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자동차 공장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3월 가동을 중단했다. 이 기간 현대차가 한국 내 생산을 늘려 미국으로 차를 실어나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산 자동차의 과잉공급을 우려한다.

 평택항 전경 / IT조선 DB
평택항 전경 / IT조선 DB
23일 오토블로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3월말 한국 내 공장 가동률을 98%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본다. 2월 이후 한국 내 수요회복에 대응하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여기에 주요 해외시장인 북미지역에서 현지생산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출물량을 확대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자국 내 주요 생산시설을 가동하는 몇 안되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다. 해외생산 지연을 한국 내 공장에서 해결하려 하지만, 미 현지 언론들은 과잉재고를 우려한다. 미국 내 판매 부진과 재고증가 등 납품 지연이 감지된다는 것이 이들 설명이다.

브래드 캐넌 현대차 캘리포니아 딜러십 총지배인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후 판매가 50% 이상 급감했다"며 "5월 중순까지는 (판매부진 등)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기아차는 조지아 공장에서 차를 생산해 북미시장에 판매한다. 북미 매출의 50% 정도를 현지생산으로 충당한다. 회사는 최근 미 현지 애널리스트들에게 4월 공장 가동률이 7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중국산 부품 공급 정상화로 공장 가동률을 100% 가까이 끌어올렸지만, 미국 등 주요 시장 수요 급감으로 가동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현대차는 미국 시장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다시 한 번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계약자에게 최장 6개월까지 차 할부금을 보전해주기로 결정했다. 금융위기 당시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신차 판매 성장세를 거뒀던 ‘비장의 한 수'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 GM과 포드, FCA 등 미국 ‘빅3’가 공격적인 금융상품으로 맞불을 놨다. 그 결과 미 신차 시장의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최대 현대차 딜러십을 운영하는 스콧 핑크는 "2008년과 상황이 다르다. 경쟁사들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며 "전년 대비 3월 판매가 18% 정도 감소했는데, 4월엔 40% 이상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