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소프트웨어(SW)업계에 구독 경제 바람이 분다. 이른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다. 그 동안 한국은 외국에 비해 SaaS 전환이 더디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원격 근무와 영상 회의 관련 SW 도입이 늘어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같은 구독 바람이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IT조선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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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격 근무·교육이 확산하면서 SaaS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영상회의 솔루션 등 비대면 서비스가 SaaS 기반으로 제공되면서 폭발적인 사용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 구글의 경우 최근 영상회의 서비스 사용량이 1월과 비교해 25배쯤 늘었다. MS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지역에서 클라우드 수요가 775% 증가했다고 밝혔다.

관련업계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트렌드와 재택근무 등의 기업 운영 방식 변화는 클라우드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또한 스마트워크를 위한 IT기술과 환경이 완성형에 근접했음을 증명하거나 증명받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SaaS 시장 각축전 벌이는 공룡 기업
리브랜딩과 구독 요금제 확대까지

가장 앞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 움직인 건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SW 기업들은 SaaS 제품 브랜드를 변경하거나 구독 요금을 다양화하는 등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SaaS 시장 전체 매출에서 5분의 1을 차지하는 MS는 자사 기업용 오피스 프로그램 구독 모델 브랜드인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365(O365)’를 ‘마이크로소프트 365(M365)’로 변경했다. 이는 SaaS 제품군의 사용 확장을 노린 ‘리브랜딩(rebranding)’이다. MS 오피스 프로그램이 사무실(office)뿐 아니라 다수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했다는 의미를 담았다. 여기에 MS는 기존 라이선스 판매 실적 가중치를 낮추고 M365와 같은 SaaS 판매 비중을 높여 성과 평가 체계를 정비하기도 했다.

구글 역시 SaaS 기반 영상회의 서비스 ‘구글 행아웃 미트'와 메신저 서비스 ‘구글 행아웃 챗'를 각각 구글 미트와 구글 챗으로 변경하고 행아웃 지우기에 나섰다. 행아웃은 구글 채팅·영상 통화 서비스다. 2017년 구글이 자사 기업용 협업 도구인 ‘지스위트(G suite)’에 행아웃 기능을 포함하면서 선보였다. 기업용과 유료라는 한계를 벗어나 사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시도다. MS 사례와 같은 리브랜딩 전략이다.

어도비는 최근 SaaS 기반 주력 제품인 ‘포토샵’과 ‘프레스코 프리미엄’을 묶어 구독 요금제를 선보였다. 아이패드용 두 제품을 번들로 월 9.99달러(1만2300원)에 제공하는 식이다. 어도비는 두 제품을 함께 사용하면 이미지 작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고객 사용도를 넓히려는 또 다른 전략이다.

IBM은 SaaS 전환 과정에서 매출 비중이 큰 시스템 통합(SI) 사업 의존을 줄이고자 SaaS 영업과 수행 인센티브 비중을 높이고 있다.

韓 IT 업계에도 SaaS 바람 솔솔
전사 역량 집중해야 전환 성공

반면 한국SW 시장은 그 동안 글로벌 추세와 비교해 SaaS 도입과 확산이 더뎠다. 구독 모델 전환 과정에서 초기 매출 하락이 필수 불가결한 까닭에 SW 업계가 SaaS 전환에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정부와 산업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사업 지형 변화에 따른 대응책에 서두르고 있는 만큼 제2의 클라우드 및 SaaS 대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4일 국무회의와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기반 비대면 산업 육성과 혁신 성장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제2차 ICT 비상대책회의'에서 클라우드 등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로 이어지는 혁신 기술의 통합적 연계 및 활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원격관리 및 화상미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알서포트는 자사 클라우드 화상회의 ‘리모트미팅’과 원격제어 ‘리모트뷰’를 4월 30일까지 조건 없이 무료로 제공한다.

NHN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사 클라우드 협업 플랫폼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를 무상 서비스하고 있다. 두레이는 메신저, 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화상 통화가 가능한 협업 플랫폼이다.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도 클라우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1만3000여곳을 대상으로 서버 비용을 3~4월 간 50% 인하한다.

한글과컴퓨터(한컴)은 NBP와 협력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리 대상자 모니터링을 위한 AI콜센터 시스템을 무상공급했다. 한컴그룹은 AI콜센터 플랫폼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NBP는 대민 서비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고성능 클라우드 인프라를 무상으로 기증한다. 여기에 한컴은 최근 2015년부터 한컴 오피스 사용 환경을 SaaS 형태로 확장한 ‘웹오피스’의 고객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컴 관계자는 "최근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과 관련해 SaaS 형태로 오피스 제품을 사용하려는 고객이 늘었다"며 "구독형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보니 편리성이 높아 주목받는다"고 설명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