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의료 제도화 내용 담긴 한국판 뉴딜 계획
의료계 입장은 여전한 ‘반대’
비대면 의료 두고 정부·의료계 간 줄다리기 이어질 듯

정부가 ‘선진 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으로의 대전환’을 앞세운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의료 분야 비대면 산업 육성도 포함됐다. 환자 영상 정보 전송·관리와 AI 정밀 진단 등 비대면 의료를 지향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간 의료계가 비대면 의료를 반대해온 만큼, 반발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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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국판 뉴딜서 의료 산업 비대면화 천명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에 파급 효과가 큰 10대 대표 사업 중 하나로 ‘비대면 의료 제도화’를 꼽았다. 감염병 위험 등으로부터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하고 환자의 의료 편의 제고를 위해 디지털 기반 스마트 의료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스마트 의료 인프라 사업에 2025년까지 총 2000억원을 투입한다. 입원 환자의 실시간 모니터링, 5G망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다른 의료기관과 협진이 가능한 스마트 병원을 18곳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격리 병실과 집중치료실 환자의 영상 정보를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전송·관리할 수 있다. 전문의가 있는 병원과 없는 병원간 협진도 가능해 질 전망이다.

정부는 또 감염병 의심 환자가 호흡기·발열 증상을 전화상담 등으로 사전 확인한 뒤 내원하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올해와 내년에 걸쳐 500곳씩 총 1000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간질환이나 폐암 등 중증질환을 인공지능(AI)으로 정밀 진단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8개 질환에서 12개 질환으로 확대했다.

환자의 영상 정보 전송과 AI 정밀 진단 등 계획을 포함한 이번 스마트 의료 인프라 사업의 지향점은 비대면 의료다. 실제 정부는 종합 계획안에 그간 의료사고 책임소재 불분명, 상급병원 쏠림 등을 이유로 의료계가 지속 반대한 ‘비대면 의료 제도화 추진’을 적시했다. 정부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환자 안전과 의료사고 책임 등 의료계 우려에 대한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전한 의료계 반발 목소리

그간 지속적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반대 의사를 펼쳐온 의료계에선 정부의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을 마냥 반기지는 않는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계는 그간 성명 등을 통해 정부의 비대면 의료 추진에 반대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했다"며 "이번 뉴딜 정책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못 박았다.

특히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협회장은 정부의 이번 정책을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문진과 청진, 시진, 촉진, 타진 등 진료의 기본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정책으로 의학의 근본을 흔드는 사안이다"라며 "일차의료 영역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주면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는 의료 재앙 사태를 불러올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비대면 의료 등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정책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의협 측 입장/ 의협 홈페이지
비대면 의료 등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정책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의협 측 입장/ 의협 홈페이지
그는 앞서 5월에도 비대면 의료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최 협회장은 "환자 진료의 목적은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다"라며 "대면 진료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극소수 격오지 등 대면 진료가 불가한 곳에서라면 비대면 진료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는 있겠지만, 비대면 진료가 환자의 편의성 기준이나 비용·효과성 기준으로 평가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가 비대면 의료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장될 수 없는 의료 안전성과 유효성이다. 비대면 상황에서 소통 문제 등 근본적인 한계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앞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전화를 통한 비대면 의료를 일시 허용하자 이는 더 안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당시 의협은 "다른 감염성 질환과 구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심이 된다면 가능한 빨리 확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증상을 확인하는 정도의 원격 상담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조기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영리화가 가능해 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의료계는 "비대면 의료는 결국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과 산업계의 경쟁을 촉발한다"며 "불필요한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허용 형태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영리추구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계 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우려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의료 인프라가 자칫 붕괴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워 한다. 의협은 "경증 환자를 두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이 경쟁을 벌이는 등 무질서한 의료전달체계가 그려질 수 있다"고 반대했다.

한편 최기영 장관은 7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 뉴딜 사업 관련 세부 브리핑에서 ‘비대면 의료는 의료 업계와 갈등을 조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뉴딜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은 지금까지 많이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갈등은 사실 어려우면서도 각자 조금씩 양보하면 또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소통하고 같이 의논해나가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한 걸음씩 양보하자’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결국은 그런 사회적 합의를 끈기 있게 해결하면서 관련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