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가 파격 채용 공고를 냈다. 그 동안 우선시 하던 경력직 위주 채용이 아닌 신입 지원자를 대상으로 코딩 실력만 테스트한다. 핀테크 업계는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경력직·고스펙' 채용 관례를 깬 다소 파격적인 채용이 토스의 본격적인 사업 확장 신호탄이자 IT 인력 품귀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래픽=김다희
그래픽=김다희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신입 및 3년 이하 경력 개발자 공채를 시작했다. 모집 분야는 ▲프론트엔드(Frontend) ▲iOS ▲안드로이드 ▲서버 ▲풀스택(Full Stack) ▲데이터 엔지니어링 등 6개 분야다. 합격한 이들은 토스·뱅크·증권 등 각 계열사에 분산된다. 여기엔 8월 출범 예정인 토스 페이먼츠 서버 개발자와 인슈어런스(보험) 개발자도 함께 포함됐다.

토스는 이번 채용에서 오직 개발 역량만 평가한다. 모든 지원자는 코딩테스트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학력·경력·나이가 기재된 서류전형은 테스트 이후다. 이론상 모든 연령대가 테스트에 응시할 수 있는 셈이다.

토스 관계자는 "기존 채용 과정에서 놓쳤을지 모르는 역량 있는 개발자를 찾기 위해 이번 공채를 진행하게 됐다"며 "1700만 토스 사용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개발·운영하고자 하는 젊은 개발자들이 많은 지원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채용은 첫 단계서부터 나이를 적는 란이 없고 이름과 연락처만 기재하면 된다"며 "어떤 분들이 지원할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나이·경력·출신 불문율 깼다

관련업계는 토스의 이번 채용이 핀테크 업계 불문률을 깬 다소 파격적인 채용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핀테크 업계는 그 동안 경력직·고스펙 위주와 해외파 개발자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초기 셋업 단계에는 아무래도 선진화된 테크 기술을 보유한 해외 출신 개발 인재가 주를 이룬다"면서 "공식적으로 서류 단계에서 선별해서 채용했다기보다는, 합격자 가운데 해외파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경력직 위주였던 인재풀이 국내 개발자를 중심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며 "국내 인재들이 해외파 출신과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채용 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 토스의 공개채용은 희소식이다"고 말했다.

토스의 파격 실험...IT 인력 품귀 영향도

핀테크 업계는 또 토스의 이번 인재 채용이 토스 사업 확장의 신호탄으로 내다본다. 다만 정보기술(IT) 인력 품귀 현상으로 인해 실력있는 개발자를 모시기 어려워진 토스가 신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옥석을 가리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 코딩 테스트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토스를 포함해 토스뱅크·증권·인슈어런스·페이먼츠 등 계열사에는 120여개 넘는 직군이 열려있다. 토스가 채용 중인 인원은 194명이다. 올 하반기까지 예상 채용 인원은 285명으로 약 500여명에 달한다.

반면 업계는 IT 인력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고도화, 신사업 추진 등으로 각 기업 IT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충족시키는 우수 개발자 풀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유로 업체 간 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 네이버·라인· NHN·카카오페이 등 IT 업체는 최근 개발자를 대상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제공한다'며 대규모 공채를 실시했다. 특히, 토스는 지난해 경력 채용 방안을 발표하면서 직전 회사 연봉에 준하는 액수를 입사 후 첫 월급일에 보너스로 지급하는 한편 전 회사의 1.5배 연봉,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 등을 제안했다.

결국 이런 파격적인 제안은 개발자 품귀로 인해 더 이상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어려워진 토스가 옥석을 가르기 위한 수단으로 코딩테스트를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