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비트코인 열흘 만에 40% 폭락
‘툭하면 반토막’ 증시 대비 큰 하락폭에 안전자산 회의론 솔솔
"경제 위기 이후 봐야"라는 낙관론도 여전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대폭락하면서 안전자산 회의론이 솔솔 퍼진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대안으로 여겨졌던 비트코인이 이번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증시와 함께 폭락하면서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짙다.

이에 반발하는 세력은 여전히 안전자산 회의론에 정면 반박한다. 암호화폐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금을 비롯한 전반적인 자산에 패닉셀(Panic Sell·공포감에 자산을 팔아버리는 투매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제 위기가 지나가면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금 값이 하락했다가 다시 오른 것처럼 비트코인도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들은 비트코인이 진정한 안전자산으로서 자격을 증명하기 위한 결정적 시기를 맞았다고 설명한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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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은 이유는

18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오후 670만원대를 기록했다. 불과 열흘 전 비트코인 시세가 1098만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약 40% 급락한 가격이다.

이는 그 동안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라고 평가받던 모습과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그 동안 규제도 없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처럼 여겨졌던 이유는 증시가 하락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디커플링이란 한 국가의 경제 또는 주가 등이 세계경제 흐름에 따라가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컨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됐을 당시 미국 증시는 하락했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했다. 2018년 8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3000억달러 규모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을 당시에도 하루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14% 가까이 급등했다. 이로부터 약 3일 후 미국이 일부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3개월 연기하자 비트코인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은 다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증시가 마비되면서 비트코인도 함께 폭락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비트코인은 50% 가까이 하락한 508만원을 기록했다.

"툭하면 반토막"…안전자산 회의론 여전

이 같은 급격한 하락폭에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최근 비트코인 낙폭이 글로벌 주식시장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안전자산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 "비트코인이 지난 달 33% 하락한 것에 비해 미국 주식은 20%쯤 하락했다"며 "암호화폐는 위험을 회피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 주식보다 가치가 더 하락한다"고 했다. 이어 "위험 회피 가치가 제로다"라고 덧붙였다.

캠벨 하비 미국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도 같은 입장을 냈다. 그는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아니다"라고 꼬집으며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었다면 최근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 가치를 유지하거나 상승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되려 10% 이상 폭락했다"고 덧붙였다.

팀 쿨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역시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서 외면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비트코인과 금 동조화 흐름은 깨졌다"며 "금과 비트코인 상관지수가 하락하면서 오히려 반비례 관계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극복하면 비트코인 행보 긍정적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이번 하락장만으로 비트코인 안전자산 여부를 따지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마저도 가격이 하락할 만큼 이례적인 상황을 맞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2% 하락했다. 지난 한주간 9% 떨어졌다.

로스 노먼 크레딧스위스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금마저 팔고 있다"며 "이득을 볼 수 있는 자산이라면 뭐든지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명 비트코인 투자자이자 암호화폐거래소 셰이프시프트(Shapeshift) CEO인 에릭 부어히스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다만 그는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비트코인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어히스 CEO는 "비트코인 폭락은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현금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라며 "이는 항상 단기적인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처럼) 국경이 없고 정치와 무관한 금융 시스템이 가지는 근본적 가치는 강력하다"며 "비트코인이 10년 이상 지속된 모든 장애물과 의심을 극복해온 만큼,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진면모를 드러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거듭날 가능성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디지털 자산 조사 기업 블록포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 않았다"며 "당시 금은 비트코인과 성격이 유사했다"고 밝혔다.

블록포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금값은 1000달러에서 700달러로 30% 폭락했다"며 "2009년이 되어서야 금 값은 120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고 했다. 이어 "안전자산도 바닥을 다져야만 오른다는 게 증명된 사례다"라며 "당장 비트코인 행보를 볼 것이 아니라 세계 위기 이후 비트코인이 어떻게 될 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