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되풀이되는 임기말 졸속처리 또 반복
10일 입법예고 등 형식적 절차적 문제
관련 이해 당사자간 충분한 논의 필요

벤처·인터넷업계가 소위 ‘n번방 방지법’ ‘넷플릭스법’ 등 쟁점법안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졸속 처리되고 있다며 이의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체감규제포럼·코리아스타트업포럼·벤처기업협회 등은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 3대 쟁점 개정 법안의 국회 회기말 졸속 처리를 당장 중단하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업계에선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n번방 방지법, 전기통신사업법은 넷플릭스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데이터센터·클라우드 규제법이라고 부른다.

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등은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규제입법 졸속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 조선DB
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등은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규제입법 졸속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 조선DB
이들 단체는 공동의 성명서에서 "형식 및 절차적 요건을 위반하고 또한 법률에 규정해야 할 중요사항을 모두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중복 규제에 해당하는양산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는 커녕 관련 산업에 악영향만 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개정 법안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들었다. n번방 방지법은 지난 5월 4일 발의돼 10일 이상의 입법예고를 해야하는 의무를 지지 않았으며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도 없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발의법안은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해 회부되고 상정돼야 하나 이 절차 역시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역시 규제 대상을 심사 안건 조차 아니던 부가통신사업자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업계와의 일체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문제점을 들었다.

성명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는 법안의 졸속처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이들 법안들은 이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 침해, 국내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짐에도 충분한 숙의의 기간과 절차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강력한 발언을 이어갔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작금의 국회와 정부는 포퓰리즘 법을 양산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당장의 편한 것만을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이어 "디지털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판 뉴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지만 이런 계획과 눈앞의 신생 규제들은 그야말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국장 대행도 "관련 법령에 느닷없이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의무사항을 삽입하는 등 예측을 할 수 없는 규제들이 포함됐다"며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상실한 현재의 법안은 기존 통신사업자라는 기득권의 지대 요구에 입법부와 행정부가 동조하는 것에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을 수정·가결했다. 빠르면 이번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된다.

김준배기자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