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그래픽카드(GPU) 시장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엔비디아가 순차적으로 출시 중인 차세대 그래픽카드 ‘지포스 30시리즈’가 시장에서 순항 중인 가운데, 최대 맞수인 AMD도 29일 새벽 자사의 차세대 그래픽카드 ‘라데온 RX 6000’ 시리즈를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지포스 30시리즈가 역대 최고의 가격 대비 성능을 보이는 상황에서 AMD의 라데온 RX 6000시리즈 역시 그에 못지않은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는 소문과 기대감이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및 재택근무가 계속되고 게이밍 PC의 핵심 부품인 고사양·고성능 그래픽카드 수요가 덩달아 급증한 가운데, 달아오르는 그래픽카드 시장을 두고 어느 쪽이 먼저 웃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지포스 30시리즈(왼쪽)와 AMD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 / 엔비디아, AMD
엔비디아의 지포스 30시리즈(왼쪽)와 AMD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 / 엔비디아, AMD
지포스 30시리즈로 선공 나선 엔비디아, 긴장의 끈 놓지 않는다

9월 초 차세대 지포스 30시리즈를 발표한 엔비디아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9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한 지포스 RTX 3080, 3090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포스 RTX 3080의 경우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매물이 등록되면 이내 매진될 정도로 여전히 인기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마냥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스스로 시인할 정도로 지포스 30시리즈는 초기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초도물량 확보와 공급이 충분치 못했다. 세계적인 수요와 인기에도 불구하고 공급 자체가 적다 보니, 실제 판매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애초에 10월 중순이었던 RTX 3070의 출시 시기도 약 2주 후인 10월 말로 미뤘다. 엔비디아가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경쟁사의 신제품을 견제하는 동시에, 초도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3080 및 3090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결정으로 본다.

경쟁사 AMD의 ‘라데온 RX 6000’ 시리즈의 등장도 변수다. 엔비디아가 평소 행보와 다르게 지포스 30시리즈의 가격을 이전 세대 수준으로 동결하고, 주력인 RTX 3070의 출시를 연기하면서 견제에 나선 것도 그만큼 AMD의 신제품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서 유출된 지포스 RTX 3070의 리뷰어 가이드 성능비교 그래프 / 엔비디아
해외서 유출된 지포스 RTX 3070의 리뷰어 가이드 성능비교 그래프 / 엔비디아
엔비디아가 가장 크게 기대하고, 업계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제품은 태평양 표준시로 29일 출시할 예정인 지포스 RTX 3070이다. 해외 커뮤니티에서 유출된 리뷰용 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지포스 RTX 3070의 대략적인 성능은 이전 세대 최고급 제품인 RTX 2080 Ti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 당시 가격은 2080 Ti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가격 대비 성능’도 뛰어난 제품으로 꼽힌다.

그 때문에 초도 물량이 충분히 공급된다는 가정하에 지포스 RTX 3070의 수요와 인기는 지포스 RTX 3080, 3090을 훨씬 뛰어넘을 전망이다. 메인스트림급 제품부터 하이엔드급 제품까지 한발 먼저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엔비디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AMD, 라데온 RX 6000시리즈로 ‘그래픽 명가’ 자존심 회복 나선다

AMD는 그동안 CPU에 집중하느라 그래픽카드 시장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동 세대 제품의 성능과 시장 점유율이 엔비디아에 크게 밀리는 것은 물론, AMD의 그래픽카드 부문 수장이었던 라자 코두리를 비롯해 상당수 관련 인재들이 경쟁사로 유출되는 것조차 제대로 막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번에 선보이는 라데온 RX 6000시리즈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경쟁사와 크게 벌어졌던 기술적, 성능적 격차를 이번 신제품으로 단번에 따라잡는다는 모양새다.

지난 9일 라이젠 5000시리즈 발표에서 공개한 라데온 RX 6000시리즈의 간단한 시연 영상만 보면 AMD 역시 차세대 그래픽카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성능 지표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각종 최신 게임을 4K 해상도에서 쾌적하게 구동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엔비디아 지포스 30시리즈에 확실히 견줄 만한 제품임을 어필했다.

해외 커뮤니티에 유출된 라데온 RX 6000시리즈 그래픽카드의 사양표 / 비디오카즈 갈무리
해외 커뮤니티에 유출된 라데온 RX 6000시리즈 그래픽카드의 사양표 / 비디오카즈 갈무리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유출된 하드웨어 사양 역시 만만치 않다. 최고 사양 제품인 ‘라데온 RX 6900XT를 기준으로 최대 80개의 컴퓨트 유닛(CU)과 2㎓를 넘는 작동 속도, 16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메모리 등으로 엔비디아의 RTX 3080와 견줄만한 구성을 갖췄다.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같은 일부 기능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성능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최대 관건은 ‘가격’이다. 엔비디아가 가격 동결이라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견제하는 상황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마찬가지로 ‘가격’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고성능 그래픽카드에 대한 시장 수요는 한발 먼저 출시한 지포스 30시리즈를 통해 충분히 확인된 상황이다. 비슷한 성능에 가격까지 착하게 나온다면 상대적으로 출시가 늦음에도 불구하고 해볼 만 하다는 평이다.

지포스 30시리즈로 선수를 날리면서 시장 수성에 나선 엔비디아와 라데온 RX 6000시리즈로 추격은 물론, 역전 홈런까지 노리는 AMD의 차세대 그래픽카드 대결은 올 한해 흥미진진했던 PC 시장에서도 최대의 볼거리이자 이슈가 될 전망이다. 연말 최대 성수기 시즌도 앞둔 만큼 양사의 자존심 대결이 더욱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과연 어느 회사가 먼저 웃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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