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기술의 첨단화와 혁신의 정도가 전쟁의 승리와 패배를 결정한다. 앞으로 확장될 세계 무기 거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무기체계에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적용이 필수적이다. 비단 전쟁의 승패뿐 아니라 국가 경제 성장의 성패에도 직접 연관된다.

지난 1월 21일 국방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분야 적용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으로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군의 국방 운영과 기술·기반 및 전력 체계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다. 국방 혁신을 추진해 ‘디지털 강군, 스마트 국방’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국방개혁 2.0의 핵심적 추진 전략 방향과도 맥을 같이 한다.

혁신 전략의 핵심은 무기체계 고도화와 지능화다. 지향점은 미래전 대비다. 국방부는 미래 8대 국방핵심기술과 10대 군사능력 그리고 30개 핵심전력 선정을 완료했다. 핵심만 간추린다면 더욱 멀리, 더욱 빠르게, 더욱 은밀히, 그리고 더욱 강력하게 적을 타격할 전투 체계 완성이다.

국방부는 국방과학연구소, 민간 방위산업체 등과 협업해 ‘강한 군대 건설’을 위한 무기체계 개발을 추진한다. 단군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방위산업 추진계획이라는 보라매사업(KFX: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비롯해 육·해·공군의 무기체계 선진화와 국산화 노력도 병행한다. 이에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미래국방기술과 무기체계를 더욱 많은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4차 산업혁명과 무기체계]를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첫 주제는 바로 드론(Drone)이다.

드론은 조종사 없이 무선전파의 유도로 비행과 조종이 가능한 무인항공기(UA: Unmanned Aerial) 플랫폼(비행체)의 애칭 혹은 별명이다. 이러한 플랫폼과 지원체계를 총칭할 때 국제표준용어인 무인항공시스템(UAS: Unmanned Aerial System)으로 표기한다. 인터넷을 비롯해 현대 기술의 상당수가 군사적 목적으로 시작해 민간으로 이전했다. 드론도 군사적 목적을 위해 탄생해 민간 산업까지 그 영역을 넓힌 기술이다.

그 전신은 1900년대 초반의 열기구 형태의 비행체라고 할 수 있다. 1900년대 초반,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는 무인 비행체의 군사적 활용 방안을 고민했다.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0년대에 드론 연구를 시작했다. 이때 개발한 것이 일정 거리 비행 후 날개가 분리되어 폭탄으로 투하하는 드론인 ‘Sperry Aerial Torpedo’였다.

1918년 미국에서 ‘버그’(Bug)라는 이름의 드론이 최초로 개발됐다. 드론이란 이름은 수펄 혹은 벌레의 낮은 윙윙거림을 따 붙여진 것이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주로 표적기로 사용할 드론이 개발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V-1이라는 공격용 드론이 탄생했다.

드론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서 성능 실험적 성격을 띠고 제한적이나마 군사작전에 투입됐다. 1960년대 말까지 훈련용 표적물 혹은 지대공 미사일을 유인하는 미끼 등으로 쓰였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드론을 군사작전에 투입한 것은 1982년이다. 이스라엘 군이 레바논과의 전쟁에 투입했다. 이후 중동전, 걸프전, 코소보전, 아프카니스탄전, IS와의 대테러전 등에서 유인항공기 대신 정찰과 공격 임무를 수행하며 그 효율성을 입증했다.

이스라엘은 드론의 전술적 기술 개발을 더욱 발전시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 영국 육군항공대를 비롯해 독일 등 서구 주요국가들이 드론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다양한 개발을 이어갔다. 그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 나라는 미국이다.

이스라엘제 드론을 수입해 쓰던 미국은 자국 방위산업체들을 통해 정찰과 공격이 가능한 드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5년 제너럴아토믹스(General Atomics)가 제작한 무인기 ‘MQ-1 프레데터(Predator)’를 전장에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에 노스롭사(Northrop Grumman)에서 제작한 무인 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Global Hawk)를 이라크 전쟁을 비롯해 다양한 전장에서 널리 활용해 그 효용 가치를 확인했다.

최근 군사영역과 민간영역 모두에서 드론에 관한 관심이 고조됐다. 민간은 다양한 활용성을 바탕으로, 군사 분야는 더욱 지능화한 살상과 정찰용으로 사용한다. 다만, 민간영역과 달리 군사 분야 드론은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전쟁과 액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도구로 나오지만 일반인에게는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하나의 장치로 여겨질 뿐이었다. 최근 몇 건의 굵직한 사건을 계기로 구체적인 실체를 알게 됐다.

미군이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드론 공중공격 / 조선일보
미군이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드론 공중공격 / 조선일보
2020년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이슬람 혁명수비대 간부이며, 1988년부터 쿠드스군의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Qanat-e Malek Kerman)가 드론의 공중공격을 받아 살해됐다. 세계 언론은 미국의 드론 암살 작전과 그 파괴력을 실시간으로 타전했다. 뉴욕타임스와 CNN을 비롯한 외신은 물론 한국 언론은 공습 작전에 사용된 MQ-9 리퍼(Reaper) 드론을 상세히 보도했다. 영화 아이 인더 스카이(Eye in the Sky. 2016) 2008년 영화 이글 아이(Eagle Eye. 2008)의 공격 장면을 현실에서 보게 된 것이다.

솔레이마니 암살에 쓴 공격용 드론 MQ-9 리퍼(Reaper)는 미국 제너럴아토믹스(General Atomics)가 제작했다. 작전고도 약 1만 5240m까지 상승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약 7600m 상공에서 이동한다. 따라서 식별이 어렵다. 길이와 폭 그리고 무게로는 일반 항공기보다 훨씬 작지만, 탑재한 첨단 통신장비와 무기는 만만찮다.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14발, GBU-12 레이저 유도폭탄 2발, AIM-92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 등 무기는 1.7t에 달한다. 솔레이마니 암살에 쓴 닌자 R-9X(여섯개의 칼) 폭탄도 6개나 탑재할 수 있다. 28시간 동안 하늘에 머물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MQ-9 리퍼는 목표를 임기표적(Target of Opportunity) 방식으로 제거한다. 즉, 목표를 사전에 정해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표적 움직임을 감시하다가 적절한 시점에 타격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MQ-9 리퍼에 탑재된 적외선 센서와 컬러·모노크롬 일광 카메라, 이미지 강화 카메라 덕분이다. 작전 지역을 촬영하고 이를 위성을 통해 24시간 미국 본토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 지상작전통제부에 전달한다.

여기에 더해 최첨단 관측·표적 확보장치(MSTS) 등을 탑재해 더욱 정밀한 타격을 돕는다. 본토 지상작전통제부 드론 전략팀은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작전 지역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원격으로 드론을 조종해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한다.

MQ-9 리퍼 4대가 2019년 말 미국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Creech Air Force Base)를 나와 미7공군 제8전투비행단 주둔지인 대한민국 군산기지에 배치됐다. 한국에 배치한 MQ-9 리퍼에는 솔레이마니 암살에 사용되었던 닌자 R—9X폭탄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기지는 제너럴아토믹스의 다목적용 드론 ‘MQ-1C 그레이 이글’(Grey Eagle) 1개 중대 6대를 2018년 4월부터 배치, 운용한다. 올해 ‘MQ-1C 그레이 이글-ER’(Grey Eagle-ER) 6대를 주한미군에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다.

MQ-1C 그레이 이글은 정찰과 공격을 모두 할 수 있는 다목적 드론이다. 목표물 8000m 밖에서 안면 인식 장치를 부착한 정밀 유도탄을 발사해 정해진 대상을 정확히 타격한다. 주변 피해는 최소화하는 것도 강점이다.

MQ-1C 그레이 이글-ER은 MQ-9 리퍼와 유사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MQ-1C 그레이 이글보다 비행시간과 무장 탑재량을 50% 정도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적 전차를 공격할 수 있는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최신형 소형 정밀유도폭탄인 GBU-44/B 바이퍼 스트라이크, 대함 미사일 등을 탑재하고 작전을 수행한다. 그리고 링스(Lynx) 블록 30A 장거리 레이더와 지상이동표적식별기(SAR/GMTI)를 탑재해 최대 75km 밖에서도 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다.

MQ-1C 그레이 이글-ER은 독자적 작전과 더불어 AH-64 아파치 헬기와 대함 탄도미사일 등과 유·무인기 합동 작전을 실행할 수 있다. 아파치 헬기와의 합동 작전을 통해 적의 기계화부대, 공기부양정 등을 미사일로 공격할 뿐 아니라 적의 움직임을 아파치 헬기에 실시간 전송해 공격을 더욱 정확하게 유도하는 기능도 있다. 또한, 최대 사거리 300km 에이태킴스(ATACMS) 대함 탄도미사일을 적 함정까지 정확하게 유도하는 능력도 갖췄다.

국방부도 드론을 활용한 미래 전장에 대비한다. 4차 산업혁명의 복합적 기술 집약체인 드론을 군사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국방부는 드론의 전술적 전투체계를 수립해 앞으로 국방의 5대 핵심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전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5대 핵심 게임체인저 전력은 드론봇 전투단 말고도 전천후·초정밀 작동 고위력미사일, 전략기동군단, 특임여단, 워리어플렛폼이 있다. 드론봇은 미국의 MQ-1C 그레이 이글처럼 정찰·공격이 가능한 다목적 드론과 전투로봇을 결합해 전장의 판도를 주도할 수 있는 전투체계를 말한다.

우리 군은 고고도 정찰용으로 미국 노스롭사(Northrop Grumman)가 제작한 ‘RQ-4 글로벌 호크’(Global Hawk)와 중고도 정찰용으로 이스라엘 IAI사에서 제작한 ‘헤론’(Heron)을 도입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외국의 완성품을 도입해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국방과학연구소와 민간 방위산업체 공동으로 군사용 드론을 자체 제작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실험을 진행한다.

박격포를 장착한 드론, 자폭형 드론, 감시 정찰 드론 등 다양한 드론을 시연하며 효과적 전술 무기로서의 활용도를 실험한다. 이와 더불어, 야전에서 드론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숙련된 드론 운용병 양성을 위해 2020년까지 육군에 총 17개 드론 교육센터를 만든다. 2023년까지 약 8000명의 드론 조종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 변화하는 전장과 무기 교역 시장의 확대에 맞춰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무기체계 고도화와 수출 확대 계획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첨단 무기체계 국산화를 통한 자주국방 능력의 증진과 동시에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가진 우리 무기들의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통한 국가 경제력 증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어질 칼럼에서 군사용 드론의 탄생과 기술 및 시장 경쟁 그리고 실제 전투 활용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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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천 글로벌ICT랩 소장은 미국 오하이오대학(Ohio University)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광고/PR 부전공)를, 뉴욕주립대 버펄로(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석 그리고 뉴미디어를 교육하고 연구했다. Global ICT 연구소를 개소해 빅데이터를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 산업, 정책 등의 연구와 자문 업무를 담당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전기공사협회 남북전기협력추진위원회 자문위원, (사)국방안보포럼 ICT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블록체인의 사회 확산과 발전, 남북전기 교류의 발전, 국방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hocheon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