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이 늦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러스 관련 중요 정보 공개와 팬데믹 선언을 WHO에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WHO는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정면 반박했다.

슈피겔 보도를 정면 반박한 WHO/ WHO 트위터 갈무리
슈피겔 보도를 정면 반박한 WHO/ WHO 트위터 갈무리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8일(현지시각) 독일연방정보국(BND) 첩보문서를 인용해 "시 주석은 1월 21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전화해 사람 간 전염과 팬데믹 경고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독일연방정보국은 이 같은 정보 통제로 코로나19 대응이 최소 4주에서 6주는 늦춰졌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시기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각국서 확진자가 나오던 시점이다. 실제 WHO는 시진핑 주석이 전화했다고 보도한 시점에서 이틀 뒤인 1월 23일 "국제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팬데믹 선언을 미뤘다.

WHO가 팬데믹 선언을 한 건 그로부터 두 달쯤 뒤인 3월 11일이다. 당시는 이미 세계 110여개 국가에서 12만명의 감염자가 나온 상황이다.

외신은 "중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내부 정보가 새 나가지 않도록 검열하고, 팬데믹 이후에는 경제적 관계 등을 빌미로 해외서 나올 비판을 입막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정부가 정보 공개를 늦추지 않았다면 방역이 더 잘 이뤄졌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WHO는 슈피겔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WHO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1월 21일 시 주석과 거브러여수스 총장 간 전화 통화에 대한 슈피겔 보도는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니다"며 "이런 부정확한 기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종식하려는 WHO와 세계 노력에 방해가 된다"고 전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