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끝판왕] ⑧레고로 '훈민정음 해례본·직지심체요절' 만든 진형준 작가

김형원 기자
입력 2020.10.23 06:00
"남들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나의 시선에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듭니다."

브릭 아티스트 ‘육포공장’ 진형준(31) 작가는 2015년 훈민정음의 소중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레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진 작가의 해례본 작품은 정음문화연구원에 기증됐다.

진형준 작가는 2019년, ‘직지심체요절’ 작품을 전통미술대전 현대공예분야에 출품하기도 했다. 레고 브릭으로 직지심체요절을 한자로 한글자씩 만들어 이를 늘어놓은 뒤 잉크로 종이에 찍어내 족자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진형준 작가. / IT조선
진 작가가 브릭 창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인한 긴 투병생활 때문이다. 작가는 "매일매일 똑 같은 병원생활을, 느리게만 가는 병원시계를 좀 더 빠르게 돌려보려고 레고를 조립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레고 창작 활동의 영감은 일상에서 얻고 있다. 어떤 주제에 관심이 솟구치면 스케치를 하거나 가상의 공간에서 레고 브릭을 조립해 볼 수 있는 ‘스튜디오’ 프로그램으로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의 레고 창작물은 ‘수많은 수정’ 과정 속에 탄생한다. 창작물이 의외로 빨리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번의 수정 과정 속에서 작가가 의도했던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진형준 작가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에 맞추라고 조언했다.

진 작가는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 등장인물 라제쉬가 ‘팔로우 유어 하트(Follow Your Heart)’란 대사를 한 적이 있다. 드라마에선 다른 의미로 쓰였지만, 레고 작품을 만들 때 남들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고 나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이 더 창의적인 작품을 도출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기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활동에 더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다른 작업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그런 과정속에서 좀 더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게되고, 그 느낌이 다음 작업을 하는데 원동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진형준 작가는 레고 창작 노하우에 대해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생각을 단순화 시키는 편이다. 나의 경우 그 시간은 ‘등산'이다. 등산을 하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내 앞에 있는 환경에 집중하지 않으면 다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며 "가끔 정상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기가 탁 트인 경치를 감상하면 문득 새로운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하고 경직되어 있던 생각이 조금은 유연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형준 작가 레고 창작품. / IT조선
진 작가는 레고 창작가를 꿈 꾸는 이들을 향해 "내가 만든 결과물에 당당해져라"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작업하는 것들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 작업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재미있게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작품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진형준 작가는 창의력으로 미래를 열어갈 어린 세대를 위해 어른들이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진 작가는 "어린이는 그 자체로 창의적이다. 가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을 진행하면 생각지도 못한 표현법에 감탄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아이들은 이미 창의적인데 우리는 어린이들의 창의적인 활동을 끝까지 기다려주지 못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창의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어른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켜보고 응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형준 작가는 향후 목표에 대해 ‘예술의전당'에서 개인전을 열고 싶다고 밝혔다. 예술의전당을 택한 이유는 예술의전당이라는 공간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장소라는 설명이다. 진 작가는 "문화와 예술이 공유되는 장소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목표이자 욕심이다"고 밝혔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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