도 이상 발열과 두통, 기침, 호흡 곤란 등 여부를 묻는 식이다.

김준태, 박지환, 최주원, 이인우 등 4명의 고려대생들이 코로나 알리미 사이트를 개발해 주목을 모은다. / 취재대행소 왱 유튜브 갈무리
김준태, 박지환, 최주원, 이인우 등 4명의 고려대생들이 코로나 알리미 사이트를 개발해 주목을 모은다. / 취재대행소 왱 유튜브 갈무리
네이버·카카오·AWS "무상 지원하겠다"

집단 지성이 만들어낸 사이트와 앱이 인기를 끌자 다수 기술 기업은 이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네이버와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코로나맵 사이트를 만든 이동훈 씨 사이트 운영 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동훈 씨는 코로나맵을 만들고자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의 지도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AWS 서버를 사용했다. 사이트 조회수에 따른 이용 과금이 발생하는 까닭에 비용 부담이 사비로 충당될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는 본래 월 조회수 1000건이 넘을 때 API 이용 과금을 부과한다. 이 씨에게는 1억건까지 무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AWS도 서버 이용 과금을 지원하고자 이 씨와 협의했다. 앞서 AWS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메르스맵’ 서비스를 내놓은 비영리 프로그래밍 교육 단체 ‘멋쟁이 사자처럼'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네이버는 제주도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현황을 알려주는 ‘라이브코로나' 웹페이지 지원도 추가했다. 라이브코로나를 운영하는 현지 스타트업 바울랩에 서버와 지도 서비스 무상 지원을 약속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대 등 현지 다수 기관과 정보 제공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카카오는 자사 지도를 사용하는 코로나 알리미 서비스를 지원하고자 일시적으로 무상 지원 한도를 높였다. 카카오는 4일 자사 개발자 사이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이동 정보와 진료소 정보 등을 담은 지도·로컬 API 이용이 늘고 있다"며 "여러 서비스가 공공 목적으로 제공되는 만큼 일시적으로 쿼터를 상향키로 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하는 선별 진료소 현황. 민간에서 제작한 다수 서비스에서는 지도 등을 활용해 직관적인 정보 제공에 힘썼다면 정부는 문자로만 나열돼 있어 가시성이 떨어진다. /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하는 선별 진료소 현황. 민간에서 제작한 다수 서비스에서는 지도 등을 활용해 직관적인 정보 제공에 힘썼다면 정부는 문자로만 나열돼 있어 가시성이 떨어진다. /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질본 정보 한눈에 파악할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시민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보이지만 민간 서비스와 달리 시민 만족도는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직관적으로 정보를 확인하도록 돕는 ‘가시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질본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자주 제기되는 질문뿐 아니라 해외 여행자 안내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제시한다. 보도자료 게시판은 감염 확진자 현황을 제공한다. 하지만 다수 정보가 여러 페이지에 흩어져 있을 뿐 아니라 텍스트 중심이다. 가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자 코로나맵 등 다수 사이트 개발자가 해당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유튜브 등 동영상을 활용키로 했다. 서울시는 관련 정보를 일일보고 콘텐츠로 알린다. 바이러스 선별 진료소 현황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취소되거나 연기된 행사 현황도 제공한다. 보건복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복지부가 직접 알려드립니다' 등의 채널을 운영하며 관계자가 직접 나와 시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노력한다.

마포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가짜뉴스를 바로잡고자 팩트체크 서비스를 마포구청, 마포구보건소 홈페이지에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