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는 대표적인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꼽습니다. IT조선은 ‘레고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덕업일치를 이룬 한국 대표 작가를 비롯해 10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레고 브릭의 매력과 창의력, 작품 활동에 필요한 요소를 풀어 냅니다. [편집자주]

"레고는 문화다."

그룹 블랙핑크 제니의 패션화보 속 샤넬 가방을 레고 브릭으로 재현해 소셜 미디어에서 이목을 끈 이가 있다. 레고 창작가이자 사진 촬영감독으로 활동 중인 정운현(42) 작가다.


정운현 레고 창작가. / IT조선
정운현 레고 창작가. / IT조선
정운현 작가는 레고 기성품을 몇 번이고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는 ‘재창조(ReBuild)’활동을 통해 레고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레고 브릭을 사용한 창작 분야를 접하고, 좀 더 크고 복잡한 창작품을 만들며 얻은 희열과 성취감이 자연스레 레고 창작가 활동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2018년에는 이재원 작가와 ‘오이와 도루묵’이란 이름의 대형 브릭헤즈 피규어를 제작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정 작가가 레고 창작을 위해 작업실을 마련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장난감으로 뭘 할 수 있겠냐’, ‘장난감에 무슨 돈을 그리 많이 쓰냐’ 등 만류했던 사람도 있었을 정도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정 작가는 "레고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예술과 놀이를 포함한 그보다 더 큰 범주에 속해있다고 생각한다"며 "레고는 예술이 될 수도 있고, 놀이가 될 수도 있으며, 교육과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즉 레고는 문화다. 나는 문화를 즐기는 것이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작품 활동에 대해 밝혔다.

정운현 작가는 레고 창작품 제작에서 중요한 것은 ‘질감과 특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몇 개월 전 블랙핑크 제니의 잡지 촬영이 있었다. 샤넬 브랜드 촬영이었는데 새로 출시된 가방을 레고로 만들어 촬영 소품으로 활용했다. 다행히 이질감없이 만들어져서 제니도 마음에 들어해 선물했다"며 "레고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때 구체적인 스토리를 담는 편이다. 창작이라면 있을 법한 것, 존재하는 모델이라면 최대한 실제와 같아 보이도록 만든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질감의 표현과 특징의 표현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레고로 완벽한 구체를 만들지 못하는 것처럼 레고가 뭐든지 다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레고로 만드는 것이 재미있고 표현하기 위해 연구하는 과정 또한 즐길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운현 작가는 레고 창작 활동에 자신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창의적 영감을 얻기 위해 전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 다른 분야 장난감도 만들어보고, 그림도 그리고, 가끔은 멍하니 세상을 구경 다니기도 한다. 나만의 방식이니 무엇이 더 좋고 그런 것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레고를 활용해 무엇인가를 창작할 때 그 외에 것에 더 관심을 둔다"고 전했다.

정 작가는 "창의적 영감은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 넓은 곳을 보면서 자연스레 나오는 것 같다. 이것이 나름 노하우라면 노하우다"라고 조언했다.

정운현 작가는 레고 창작을 위해 대단한 노력은 들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력이라는 단어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하지만, ‘창의성’에 있어서는 남들보다 조금은 좋은 것 같다. 반복되고 지루한 것은 정말 힘들다. 그래서 일을 할 때도 취미를 할 때도 항상 새로운 방향을 찾는다. 그래서 ‘레고’로 무언가를 만들 때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레고 헤드폰. / IT조선
레고 헤드폰. / IT조선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 작가는 "노력보다는 주변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추천한다. 질문과 다른 대답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적어도 나의 창의력은 그렇게 커져왔다. 그리고 많이 만들어 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면서 레고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레고 창작가를 꿈꾸는 젊은 세대를 향해 정운현 작가는 "취미로 하려면 얼마든지 즐겨도 좋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직업으로 삼는 것은 조금 고민을 해야 한다. 아직은 레고 창작가를 업으로 삼아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큰 경제력이 수반되지는 않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아직 그렇다. 이를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활동을 꾸준히 응원하면서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창의력으로 미래를 열어갈 어린이를 향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아이들이 레고를 사용해 창의력을 키우고 그것을 교육과도 접목시킬 또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들은 미래를 새롭게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선 새로운 문화, 창의적인 발상으로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것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운현 작가는 "‘세상을 재창조하는 것(Rebuild The World)’, 미래를 열어갈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미 굳어져가는 발상을 부수고 새로운 새상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응원한다. 새롭게 만들어 보라"고 조언했다.

레고그룹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끌자는 취지의 ‘리빌드 더 월드(Rebuild The World)’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정운현 작가가 말하는 창의력의 원동력인 ‘주변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는 습관’은 레고 창작을 넘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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