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차에 엔진 달아 놓은 것이나 다름 없었던 포드(Ford) T형 자동차가 불티나게 팔리던 190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자동차 기술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그러자 자동차 산업계는 자동차를 치장할 소재를 찾는 데 눈을 돌렸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와 오디오가 접목되기 시작한다.

맨 처음 상용화한 자동차 오디오는 ‘오토 라디오(Auto Radio) 5T17’다. 훗날 모토로라(Motorola)를 설립한 폴 갤빈(Paul V. Galvin)이 만들었다. 1930년대에 소개된 제품은 진공관이 가득한 커다란 철제 함체, 운전석에 고정한 커다란 목재 스피커, 둘을 연결하는 조정장치로 구성됐다. 판매 가격은 무려 차량 가격의 1/5 수준이었다고 한다.

착안만 되면 이후 변화는 늘 빠르게 진행된다.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략 60여 년 간, ‘오토 라디오’의 AM 라디오 기능을 맨 밑바닥에 깔고 LP플레이어, FM수신, 카세트테이프 재생, CD/DAT 플레이어, USB/블루투스(Bluetooth) 등 오디오 기술과 매체 변천사와 궤를 같이 하는 다양한 기능과 요소가 덧붙여졌다.

애프터마켓(After Market: 제품을 판매한 이후 추가 발생한 수요로 형성된 시장) 에어컨 달고 무릎 불편한 것쯤 기꺼이 감수하며 탔던 80년대 초반만 해도 1500cc 현대자동차 ‘스텔라’의 자동차 오디오는 차에 고정한 포터블 AM/FM 라디오나 다름없었다. 이후 기본 옵션 개념이 등장했고 등급이 차별화하면서 돈을 조금 더 쓰면 카세트테이프를, 조금 더 욕심을 내면 CD를 재생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은 소리 듣자고 기본형 시스템을 알파인 등 고급 외산 시스템으로 열심히 교체하던 시절도 있었다.

일반 오디오 황금기(Golden Age)=독립형 자동차 오디오의 황금기
이제는 ‘보이지 않는’ 자동차 오디오 시대로 진화
유형 오디오는 앤틱과 빈티지 향수 자극

그렇게 자동차 오디오가 없을 이유가 전혀 없던 어떤 시절이 지나갔다. 글로벌 자동차 대중화 추세와 맞물려 자동차 오디오를 바라보는 소비자 시각도 크게 바뀐다.

대략 10년쯤 전부터 ‘자동차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정보와 오락의 결합) 라는 말이 수시로 언급됐다. 한쪽에서는 자동차 모듈화 생산의 흔적이 종종 목격되더니 자동차 오디오의 형태가 점점 희미해졌다. 급기야 존재하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다. 남아 있는 것은 JBL, 메리디안(Meridian), 뱅&올러프슨(Bang & Olufsen) 등 존재감 과시를 위한 브랜드 로고들 뿐이다.


지금은 ‘자동차 안의 소리’를 단독 유형물 장치가 아닌 통합 시스템에 종속한 서브 시스템으로 듣는다. 음악을 듣는 장치가 아닌 디지털신호처리기(DSP) 중심 음향출력 장치로 인식됐다. 더 이상 독립 장치로 존재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은 인터페이스 패널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과거처럼 임의로 교체할 수도 없다. LCD, 터치 등 전자적 인터페이스 기술이 과거 독립형 장치를 만질 때의 촉감을 대신한다. 확실히 전통적인 유형물 자동차 오디오는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나아가 자동차 내장재를 스피커 유닛으로 쓰는 독일 콘티넨탈(Continental)의 ‘액츄에이티드 사운드 시스템(Ac2ated Sound System) 같은 아이디어들이 득세하면 유형물 스피커마저 사라질 수 있다. 정말 그 때가 되면 흔히 써온 ‘자동차 오디오’는 ‘자동차용 통합 사운드 시스템’ 또는 다른 문구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리하면 10억 대 넘는 자동차 일부에 여전히 매달려 있을 과거형 자동차 오디오에 대해 엔틱(antique:골동품)빈티지(Vintage:특정 시기에 나와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감성 제품) 개념이 보편적으로 공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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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수 칼럼니스트는 IT 엔지니어링 회사를 운영한다.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빈티지 오디오 콘텐츠 사이트, 오디오퍼브에 다양한 오디오 관련 글들을 기고한다. 출간 저서로는 <내차 요모조모 돌보기>가 있다. audiopub@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