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업으로 10조(兆)개 콘텐츠 명명 프로젝트 진행

"여의도의 ‘여의’를 영어로 한번 써보세요. 정확히 써도 많은 사람이 쉽게 공감하고 기억할까요?"

꿀업 사업을 소개하고 있는 이판정 넷피아 대표 및 컴피아 이사회 의장 / 김준배 기자
꿀업 사업을 소개하고 있는 이판정 넷피아 대표 및 컴피아 이사회 의장 / 김준배 기자
한글(자국어) 도메인 사업 ‘넷피아’ 탄생 배경이다. 여의도 영문 인터넷도메인 등록 과정에서 ‘이래선 안되겠다’고 판단한 것. 덕분에 한글도메인이 등장했고, 1990년대 후반 우리 기업 사이트 접속이 편했다.

그런 넷피아가 탄생한지 만 25년이 됐다. 1995년7월10일 설립됐다.

처음부터 한글도메인 사업을 하지는 않았다.

변리사 준비를 하던 이 대표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터넷도메인 등록사업을 보고 ‘이거야’라고 무릎을 쳤다.

"특허는 국가별로 등록해야 합니다. 반면 도메인은 하나만 선점하면 세계 모든 나라에 공통적으로 쓰입니다. 이렇게 막강한 비즈니스는 없습니다. 미국은 정부까지 나서서 도메인 선점에 나섰죠."

국내 최초로 도메인 등록사업을 한 넷피아는 초창기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사업자등록을 위해 세무서를 갔더니 인테리어업으로 등록을 하려한 것. 인터넷으로 썼는데 직원이 오해를 했다. 인터넷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심지어 "‘도메인’사업 이라고 하면 ‘돌멩이’사업으로 알았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혈기왕성한 30대 초반 굴지의 기업을 찾아가 도메인 확보를 제안했다. 자칫 도메인을 빼앗기면 다시 찾는데 몇십, 몇백배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 대기업 임원은 "‘자사 도메인을 외국기업이 보유하고 있다’며 ‘얼마든지 줄테니 도메인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등록해준 기업은 700곳 이상이다.

이 대표가 자부심을 갖고 있는게 하나 더 있다. 도메인 매점매석을 하지 않았다. 굴지의 기업들 도메인을 미리 샀으면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저는 기업가입니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게 기업입니다. 이런 정신이 지금 많은 분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나가던 넷피아는 한순간 꼬끄라졌다. 포털사이트들이 도메인 주소창을 장악한 것. 도메인 창은 한글 인식이 안돼 ‘www’로 시작하는 도메인 주소만을 입력해야 했다. 이를 이 대표가 프로그래밍으로 한글을 인식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영문 1바이트(알파벳 1글자)만 인식됐으나 이를 프로그래밍으로 2바이트로 구성된 한글 인식이 가능하게 한 것.

이판정 대표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국궁을 배웠다. / 이판정 넷피아 대표
이판정 대표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국궁을 배웠다. / 이판정 넷피아 대표
모 굴지의 포털사이트 운영 대기업이 주소창에 사명을 입력하면 연결되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연 매출 200억원 회사는 크게 흔들렸다. 이 대표는 당시를 생각하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기업의 전형적인 골목상권 침해입니다. 우리는 기업들을 위해 한글도메인 등록사업을 펼쳤는데 한순간 사업을 빼앗겼습니다. 이것은 분명 ‘불공정’입니다."

직원 300명이었던 회사는 졸지에 20여명으로 줄었다. 납득 안되는 상황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했던 몸 조차 일순간에 무너졌다.

이 대표는 심기일전 재기를 노리고 있다. 전통 스포츠 국궁으로 4년째 수련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리고 자국어 도메인 사업 노하우를 살려 모든 콘텐츠에 음성 이름을 붙이는 ‘꿀업(Ccoolup)’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자회사 콤피아를 통해서 펼친다. 이 대표는 콤피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꿀업은 음성 검색 서비스다. 특징은 고객이 바로 등록하면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가 아닌 자사 사이트가 바로 나온다. 예컨대 ‘가다다회사’하면 가나다회사 사이트가 바로 나온다.

이 대표는 10년 10조(兆)개의 콘텐츠에 이름을 붙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더 큰 기회가 찾아왔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고객 수익분배(쉐어)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누구나 꿀업 도메인을 등록하면 등록비의 10~30%를 돌려준다. 예컨대 시청앞 중국집으로 등록 후 가게에서 도메인 비용을 내면 그 비용의 10~30%를 받는 구조다.

이판정 넷피아 대표 / 김준배 기자
이판정 넷피아 대표 / 김준배 기자
이 대표는 이들을 ‘꿀미 특공대’로 소개했다.

"세계 각국에 약 10만명의 꿀미 특공대를 조직하겠습니다. 이들이 지역 도메인을 등록해 발생한 수익을 공유하겠습니다."

기업 대상 API사업도 펼친다. 콤피아 전용 음성인식 도메인 플랫폼을 기업 애플리케이션(앱) 또는 웹사이트에 등록하는 것. 기업 앱이나 사이트에 음성검색 기능이 생기는 셈이다.

이판정 대표는 "지난 25년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는 동안 우리는 자국어 인터넷 세상을 만들었다"며 "이제 꿀업으로 전세계 모든 콘텐츠에 이름을 붙이는 ‘10조개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준배 기자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