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솔루션, 9월 가상자산 기부 플랫폼 ‘판게아’ 출시
원화 입금하면 아르헨티나 적십자에 ‘가상자산’으로 기부
세계 기구 손잡고 개도국으로 서비스 확장

"9월 중순 적십자 아르헨티나와 협력해 개발한 가상자산(암호화폐) 기부 플랫폼 ‘판게아(PANGAEA)’가 출시됩니다. 판게아는 가상자산이 기부같은 선한 사용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겁니다."

임석현 한국금융솔루션 신사업 담당팀 리더는 최근 IT조선과 만나 "세계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 수록 가상자산 기부 수요가 늘어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금융솔루션에서 판게아 플랫폼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왼쪽부터) ‘판게아’ 프로젝트를 이끄는 임석현 한국금융솔루션 신사업 담당 리더와 남두완 메이커다오 대표/ IT조선
(왼쪽부터) ‘판게아’ 프로젝트를 이끄는 임석현 한국금융솔루션 신사업 담당 리더와 남두완 메이커다오 대표/ IT조선
한국금융솔루션은 코스콤이 추진한 사내벤처 1호다. 지난해 코스콤에서 분사했다. 금융위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돼 ‘핀셋’이라는 신용·부채 관리 서비스를 운영한다. 올해부터는 ‘일반인들의 금융 선택권 확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다양한 혁신 금융 서비스를 발굴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기부 플랫폼 ‘판게아’다.

판게아는 한국 원화(KRW)를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인 메이커다오(Maker DAO)의 스테이블 코인 다이(DAI)로 변환한 후 적십자 아르헨티나에 전달하는 플랫폼이다. 기부자가 한국금융솔루션 계좌로 원화를 입금하면, 한국금융솔루션은 일정 액수를 모아 다이로 변환한 뒤 적십자 아르헨티나에 송금한다. 적용 환율은 기부금 입금 기준 유럽중앙은행 전일 종가다. 관련 송금 내역은 기부자의 이메일과 문자로 발송되고, 웹사이트 계정에도 기록된다.

임석현 리더는 "판게아는 ▲기부금 입금 확인 ▲아르헨티나 적십자로 기부금 전송 ▲아르헨티나 적십자사 월렛에 기부금 도착 ▲기부금 활용 등의 기부금 관련 과정을 모두 추적해 기부자에게 피드백한다"며 "블록체인 투명성을 활용해 기부금이 아르헨티나로 전달되고 활용되는 상황을 기부자에게 실시간으로 인지시켜주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스템 무너진 국가에선 가상자산이 결제 수단"

한국금융솔루션이 개도국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임 리더는 금융시스템이 무너진 국가에선 가상자산이 주요 결제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국가에서 가상자산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며 "한국금융솔루션이 한국이나 미국이 아닌, 개도국을 대상으로 기부 플랫폼을 운영하려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그 중 아르헨티나를 대상으로 서비스에 나선 이유는 "올해 5월, 개도국을 상대로 가상자산 기부 플랫폼을 구상하던 도중 적십자 아르헨티나가 협업을 요청했다"며 "가상자산이 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아르헨티나로 가상자산을 기부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가상자산 중에서도 미국 달러화와 1:1로 고정되는 다이(DAI)를 선호한다. 다이를 월급으로 받거나 기부받고자 하는 니즈가 강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변동성이 높아 잘 활용되지 않는다. 한국금융솔루션이 메이커다오와 손을 잡은 배경이다.

인터뷰에 동행한 남두완 메이커다오 한국지사 대표는 "다이는 가치 변동이 없는 스테이블 코인 중 개도국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가상자산에 속한다"며 "이런 이유에서 옥스팜같은 세계 구호 전문 기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도 다이를 기부금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에 얽메이지 않은 기부가 차별점"

최근 유니세프를 비롯한 세계 많은 기구가 블록체인 기부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위조나 변조가 어렵고 중개자를 없애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기부 문화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플랫폼이 산재했다는 점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금융솔루션 플랫폼만의 차별점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대해 임석현 리더는 ▲블록체인에 얽메이지 않은 쉬운 사용성과 ▲해외 탑티어 구호 기구에 기부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기부금 활용 방식에 의문을 품거나 기부 단체 자체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부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세계 구호 기구는 ‘투명성’이 무기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기부 솔루션을 내놓으면서 기부 문화를 새롭게 형성하고 있지만, 활용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판게아 작동 모습으로, 기부자가 원화를 입금하면 솔루션 안에서 기부금은 DAI로 환산된 후 적십자 아르헨티나로 전달된다. /한국금융솔루션
판게아 작동 모습으로, 기부자가 원화를 입금하면 솔루션 안에서 기부금은 DAI로 환산된 후 적십자 아르헨티나로 전달된다. /한국금융솔루션
그는 그 이유로 ‘불편한 사용성’을 꼽았다. 실제 기부자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이유로 회원가입을 한 뒤 가상자산을 입금할 기부 지갑을 만들고, 가상자산을 관련 거래소에서 직접 구입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거쳐가면서까지 기부할 사람은 손에 꼽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금융솔루션은 가상자산을 거래소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가상자산 지갑을 만드는 과정을 없앴다. 임석현 리더에 따르면 기부자는 한국금융솔루션 웹사이트에 로그인해 원화를 한국금융솔루션 계좌로 입금하면 된다. 가상자산 변환은 한국금융솔루션에서 도맡는다. 기부자는 원화 입금 후 자신이 기부한 금액이 기구에 잘 전달됐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임 리더는 해외에 있는 탑티어 기구에 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또 다른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한국 기부 플랫폼이 해외 기구에 직접 기부금을 전달하는 일은 드물다"며 "한국인이 해외 탑티어 기구에 기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솔루션은 향후 적십자 급의 세계 기구들과 제휴해 이 플랫폼 활용처를 요르단, 아일랜드, 멕시코, 아프리카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금융솔루션 "기부 플랫폼을 시작으로 혁신 금융 서비스 내놓겠다"

임석현 한국금융솔루션 리더에게 향후 비전을 물었다. 그는 "이 플랫폼을 통해 가상자산이 투기에 사용되는 매개가 아니라, 기부같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금융 수단이라는 점을 증명하겠다"며 "가상자산 기부 플랫폼을 시작으로 가상자산 관련 금융 상품을 국내 시장에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한국금융솔루션은 해외향 사업에 중점을 둔 국내 대표 가상자산 사업자(VASP)가 되고자 한다"며 "포괄적인 송금 및 신원증명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