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5년작 ‘초수기신 단쿠가(超獣機神ダンクーガ)’는 ‘건담’을 필두로 1980년대 초반 등장했던 리얼로봇 작품의 영향을 받은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이다. 작품 속에는 침략자에 맞서 싸우는 반란군과 사랑과 증오 등 등장인물의 드라마가 녹아있다. 단쿠가 로봇은 슈퍼로봇의 전통적인 변신합체 스타일을 채용했다. ‘메머드', ‘독수리', ‘호랑이' 등 맹수를 모티브로 한 메카닉이 서로 합체하면 하나의 거대로봇으로 변한다.
초수기신 단쿠가 오프닝 영상 / 유튜브
다른 차원에서 갑자기 등장한 외계 침략자와 이에 맞서 지구의 천재과학자가 로봇을 만들고 특수훈련을 받은 엘리트 파일럿이 로봇을 조종해 침략자를 응징한다는 슈퍼로봇 전통의 ‘권선징악' 스토리를 갖추는 동시에, 사실적인 무기와 반란군 조직, 주요인물들의 인간 드라마 등 리얼로봇의 요소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단쿠가 스토리는 ‘마징가Z’, ‘육신합체 갓마즈’ 각본가인 ‘후지카와 케이스케(藤川桂介)'가 맡았다. 후지카와 작가는 갓마즈에서 보여준 ‘가혹한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증오의 이야기'를 단쿠가에도 녹여냈다.
후지카와 작가는 단쿠가의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부대 리더인 시노부가 아닌 여자 주인공 ‘유우키 사라'를 앞세웠다. 사라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교관이자 연인이었던 ‘샤피로'가 지구와 인류를 등지고 제국군 편에 서게되자 지구와 제국 사이서 고뇌하고, 전쟁 속에서 사랑했던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된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단쿠가의 4명의 주인공이 보여준 다소 강조된 청춘 스토리와 정신적 성장이 당시 로봇 애니메이션 작품으로서는 참신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제국군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무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과 주인공 사라의 사랑하기에 더 증오하는 심리 묘사는 슈퍼로봇 콘텐츠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에게는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는 평가다. 성인 시각에 맞춘 드라마에 중점을 둔 스토리가 시청률 저하와 장난감 판매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초수기신 단쿠가 두 번째 오프닝 영상 / 유튜브
단쿠가 메카닉 디자인은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司)’와 ‘오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가 맡았다. 히라이는 단쿠가와 수전기 디자인을, 오오바리는 제국군 메카닉 디자인을 담당했다. 히라이는 메카닉 보다 캐릭터 디자인 일을 더 많이 했다. ‘무한의 리바이어스', ‘창궁의 파프너', ‘건담 시드 데스티니' 등의 작품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 일을 맡았다.
오오바리는 ‘머신로보', ‘토비카게', ‘프로젝트A꼬', ‘단가이오', ‘드라고나' 등의 작품에서 메카닉 디자인 일을 맡았으며, ‘초중신 그라비온' 등 다수 애니 작품에서 감독을 맡은 인물이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당시 신인이던 오오바리가 단쿠가를 발판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단쿠가 장난감 분야 스폰서는 ‘반다이'다. 장난감 업계에 따르면 반다이는 단쿠가 로봇 메카닉 디자인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당시 애니 제작에 있어 로봇 디자인은 장난감 스폰서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4대의 맹수 메카닉이 합체해 완성되는 슈퍼로봇 단쿠가
단쿠가는 4대의 수전기 메카닉이 합체해 완성되는 거대 슈퍼로봇이다. 하즈키 고타로 박사가 만든 단쿠가는 높이 기준 34.6미터, 무게 114톤에 달한다. 슈퍼로봇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마징가Z’와 리얼로봇 대명사인 건담의 크기가 18미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2배에 가까운 크기다.
단쿠가는 단공검과 철권 등의 무기로 육탄전에 특화된 모습을 주로 보인다. 원거리 공격용 무기로는 단공포가 있다. 이 무기는 4연장 대구경 펄스레이저포로 로봇의 등 부분에 위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