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엘엔에스 ② 다조하

‘유통은 순발력이다.’

유통업계에 잔뼈가 굵다는 CEO들이 던지는 말이다. 상품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통망 구축을 위한 거래처와의 ‘신뢰’가 중요하다.

스마트폰 주변기기를 취급하는 ‘모즈온’ 성장 과정을, 보면 도매 유통기업 성장에 있어 ‘순발력’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김준배 기자
/김준배 기자
회사 김승규 대표는 30대 후반에 들어설 시점, 잘 나가는 기업을 박차고 나왔다. 과도한 승진 경쟁에 상사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문화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

2008년, 아이폰 등장 직전 피쳐폰이 한창 잘 나갈때다. 기술하나 없던 그는 휴대폰 액세서리 총판을 하는 지인을 찾아가 유통사업에 뛰어들겠다고 했다.

스타렉스 한대 뽑아 날마다 20개 매장 찾아

그리고 퇴직금을 쏟아부어 스타렉스 한대를 장만했다. 그 다음에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서울 서대문, 을지로 그리고 경기도 일산을 타깃 시장으로 정하고 무작정 스마트폰 대리점·판매점 영업에 나섰다. 인맥 하나 없이 그냥 손님 없는 곳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갖고 있는 액세서리를 꺼내 놓고 설명했다.

문전박대가 비일비재였을 듯 싶다.

"거절하면요? 그러면 나와야죠. 그리고 ‘어느날이 편하시냐’고 묻고, 그 날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고생이 바로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첫 달엔 기름값도 못 뽑았다. 고정 거래처가 없으니 푼돈 정도 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꾸준히 영업하니 고정 거래처가 하나둘 쌓였다. 6개월 지나니 60곳을 확보했다. 김 대표의 목표치 였다.

모즈온 PB상품을 소개하는 김승규 대표 / 김준배 기자
모즈온 PB상품을 소개하는 김승규 대표 / 김준배 기자
1인 기업으로 스타렉스와 함께 2년여 안정적인 성장을 하나 싶더니 ‘변수’가 나타났다. 2010년 휴대폰 판매점을 겨냥한 대형 온라인 도매 사이트가 등장한 것. 문제는 가격이었다. 이들 판매 가격은 모즈온이 총판에서 사오는 가격과 비슷했다. 가격 경쟁이 안 된 것.

매출이 서서히 줄자, 김 대표는 바로 제조공장을 찾아갔다. 가격을 내리기 위해 총판을 건너뛰기로 한 것. 3번을 찾아갔고 그리고 현금 거래로 어렵게 뚫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이렇게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자신도 온라인 시장을 뚫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오프라인 한계 느끼자 바로 온라인시장 ‘진출’

수소문해 온라인 도매 쇼핑몰 ‘도매꾹’을 찾았다. 처음 시험삼아 2~3개 상품을 올렸더니 20~30개 판매가 이뤄졌다.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면서 주문이 접수되면 바로 편의점에 차를 세워 스타렉스에서 상품을 꺼내 보냈습니다."

온라인 고객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신용이 중요하다고 본 것. 최대한 빠르게 응대하면 고정 고객이 늘 수 있다고 봤다.

온라인 쇼핑몰 거래가 꾸준히 늘자, 거래 품목을 확대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스타렉스와 달리 온라인 세상에는 상품 갯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확장 위해 사무실 마련

사업 5년만에 매장을 마련했다. 휴대폰 액세서리 도매상이 많은 서울 영등포 유통상가에 7평짜리 사무실을 확보했다. 3개 선반에 한쪽 벽면에는 상품 진열대도 비치했다.

첫 사무실을 마련한 기분은 어땠을까?

"무덤덤했어요. 임대료에 관리비까지 매달 50만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했으니 부담이 컸죠."

온라인 도매시장에 눈을 뜬 후,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시장까지 진출했다. 하나둘 뽑은 직원은 이미 10명에 이른다. 창고겸 사무공간도 10칸에 달한다.

김승규 모즈온 대표(왼쪽)는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직원을 격려하는 김 대표  / 김준배 기자
김승규 모즈온 대표(왼쪽)는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직원을 격려하는 김 대표 / 김준배 기자
취급품목이 200~300가지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액정필름과 충전기 자체브랜드(PB) 상품도 내놨다. 연 매출은 6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회사 비전 질문에 ‘직원들이 먹고 살만한 회사’라는 다소 의외의 답변을 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버티려면 가격과 물류 경쟁력도 있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초반 스타렉스 한대에 액세서리를 가득 싣고 밤 10시까지 홀로 거리를 누비며 온갖 고충을 겪은 김 대표. 자신은 비록 고생했지만 지금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모즈온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만족하길 바란다’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김준배 기자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