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산업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습니다. 정책·재정·행정적 지원과 더불어 규제 완화가 필요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는 비대면 입법 준비를 서둘러 21대 국회 가동 전 준비를 마치려 합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국난위) 위원장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 산업 전략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도적인 지원과 함께 필요한 것이 갈등 조정이다"며 "비대면 산업의 확산을 포함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드리워진 정보 격차 등의 그림자를 대비하는 준비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위 위원장 / 김평화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위 위원장 / 김평화 기자
이번 행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 산업으로 ‘비대면(언택트)’이 떠오르자 여당이 국회 차원에서 제도 지원 방안을 논하고자 마련했다. 정부와 국회, 민간 관계자 다수가 참여해 언택트 산업의 주목도를 반영했다.

김태년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앞으로 많은 분야에서 언택트 산업이 발굴되고 발전할 것이다"라며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면 그에 맞는 계획과 제도 개선, 규제 혁신이 따라가야 한다"고 여당 차원에서의 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병욱 의원도 "대한민국이 그동안 갖춘 5세대(G) 네트워크 고도화 등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다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국회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위중하고 중요한 시기다"고 강조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한국판 뉴딜 추진 분야 중 하나가 언택트임을 강조하며 정부 차원에서의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

최 장관은 "우리나라는 외국 대기업보다 영세하지만 잠재력을 갖춘 언택트 솔루션 기업이 150곳 넘게 있다"며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기반 언택트 산업 발전을 위해 민간에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 언택트 산업이 세계가 주목하는 표준이 되도록 민관이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함께다.

다수 발제자와 토론자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다수 발제자와 토론자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떠오르는 언택트 분야로 영상 커뮤니케이션·자율주행·원격의료 눈길
벤처투자 규제 혁신이 언택트 산업 확대 마중물 될 수 있어

이날 행사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언택트 산업 관련 다수 전문가의 주제 발표도 이어졌다. 이학무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향후 확대할 신규 언택트 산업으로 영상 커뮤니케이션과 자율주행, 원격의료 등 3가지를 꼽았다.

영상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2차원 화면 공유에서 벗어나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기술을 반영해 현장감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아직 영상 솔루션을 제공하는 주요 업체가 줌과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으로만 채워져 있어 한국 기업 육성 과제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율주행은 단순히 자동차 접목 기술에 머무르지 않는다. 다양한 영역에서 자율주행 기반의 로봇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모습을 속속 드러내는 서빙 로봇에도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돼 있다. 원격의료는 이미 기반 솔루션 등이 발달해 있는 상태다. 규제만 열어주면 다양한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가능케 할 수 있다.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미국이나 일본 등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미국 등 선진국가는 모든 경제 활동을 허용하고 규제가 필요한 곳만 규제한다"며 "한국은 일단 안 된다는 사고를 전제로 두면서 일부만 허용하는 문화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후진적인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대표 분야로 원격의료와 스마트 헬스케어,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꼽았다.

추 실장은 "우리나라는 스마트 헬스케어를 육성할 5G 등 인프라를 잘 갖췄다"며 "의료법 규제만 해소하면 해당 분야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그레이존(Gray Zone) 제도를 두고 업계가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일본 사례를 모범 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레이존은 사업자가 소관 부처 장관에 사업 계획의 규제 적용 여부를 문의하면 2달 안에 답변해 업계 혼란을 줄이는 제도다.

벤처투자(VC) 분야에서 여러 규제 혁신과 지원이 일어나야 언택트 산업에 투자가 흘러들어 해당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VC는 향후 언택트 분야 유니콘 기업 투자에 비중을 둘 것이다"며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 허용과 민간 VC 세제 지원 방안 등을 요구했다. 내국법인 벤처펀드 출자 세제 확대 방안 등도 함께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위는 12일 포스트 코로나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CVC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욱 의원 등이 21대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 등의 구체적인 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