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 사업자와 TV 사업자에 동일한 재난방송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한국방송협회 표지석 / 한국방송협회
한국방송협회 표지석 / 한국방송협회
방송협회는 15일 국무조정실 규제개선추진단에 ‘라디오 재난방송 기준 합리화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르면 정부가 요청한 재난방송에 대해 방송사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방송해야 한다고 정하며 이에 대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부과한다. 하지만 방송 현장에서는 현실적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 규제들이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방송협회는 요청서에 자막이나 화면 분할을 통해 본 프로그램에 큰 방해 없이 재난방송을 실시할 수 있는 TV와 달리, 라디오는 계획된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해야만 해 청취자들의 청취권 보장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방송 중이라도 무조건 방송을 중단하고 진행자가 재난 상황과 시, 군 단위 지역명, 행동요령까지 수많은 재난방송 문안을 그대로 빠짐없이 읽어야 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또 일원화된 재난방송 요청창구 없이 각 부처의 임의적 판단에 의한 재난방송 요구가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다 보니 재난방송으로 인한 정규 방송 중단이 과도하게 자주 일어나거나, 정말 중대한 재난보다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덜한 재난방송이 더 자주 노출되는 불합리한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개선책으로 재난의 시급성, 사안의 중대성에 따른 재난방송의 단계적 송출 기준의 마련을 제시했다. 재난의 성격에 따라 차등화된 재난방송 송출 기준을 마련해 라디오 방송사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또 재난 방송 창구를 일원화해 재난의 중대성, 시급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효율적인 재난방송 요청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을 요구했다. 라디오 매체의 특성에 맞게 재난방송 지역 호명 개수를 줄이고 보다 간결한 문구로 전달할 수 있도록 방송 문안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협회 관계자는 "라디오 방송이 중요한 보편적 재난보도 매체인 만큼 매체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재난방송 규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통위도 문제성을 인지하고 있다. 14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에 참여한 김창룡 상임위원도 "행정처분에 관한 불만이 높은데, 현장 여론을 경청해 행정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며 재난방송 시행령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비칠 수 있지만, 재난 정보가 필요한 국민의 입장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국조실 규제개혁추진단에 요청서가 접수되면 14일 이내에 부처 국‧과장의 검토를 거쳐 답변을 등록해야 한다.

국조실 관계자는 "담당 부처가 수용하면 빨리 끝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입증책임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그렇게 대면 부처 건의일 날짜 기준으로 60일 이내 답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처에 내용을 전달하기까지 자료를 가공하는 등의 내부행정처리 절차를 고려하면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