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많지만, 특히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은 항공기를 추락으로 이끌 수 있는 위험 요소다. 항공기 기체와 새가 부딪히는 것도 문제지만, 조류가 엔진 속으로 들어갈 경우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커다란 항공기의 접근을 눈치 챈 조류나 항공기 스스로 회피 기동을 하면 충돌을 막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충돌을 막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버드 스트라이크 후 엔진이 파손된 항공기 모습. / 마이애미 국제공항 홈페이지 갈무리
버드 스트라이크 후 엔진이 파손된 항공기 모습. / 마이애미 국제공항 홈페이지 갈무리
버드 스트라이크는 의외로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다. 하늘을 처음 날았던 라이트형제는 1905년 9월 7일 브레드 옥수수밭에서 버드 스트라이크를 당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는 2009년 7월 15일 발생한 카스피안항공 7908편 사고다. 이란 테헤란공항에서 이륙 중이던 이 항공기는 고도 9700미터에서 새가 엔진으로 들어간 탓에 이륙 16분만에 들판에 추락했다. 안타깝게도 승무원 15명을 포함해 총 168명이 사망했다.

경비행기 운항 중 버드 스트라이크를 당하는 모습. / 유튜브 갈무리

버드 스트라이크의 위험은 영화 소재로도 사용됐다. 한국에서 2016년 9월 개봉한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한 US 에어웨이즈 1549편은 노스캐롤라이나로 운항할 예정이었지만, 이륙 후 고도 상승 중 새 때와 충돌한다. 이 항공기는 좌우에 엔진 하나씩을 지닌 에어버스의 A320 기종인데,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 둘을 모두 잃고 허드슨 강에 수상 착륙한다. 조종사의 빼어난 실력이 없었다면, 총 155명에 달하는 탑승객이 생명을 잃을 뻔 했다.

조류는 왜 항공기가 날아오는 것을 보고도 못피하는 것일까. 항공 전문가들은 조류가 위험을 감지하는 거리가 30m쯤 된다고 본다. 멀리 있는 위협에 미리미리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항공기 크기에 따라 이착륙 속도는 차이가 있지만 300㎞/h쯤이라고 가정하면, 30m는 0.24초만에 갈 수 있는 거리다. 조류가 항공기 접근에 따른 위협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충돌로 이어지는 셈이다.

항공기 승객이 촬영한 버드 스트라이크 후 충격 장면. / 유튜브 갈무리

항공기가 알아서 새를 피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지만, 수백톤에 달하는 항공기가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자동차는 핸들을 틀면 바로바로 방향 전환이 가능하지만, 항공기는 핸들을 틀어도 바로 방향전환이 안된다. 항공기 한 조종사는 "비행기 크기에 따라 방향 전환 시간이 제각각이며, 자동차의 핸들 조작과 같은 즉각적인 방향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작은 새가 항공기와 부딪힌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생기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8㎏의 조류가 시속 960㎞의 항공기와 충돌하면 64톤 무게의 충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기체와 부딪힐 때의 충격도 상당하지만, 조류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엔진은 공기와 연료를 혼합해 가동되는데, 조류 충돌 여파로 혼합비율이 불안정해질 경우 엔진 내에서 불꽃이 발생하거나 허드슨강의 기적 영화 속 항공기처럼 폭발 등 심각한 수준의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버드 스트라이크 테스트 장면. / 유튜브 갈무리

버드 스트라이크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공항에서는 엽총이나 폭음탄 등의 소음으로 새를 쫓아내거나 일반 조류의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의 울음소리 등을 활용해 항공기 안전을 확보한다. 인천공항공사 등 일부 공항은 최근 새의 서식지 인근에 드론을 띄워 새를 쫓아내는 방식으로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을 예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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