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 CPU 업계의 양대 산맥인 인텔과 AMD가 데스크톱 PC와 서버 시장에 이어 고성능 노트북(랩톱) 시장에서 제대로 한 판 붙는다. 양사 모두 최신 CPU를 탑재한 차세대 노트북 제품들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취약한 부분이었던 노트북 시장에서 본격적인 외연 확대를 노리는 AMD와 노트북 시장에서의 절대 우위를 수성하려는 인텔 간 정면 대결 승자에 관심이 쏠린다.

. / 편집=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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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7나노 공정 앞세운 ‘라이젠 4000시리즈’로 정면 승부

AMD는 지난 2017년 선보인 1세대 라이젠(RYZEN) 프로세서를 시작으로 x86 CPU 시장에서 인텔을 추격 중이다. 인텔이 10나노미터(㎚) 공정 도입이 늦어지면서 주춤한 사이, 2018년에는 12㎚ 기반 2세대 제품, 2019년에는 7㎚ 기반 3세대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AMD의 CPU 점유율은 2019년 4분기 기준 15.5%까지 상승했다. 데스크톱용 CPU의 경우 18.3%를 기록하며 20%를 목전에 두고 있다.

AMD 라이젠 4000 H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 / AMD 제공
AMD 라이젠 4000 H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 / AMD 제공
하지만 전체 PC 시장을 주도하는 노트북 부문에서는 여전히 큰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다. 비록 지난해 4분기 모바일 부문 점유율이 전년 동기보다 4% 오른 16.2%를 기록했지만, 데스크톱 부문이나 서버 부문에 비해 큰 임팩트가 없었다. 고부가가치 제품군인 초박형·초경량 울트라북이나, 고사양·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및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쪽은 여전히 인텔 천하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AMD가 올해 CES에서 처음 발표한 라이젠 모바일 4000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선 최대 8코어 16스레드의 코어 구성에 열설계전력(TDP)이 45W에 불과한 라이젠 9 4900H 모바일 프로세서를 필두로 고성능과 멀티태스킹 성능을 요구하는 게이밍 및 전문가용 노트북 시장에서 인텔의 아성을 넘본다. 현재까지 공개한 정보나 유출된 성능 자료만 보면 7㎚ 공정 기반으로 데스크톱용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의 장점을 노트북으로 그대로 옮겨왔다는 평이다.

TDP 15W급 저전력 프로세서에도 8코어 16스레드 CPU를 투입하며 코어 수 경쟁을 벌인다. 특히 초박형·저전력 노트북의 필수 요소이자, AMD의 최대 약점이었던 소비전력 및 발열 관리 능력도 개선됐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PC 제조사와의 협업도 더욱 확대해 인텔 제품 대비 현저히 부족했던 ‘AMD 노트북’의 제품 비율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작동속도 5㎓ 돌파한 10세대 코어 H-시리즈로 맞불 놓은 인텔

인텔은 올해 초 대거 신제품이 등장한 10㎚ 아이스 레이크 기반 10세대 프로세서에 이어 이달 초 발표한 10세대 고성능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로 맞불을 놓는다. 코어 수는 물론 ‘작동속도’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노트북 시장에서의 절대 우위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지난 2일 10세대 모바일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 6종을 공개했다. 그중 최상급 모델인 코어 i9-10980HK는 경쟁사와 같은 8코어 16스레드 구성에, 노트북용 고성능 프로세서 최초로 5기가헤르츠(㎓)가 넘는 작동속도를 지원해 이목을 끈다. 축적된 최적화 노하우와 제품 설계 단계서부터 제조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CPU 제조공정의 격차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인텔 모바일 10세대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 / 인텔 제공
인텔 모바일 10세대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 / 인텔 제공
‘더 많은 코어 지원’과 ‘단순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AMD와 비교해 내세울 옵션도 많다. 인텔 10세대 프로세서는 최대 40Gbps의 전송속도로 다양한 주변기기를 확장할 수 있는 ‘썬더볼트3’ 인터페이스와 ‘기가 와이파이’를 구현하는 와이파이 6(802.11ax)이 CPU에 통합되어 제공된다. 데스크톱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기능이지만, 확장성이 제한되고 무선 네트워크 연결이 기본인 노트북에서는 확실한 우위 요소다.

글로벌 노트북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고급형 노트북 라인업에 인텔 기반 제품을 우선하여 포진시키는 것도 인텔에 있어 유리한 점 중 하나다. 제품 라인업이 한정된 AMD와 달리, 다양한 디자인과 풍부한 라인업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최근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20대~30대 밀레니얼 세대가 무조건적인 ‘가격 대비 성능’보다 세련된 디자인, 높은 이동성, 업무와 일상을 넘나들 수 있는 활용성을 우선한다는 점도 인텔에 좀 더 유리한 부분이다.

원래 AMD의 라이젠 4000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 제품들은 빠르면 3월부터 출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제조공장이 마비되며 자연스럽게 출시 시기가 4월 중순 이후로 밀렸다. 4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출시 예정인 인텔 10세대 코어 H-시리즈 노트북 제품군과 정면으로 맞붙는다. 직접적인 비교는 제품 출시 후 가능하지만, 2분기 게이밍 노트북 시장 판세에 관심이 쏠린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