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대출 한 달 새 4조원 '폭증' 역대 최대
자영업자 수 줄었지만 대출액은 약 22조원 늘어
59년 만에 4차 추경 편성까지…예산 쥐어짜는 정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생계 자금을 위한 개인 신용대출은 한 달 새 4조원이 폭증했다. 경기침체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은 올해 약 22조원을 빌렸다. 정부는 59년만에 4차 추경을 편성하는 등 예산을 쥐어짜고 있다.

/게이티 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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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신용대출 한 달 새 4조원 '폭증' 역대 최대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 은행의 8월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말보다 4조755억원 늘어난 규모다.

8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신용 대출이 몰린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한 달 만에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1조631억원 늘었다. 뒤를 이어 신한은행은 1조520억원이 늘었다. 이는 2007년 1월부터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증가액이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7199억원, 하나은행은 6095억원, 농협은행은 6310억원으로 대출 잔액이 늘었다.

시중 금리가 너무 낮아 은행 예금으로 목돈을 모으기 어려워진 탓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대출 이자가 낮아졌으니 빚을 내서라도 공모주 등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거나, 빌린 돈보다 나은 수익을 내도록 '빚투(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가 유리한 상황이 됐다.

여기에 규제 전 일단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사람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에 이어 투자 우회 수단으로 이용되는 신용대출도 규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현재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은 데다 주택담보대출보다는 규제가 약하기 때문에, 일단 받아서 주택 구매나 주식 등에 활용하려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수 급격히 줄어…대출액은 약 22조원↑

더욱 위태로운 것은 자영업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자영업자는 554만8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만7000명 감소했다. 작년 7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2만6000명 줄어든 데 그쳤다. 불과 1년 만에 자영업자 감소 폭이 5배로 커졌다.

자영업자 수는 줄었지만 대출액은 크게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도 260조92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말(239조4193억원) 대비 21조5065억원(8.98%) 증가한 규모다. 8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1년간 증가 금액(16조3637억원)을 넘어섰다. 업체 한 곳당 대출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 매출이 줄고, 월급·임대료 부담이 커진 탓이다. 결국 코로나 여파로 소상공인들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거나, 빚으로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다.

◆59년 만에 4차 추경 편성까지…예산 쥐어짜는 정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6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7조원 중반대로 편성키로 확정했다. 1년에 4차례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이번 편성안은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과 저소득 계층에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미 올해 1~3차 추경으로 59조원을 편성했다.

앞서 정부는 이미 3차례 실시한 추경에서 재원 조달을 위해 본예산에 편성됐던 사업 일부를 구조조정 하거나, 공무원 인건비 삭감 등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더이상 예산이 남아있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4차 추경에서는 전액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만큼, 재정 건전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7조원대 4차 추가 경정 예산과 관련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은 여러 가지 상황과 형편을 고려해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 4차 추경의 재원을 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며 "생존의 문턱에 있는 분들을 우선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대한 국민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