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흐름으로 보나 국내 상황으로 보나 ‘상시적인 팬데믹 상황’을 상정해야 할 듯 하다. 국민 생활을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지속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 기조가 단기전을 치르는 거였다면 이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방역을 잘하고 있음을 내세우며,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코로나를 꼭 잡고 말겠다는 박멸의지로 무장한 듯 하다. 세월호 사건을 잘못 대처한 후과를 보아온 정부라서 그런지 재난과 사건에 대해 특히 민감한 듯 하다. 그러니 잘하고 있다는 걸 내세우고 싶을 것이다. 확진자 수에 매달리며 의지를 불 태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이해는 하지만 이제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현재의 대처는 상시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는 일도 아니지 않은가. 정부가 단기간에 확진자 증가세를 잡지 못하거나 또 다시 확진자가 늘어날 경우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질 위험도 있다. 상시적인 팬데믹 상황을 국민과 함께 극복하려면 국민의 지속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 전제가 있다. 국민들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결정은 투명해야 한다. 합리적이면서도 과학적이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에 비해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인구의 45% 정도인 대만은 확진자 1000명 이하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일일 확진자 뿐만 아니라 일일 검사자도 함께 발표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검사건수로 확진자수를 조절하고 있다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괜한 걸 의심한다고 뭐라 할 것이 아니다. 쓸데없는 의심을 사지 않도록 과학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행정조치도 국민 편에서 이뤄져야 한다. 행정편의적 조치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예로 일괄적으로 300명 이상의 학원을 금지할 것이 아니다. 학생 1인당 충분한 면적 및 동선 확보, 방역활동 등 필요한 조치를 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카페, PC방, 음식점 영업도 일괄적으로 통제할 게 아니다. 어떤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지를 정해 제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하라는 지침이다. 당국자가 책상에 앉아서 규모, 업종을 정하고 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은 행정 편의적일 뿐이다. 합리적이지도 않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대응 방식은 지속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길어지면 국민 저항을 초래한다.
재난 피해 지원도 그렇다. 마치 시혜를 베풀 듯 하면 안 된다. ‘안 받는 것보다 낫다’는 식의 위로 성격으로 돈을 나눠줄 때가 아니다. 장기적인 팬데믹 상황을 가정하고 감염 수준을 낮추고, 국민이 제한적으로라도 교육 및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장기전을 치를 때엔 무엇보다 ‘일관성있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밀어 붙여야 한다. 확진자 수에 일희일비 하면서 정부 스스로가 ‘풀었다, 조였다’ 하는 식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 확진자가 조금 줄면 외출과 소비를 권장했다가 다시 늘면 일상생활을 확 죄는 것은 ‘하수’(下手)의 전략이다.
사태 확산과 방역 책임을 누구에게 미루거나 방역의 주체도 국민에게 떠넘기는 듯한 태도도 옳지 않다. 집회를 비롯한 대규모 행사가 감염 확산에 분명 영향이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네 탓, 내 탓’만 해선 안 된다.
장기적으로 보아 허용할 수 있는 것과 금지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 위반 시에는 대만처럼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처벌하면 된다. 마땅한 준비도 없고 대안도 없는 일반 국민들이 학교도, 학원도, 카페, 식당, 마트도 마음대로 못 가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방역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꼴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 기준을 갖고 국민의 편에서 장기적인 팬데믹 상황을 대비하는 전략을 마련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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