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9일 자사의 차세대 CPU인 ‘라이젠 5000시리즈’를 공개했다. 2017년 처음 선보인 1세대 제품을 기준으로 4세대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새로운 ‘젠 3(Zen 3)’ 아키텍처에 기반을 둔 4세대 라이젠 5000시리즈는 기존 젠 2 아키텍처에 기반을 둔 3세대 라이젠 3000시리즈와 같은 7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들지만, 아키텍처와 성능 부문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다고 AMD는 강조했다.

AMD CEO 리사 수 박사가 4세대 라이젠 9 5900X 프로세서를 들어보이는 모습 / AMD
AMD CEO 리사 수 박사가 4세대 라이젠 9 5900X 프로세서를 들어보이는 모습 / AMD
3세대까지의 AMD 라이젠 프로세서는 4개의 CPU 코어를 하나로 묶은 코어 콤플렉스(CCX)를 기준으로, 2개의 CCX를 이어붙여 하나의 칩렛 다이(chiplet die)로 만든 CCD(Compute Core Design)를 CPU 구성의 기본으로 삼아왔다. 8코어 CPU를 만들 경우 1개의 CCD를 사용하고, 16코어 CPU를 만들려면 2개의 CCD를 사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는 제조 수율에 대한 영향을 덜 받아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고, 상대적으로 코어 수를 늘리기 쉬운 것이 장점이다. 라이젠 프로세서가 경쟁사보다 코어 수가 더 많은 제품을 빠르게 선보이면서 가격은 좀 더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던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각각의 코어들이 4개 단위로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고, 코어 간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별도의 연결라인(인피니티 패브릭)이 필요해 CPU의 전체적인 응답속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라이젠 5000시리즈의 젠 3 아키텍처는 칩렛당 분리되어 있던 코어와 캐시 메모리를 통합해 응답속도와 성능을 한층 끌어올렸다. / AMD
라이젠 5000시리즈의 젠 3 아키텍처는 칩렛당 분리되어 있던 코어와 캐시 메모리를 통합해 응답속도와 성능을 한층 끌어올렸다. / AMD
이번 라이젠 5000시리즈에 적용한 젠 3 아키텍처는 CCD 안에 4개씩 2개의 CCX로 분리되어 있던 코어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1개의 CCD 기준으로 8개의 CPU 코어가 직접 연결되고, 각각 둘(16MB x2)로 나뉘었던 L3 캐시도 용량은 같지만 하나로 통합(32MB)해 8개의 CPU 코어가 함께 공유하게 됐다.

그 결과 코어 간 응답속도가 개선되어 전체적인 성능이 향상됨은 물론, 전력 효율도 더욱 좋아졌다고 AMD는 설명했다. 특히 코어당 성능(IPC)은 기존 3세대 라이젠의 젠2 아키텍처 대비 최대 19%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라이젠 5000시리즈는 이전 세대 대비 평균 26%의 게임 성능 향상을 달성했다. / AMD
라이젠 5000시리즈는 이전 세대 대비 평균 26%의 게임 성능 향상을 달성했다. / AMD
AMD는 이러한 아키텍처 변화로, 라이젠 5000시리즈는 기존 3세대 대비 큰 폭의 게임 성능 향상을 실현했다고 소개했다. 라이젠 5000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라이젠 9 5900X 기준으로, 이전 세대 동급 제품인 라이젠 9 3900XT와 비교해 최소 5%에서 최대 50% 향상된 게임 퍼포먼스를 제공한다는 것. 평균적으로는 26%의 게임 성능 향상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상급 CPU 기준으로 이전까지 경쟁사보다 뒤처졌던 코어당 성능(IPC)도 오히려 역전, 대다수 게임에서 좀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라이젠 5000시리즈는 향상된 성능에 맞춰 가격도 50달러씩 상승했다. / AMD
라이젠 5000시리즈는 향상된 성능에 맞춰 가격도 50달러씩 상승했다. / AMD
라이젠 5000시리즈는 우선 총 4개 모델로 선보인다. 최상급 모델인 라이젠 9 5950X(16코어 32스레드)를 시작으로, 라이젠 9 5900X(12코어 24스레드), 라이젠 7 5800X(8코어 16스레드), 라이젠 5 5600X(6코어 12 스레드)의 4개 모델을 우선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최상위 모델인 라이젠 9 5950X는 일반 사용자보다는 전문가용에 더 적합한 제품인 만큼, 실질적인 주력은 라이젠 9 5900X와 그 이하 모델이 될 전망이다.

이번 라이젠 5000시리즈는 향상된 성능만큼 가격도 상승했다. 라이젠 9 5900X가 549달러(63만2700원), 라이젠 7 5800X가 449달러(51만7500원), 라이젠 5 5600X가 299달러(34만4600원, 이상 VAT 별도)로, 3세대 라이젠 3000시리즈의 동급 제품보다 50달러씩 올랐다. 라이젠 9 5950X 역시 50달러 오른 799달러(92만원)다. 11월 5일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며, 기존 500시리즈 칩셋 메인보드와 그대로 호환된다.

리사 수 박사가 28일 발표 예정인 차세대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 AMD
리사 수 박사가 28일 발표 예정인 차세대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 AMD
AMD CEO인 리사 수(Lisa Su) 박사는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면서 업무, 협업,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고성능 PC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라며 "코어당 성능과 소비전력 대비 성능이 모두 향상된 라이젠 5000시리즈는 최상급 게임 성능을 원하는 게이머들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최고의 CPU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MD는 오는 28일 공개할 예정인 ‘빅 나비’ 기반 차세대 ‘라데온(Radeon) RX 6000시리즈’ 그래픽카드에 대한 정보도 살짝 공개했다. 구체적인 성능을 모두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AAA급 게임을 4K 해상도에서 60프레임 안팎의 퍼포먼스로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리사 수 박사는 덧붙였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