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예비판결 종료에도 여전한 균주 출처 신경전
대웅제약 "ITC, 중대 오류 발견…최종 판결 뒤집을 것"
메디톡스 "비공개 판결문 본 자체가 위반 행위"

점입가경이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이 치열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얘기다. 이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예비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지만 양측 신경전은 치열하기만 하다. 대웅제약은 해당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며 판결이 뒤집어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메디톡스는 이번 예비판결로 진실이 밝혀졌다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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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판결에 중대 오류…K바이오 진출 막아 국가 이익에 해 끼쳤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내고 "미국 ITC의 예비결정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명확한 사실 관계 입증해 11월 최종 판결에서 결과를 뒤집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7월 6일(현지시각) ITC 행정판사는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예비판결에서 영업비밀 침해 이유로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에 ‘10년 간 수입 금지’를 명시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를 도용해 나보타 제품을 만들었다는 메디톡스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한 ‘추론’만으로 대웅제약의 균주절취를 판정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결정문을 분석한 결과 ITC가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측은 "ITC 행정판사는 결정문에서 특정할 수 있는 절취 행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했다"며 "메디톡스에서 근무했던 이모씨가 대웅제약을 위해 영업비밀을 유용했는지 증거는 없었고 메디톡스 균주가 언제·어떻게 절취됐는지는 입증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이어 "ITC 행정판사는 두 제조사 균주의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유사하고, 토양에서 균주를 채취했다는 주장의 신빙성이 낮아보인다는 메디톡스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영업비밀 유용을 추론했다"며 예비판결이 메디톡스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확실한 증거 없이 추론만으로 영업비밀 유용을 결정한 것은 명백한 오판이라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실제 유전자분석에서 ‘16s rRNA’등은 명백한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웅제약은 또 ITC 행정판사가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 오로지 앨러간의 편에 서서 실제 진실과는 거리가 먼 편향된 결정을 했다고 주장한다. 앨러간은 메디톡스의 파트너사다. 앞서 메디톡스는 앨러간을 끌어들여 ITC에 제소하면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출처 소송을 이어갔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분쟁이 엘러간·메디톡스, 에볼루스·대웅제약 4사로 확대된 배경이다.

회사 측은 "대웅제약 나보타는 국내 보툴리눔 제품 중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고 2019년 미국 제약시장에 진출했다"며 "메디톡스는 K바이오 수출 기회를 막아 국가 이익을 해쳤을 뿐 아니라 외국기업인 앨러간만 도와주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메디톡스와 앨러간은 실제 메디톡스의 액상 톡신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임상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앨러간은 오히려 자체적으로 개량된 프리필드 액상 톡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메디톡스가 제공한 예비판결문 일부/ 메디톡스
메디톡스가 제공한 예비판결문 일부/ 메디톡스
메디톡스 "진실 밝혀졌을 뿐…위반은 대웅제약"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이 제기한 모든 주장은 이미 ITC 행정판사가 받아들이지 않은 내용이고 판결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또 대웅제약이 검토했다고 주장하는 예비판결문 공개는 ITC 규정을 위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문제를 지적했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ITC 예비판결문은 30일간 비공개다. 7월 6일 공개된 해당 자료는 30일 후인 8월 5일 공개돼야 맞다는 것이다.

메디톡스 측은 "ITC에 양사 균주의 DNA 분석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했지만 해당 분석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 건 대웅제약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웅제약은 DNA 분석 신빙성을 떨어뜨리려 노력했지만, ITC 행정판사는 상세한 검토를 거쳐 오히려 대웅제약 측 전문가 분석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최종적으로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유래됐다는 DNA 분석 결과가 도용혐의의 확실한 증거’라고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이 ITC 판결은 중대한 오류라고 비난한 점에 대해 메디톡스 측은 "약 282페이지에 달하는 예비판결 전문이 공개되면 대웅제약은 더 이상 변명할 수도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ITC의 역할에 대해 메디톡스 측은 "미국 ITC는 1930년부터 현재까지 90여년간 제품 수입에 있어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금지해 왔으며, 불공정한 무역 관행, 특히 영업비밀 도용의 이유로 인한 미국 시장 접근을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며 "ITC 전체위원회는 영업비밀 도용으로 인한 제품은 위법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상관없이 미국시장으로의 접근을 금지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