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올해 보조금 2500억원 수혜
2025년까지 1조원 혈세 지급 가능성
‘너그러운’ 韓 보조금에 글로벌 대비 가격 차별
환경부 "국적 따라 보조금 차별, WTO 규정 위배"

정부가 73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그린뉴딜’을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EV)를 113만대 보급하기로 했다. 현재 누적 전기차 등록 대수는 11만대 가량으로 계획대로라면 향후 5년간 전기차는 100만대 이상이 추가로 공급될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핵심 역할을 하는 보조금 정책도 축소에서 당분간 유지하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면 그린뉴딜에 속도를 내는 만큼, 수입 전기차를 대표하는 테슬라에 과도한 보조금 혜택을 준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테슬라 모델3/ 테슬라코리아
테슬라 모델3/ 테슬라코리아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 약 800만원에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을 더하면 대당 1000만원이 넘는다. 올해 기준 서울은 약 1200만원, 경북은 18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테슬라 모델3 중 인기가 많은 6369만원짜리 롱레인지 트림(등급)을 보조금 혜택으로 4000만원대에 구입 가능하다.

테슬라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2025년까지 30만대 이상 테슬라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테슬라 뿐만 아니라 아우디, 푸조,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전기차 라인업을 잇따라 강화하며 한국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어 보조금 수혜를 받는 수입 전기차 규모는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친환경차 보조금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과 순수 전기차량, 수소차에 대해서만 적용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보조금 혜택을 받은 친환경차는 전기차 2만2720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2899대, 수소차 2612대 등 2만8231대로 파악된다.

테슬라는 상반기 한국 시장에 7079대를 판매했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의 4분의 1을 쓸어간 셈이다. 상반기에만 1000억원 수준의 보조금 혜택을 누린 테슬라는 올해 판매 2만대를 달성할 경우 총 25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일몰 예정이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그린뉴딜 기간인 2025년까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정부가 테슬라에 6년간 1조원에 가까운 혈세를 퍼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테슬라는 한국 정부의 ‘너그러운’ 보조금 정책을 활용, 한국 시장에서만 가격을 차별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북미 지역에서 모델3· 모델S·모델X 가격을 내렸는데, 한국에서는 모델3 기존 가격을 고수해서다. 반면 중국처럼 보조금 혜택이 줄어들 경우엔 모델3 판매가를 두 번에 걸쳐 인하하는 등 원프라이스(단일가격) 정책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은 소비자 선택으로 인한 판매 증가와 비례해 액수가 늘어난 것으로 당사가 과도한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제품 가격은 본사 기반으로 책정하지만 가격 변동이 세계 시장에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단위 단일가격 정책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테슬라코리아
/ 테슬라코리아
업계는 적어도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에 앞서 차량 내 국산부품 비율을 포함시키거나,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방식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등 부품 국적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비관세 장벽'으로 자국 전기차 업체들을 보호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부터 공업신식화부(공신부)가 승인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공식적으로는 전력효율, 주행가능거리, 안전성 시험 등 기준을 통과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2016년부터 2년 동안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목록에 한국은 물론 일본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대차가 한 대당 43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 중국에 출시하는 전기차에 중국업체 CATL의 배터리를 쓰는 이유다.

정부 입장은 다르다. 친환경차 지원에 국산과 수입산에 차별을 두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배 소지를 우려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국이 결과적으로 자국 배터리 탑재 여부를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고려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국산과 수입산을 공식적으로 차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우리 정부가 배터리나 부품 생산지를 보조금 지급 기준에 포함 시키면) WTO 가맹국 간 차등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