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카드 업계 "오픈뱅킹 참여 기회 균등해야"
상호금융권 "고령층 고객 다수오픈뱅킹은 위협요소"
금융당국, 유관기관·전문가와 토론을 거쳐 논의

올해 말 2금융권으로 확대되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두고 카드·증권 업계와 상호금융 업권이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 증권·카드 업계는 이른 시일 내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이지만 상호금융권은 조합마다 업무 형태가 다르고 고령층 고객이 많아 디지털 환경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6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오픈뱅킹 출범 6개월을 맞아 앞으로의 방향성과 안정성 제고 방향을 논의하는 '오픈뱅킹 도입성과와 발전 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가 끝난 후 종합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개방성에 기초한 오픈뱅킹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2금융권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6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오픈뱅킹 도입 성과와 발전 방향’ 세미나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패널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윤미혜 기자
6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오픈뱅킹 도입 성과와 발전 방향’ 세미나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패널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윤미혜 기자
증권·카드 업계 "처음부터 사업 참여 기회 균등하게 줘야"

카드 업계를 대표하는 여신금융협회는 1금융권 오픈뱅킹 성과를 토대로 카드 업권도 발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카드·증권 등 다양한 기관이 균등하게 참여해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해야만 혁신과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배종균 여신협회 본부장은 "오픈뱅킹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참여를 희망하는 금융기관은 합리적 조건을 바탕으로 오픈뱅킹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옳은 발전 방향이다"라고 밝혔다. 또 "카드업계도 사업참여 기회를 균등하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카드 회사가 재무 안정성과 고객 보안·소비자 보호·보유 고객 정보량 등 여러 측면에서 기존 오픈뱅킹 이용 기관인 은행권과 비교해 열악한 부분이 없는 만큼 경쟁에도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픈뱅킹은 업권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력을 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지만 이 개방성은 필연적으로 고객의 이동을 수반해 경쟁을 일으킨다"며 "기존 금융기관은 불가피하게 고객 쟁탈전이라는 경쟁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는 오픈뱅킹 도입 초기부터 전(全) 금융권이 아닌 시중은행·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논의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픈뱅킹과 같은 방식의 서비스가 개편될 때는 업권 상호 간 피드백 과정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동시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영 미래에셋대우 디지털 부문 대표는 "오픈뱅킹이 일차적으로 은행권이 비중이 크다 보니 선도적으로 나서서 이끌어가는 건 이해하지만 제 2금융 가운데 금투업권 증권회사도 처음부터 논의해서 시작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부정 결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활용범위 등 보안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보안 부문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균일한 시스템 체계가 정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호금융권 "고령층 고객 다수…오픈뱅킹 위협요소로 인식"

반면 상호금융업권 대표로 나선 신협중앙회는 고령층 고객이 다수인 상호금융권에서 일관된 디지털 정책이 위협요소가 된다고 우려했다. 무조건적인 신기술 도입보다는 현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정인철 신협중앙회 본부장은 "상호금융 업권은 주 고객층이 일차 산업 종사자나 자영업자, 고령층이다"라며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오픈뱅킹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호금융은 각각의 조합이 독립된 형태인 만큼 그 규모에 따라 디지털 신기술 적용이 불가능한 곳도 존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무형태가 다른 만큼 이들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상호금융은 각각의 조합이 독립된 형태다. 작은 조합은 자산 50억에도 못 미치는 반면 규모가 큰 조합은 1조7000억원이 넘는 등 차이가 있다. 또 금리나 업무 형태도 조합마다 다르다. 디지털 수용력이 조합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 본부장은 이에 오프라인에서도 오픈뱅킹을 누릴 수 있도록 오프라인 오픈뱅킹을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오프라인 오픈뱅킹 서비스는 고객이 본인 계좌가 있는 영업점에 방문해, 영업점 직원 및 직원 단말기(PC)를 통해 타행 계좌 잔액·거래 내역 조회·송금 등을 오픈뱅킹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로 일어나는 서비스다. 상호금융업권 주장대로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 소외계층에게는 금융서비스가 균등하게 돌아가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 보호나 과당 경쟁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정 본부장은 "상호금융 특성상 일관된 디지털 정책을 펼치기 어려워 오픈뱅킹을 더 큰 위협요소다"라며 "개방성에 기반을 둔 오픈뱅킹 서비스가 결국 경쟁을 유발하고 필연적으로 비용증가를 수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어떤 이들은 오픈뱅킹을 이용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오픈뱅킹 서비스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지 온·오프라인 접근할 수 있도록 채널이 확대되고 개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은 오프라인 오픈뱅킹은 쉽게 결론내기 어렵다며 관련 전문가들과 충분히 협의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윤병원 금융위 금융혁신 과장은 "오프라인 오픈뱅킹 문제에 관해 치열한 내부 토론을 했고 많은 전문가를 만났다"며 "가타부타 결론 내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련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부연했다.

한편, 지난달 기준 오픈뱅킹 가입자는 4096만명, 등록 계좌는 6588만개다. 중복 제외 가입자· 계좌 수는 각각 2032만명, 4398만개로 경제활동인구 2821만명 중 72%가 오픈뱅킹에 가입했다. 금융위는 올해 말 제2금융권 고객에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확대키로 해 가입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