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통신 주도 위한 ‘스타링크’ 프로젝트 연관성 관심
국내 통신사업자 입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한국에서 기간통신사업자 신고를 마쳤다. 전기차에 LTE 모뎀을 내장해 실시간 교통정보, 음악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커넥티비티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한 절차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테슬라는 1분기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 중 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통신사업자 신고를 통해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테슬라의 행보를 놓고 단순히 자사 전기차 커넥티비티 서비스의 확장만 노린 것이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주 위성 인터넷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링크’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하나의 점을 찍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테슬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테슬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지난해부터 우주 인터넷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구 전체 면적을 커버할 수 있는 인공위성 1만2000대를 올려 1Gbps급 초고속 인터넷을 지상에 제공하기 위한 과정이다.

스페이스X는 3월 18일까지 6차에 걸쳐 총 360기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배치했다. 2024년까지 총 6000대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 목표다.

머스크 CEO의 이런 시도는 드론과 자율주행선박 등 무인이동체를 위한 통신시장과 6세대(6G) 이동통신을 선제적으로 주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있다. 지구 전역을 빈틈없이 잇는 초장거리·초고속 우주 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주장이다.

머스크 CEO는 3월 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위성통신 전시회 ‘새틀라이트2020’에 참석해 스타링크로 해마다 300억달러(36조6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5G 시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각종 융합 서비스는 다음 세대 이동통신인 6G 시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6G의 형태가 위성으로 세계를 묶는 방식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현실화해 미래 통신시장까지 선점하기 위해 대담한 투자에 나선 것이 스페이스X다.

테슬라 모델3 실내/ 테슬라코리아
테슬라 모델3 실내/ 테슬라코리아
테슬라는 2019년 8월 프리미엄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국내에 소개했다. 통신 사업자의 인터넷망을 이용해 차 내에서 실시간 교통정보가 반영된 위성 지도, 음악 및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인터넷 브라우저, 셀룰러를 이용한 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으면 일반 셀룰러 데이터를 통한 커넥티비티 서비스가 제한된다. 스탠다드 커넥티비티 서비스는 무선 원격 업데이트(OTA) 등을 와이파이 환경에서 이용 가능하고, 내비게이션 내 실시간 교통량 시각화 기능이 배제된다.

테슬라가 앞으로도 국내에서 유의미한 자율주행 전기차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초고속 우주 인터넷을 지상에 제공할 수 있게 되면, 한국 통신 서비스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인터넷 서비스 가격 경쟁력이 커지는 것을 물론 해외 로밍 등 통신 서비스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기존 국내 통신사업자의 입지도 흔들리게 된다.

NASA 우주인이 찍은 지구 사진에 찍혀나온 스페이스X 스타링크/ NASA
NASA 우주인이 찍은 지구 사진에 찍혀나온 스페이스X 스타링크/ NASA
"국내서 무선 인터넷 직접 제공 제약있어, 섣부른 우려일 것"

다만 테슬라의 야심을 최근 기간통신사업자 신고와 연관짓는 것이 너무 먼 미래의 걱정이라는 지적이 있다. 외국기업인 테슬라가 국내 통신 환경에서 콘텐츠를 넘어 무선 인터넷을 직접 제공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염인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기술연구그룹장은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위성은 아직 소규모로,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용화 하려면 빨라도 2년 후일 것"이라며 "국내에서 선보일 커넥티비티 구독 서비스도 한국 통신 사업자와 연계가 필요한 부분이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준비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