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윗은 승리했다."

다윗과 골리앗은 규모가 크게 차이 날 때, 곧잘 인용되는 문구다. 작은 다윗이 거대한 골리앗을 상대로 지혜롭게 싸워 이겼다는 것이다. 두 영웅의 전투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놓치기 쉬운 중요한 부분 하나가 있다.

다윗의 전투태세다. 다윗은 골리앗과 전투에 나서기 전 무거운 갑옷을 먼저 벗었다. 또 방패와 검 대신 자신에게 편안한 돌팔매를 들었다. 어쭙잖게 골리앗을 따라 하지 않았다.

자본 규모로 덩치가 결정되고 있는 인공지능(AI)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과 중국에서 거대한 골리앗 AI기업이 이미 지배적인 시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 자연어처리 AI모델 ‘GPT-3’은 학습에만 수백만달러의 자본이 필요하고, 수십시간의 학습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 서비스권을 구매해, 자본 없으면 AI 개발이 힘든 ‘격차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하드웨어도 비슷하다. 엔비디아를 제외하면 상용화 AI칩이 없다시피 하다. 구글은 자체 AI칩 TPU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별것 아닌 하드웨어 차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빠른 AI학습은 새로운 시도와 결과, 실험 등으로 이어진다. 인지하기 힘든 분야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AI시대 서막을 알린 ‘알파고’ 개발에 구글은 약 4억달러(4500억원)가 넘는 자본을 투자했다. 올해 국내에서 하반기 추경을 통해 집행된 학습용 데이터 확보 예산이 약 3000억원 규모다. 골리앗 AI기업의 하나 프로젝트만도 못한 액수다.

정부 산업 육성 예산과 비슷한 수준의 자금력을 자랑하는 그들이다. 일개 국내 기업이 이들과 싸워 이기긴 어렵다. 백명이 넘는 전문가가 연구 중인 AI연구소마저 "구글 같은 기업, 장기전에서 자본력으로 이기기 어렵다"고 실토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기업도 돈만 쏟아부어서 AI분야서 글로벌 기준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들처럼 연구하면 안 된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을 똑같이 바라보려고 하면 안 된다.

우리는 골리앗이 아니라 다윗이 돼야 한다. 다윗처럼 괜히 무거운 갑옷을 입지 말고, 쓰지도 못하는 검을 버려야 한다. 기술 자부심도 좋지만, 좀 더 이용자에 맞춘 서비스를 선보이고, 국내 실정에 맞는 이론과 모델로 무장해야 한다.

선점이 중요한 AI 시장에 많은 기업과 정부가 출사표를 던지며, 현대판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이 난세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골리앗을 바라봐선 안 된다. 골리앗이 갖고 있지 않은 우리만의 무기인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돌팔매’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무대에 출사표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