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업계가 도매대가 인하, 자급제폰 수요 증가 등 겹호재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알뜰폰은 연초 이통3사(MNO)의 요금할인과 마케팅 공세에 밀려 가입자를 빼앗겼지만, 6월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LTE와 5G 사용료 인하에 따른 저렴한 통신 요금제를 바탕으로 가입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200GB를 사용해도 월 5만원 정도만 내면 되는 요금제 등장도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일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 망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받는 통신망 임차료 즉 ‘도매대가’ 관련 확정안을 발표했다. 도매대가는 보통 과기정통부와 SK텔레콤이 논의해 확정하고, KT와 LG유플러스가 따르는 식으로 정해진다. 알뜰폰 업체가 저렴한 통신료에 기반한 요금제를 선보이려면 이통사 통신망을 빌려쓰는 가격을 낮춰야만 한다.

알뜰폰 홍보관 역할을 할 알뜰폰스퀘어 오픈식 행사 모습 / 류은주 기자
알뜰폰 홍보관 역할을 할 알뜰폰스퀘어 오픈식 행사 모습 / 류은주 기자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와 4G(LTE) T플랜과 밴드데이터 요금제의 수익배분 방식 도매대가를 낮췄다. 그 결과 월 요금 3만원 중반대에 데이터 9GB를 제공하는 5G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졌다. 데이터 200GB를 제공하는 5만원대 초반 요금제 출시도 가능하다. 알뜰폰 이용자가 많이 몰리는 LTE 주력 요금제인 T플랜과 밴드데이터 관련 대가는 종전보다 0.5~2%포인트(P) 인하됐다.

과기정통부는 저가 요금상품에 주로 적용되는 종량제(음성, 데이터, 단문메시지 사용량만큼 도매대가를 납부) 도매대가를 대폭 인하했다. 올해 인하율은 음성 42.4%, 데이터 22.7%다. 2019년(음성 17.8%, 데이터 19.2%) 대비 높은 수준이다. 가입자가 실제 사용하지 않더라도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최소사용료는 월 1600원에서 1500원으로 100원 줄였다.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중심 이용환경과 완성차, 무선사물인터넷(IoT) 등 분야에서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 전용 알뜰폰 사업자 기반을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를 다량으로 구매하면 도매대가를 추가로 할인하는 다량구매할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도매대가 인하율 / 과기정통부
도매대가 인하율 / 과기정통부
SK텔레콤은 알뜰폰 사업자가 이용한 데이터양에 따라 최소 0.8%에서 최대 13%까지 할인을 2021년 초부터 제공해 6개 사업자를 적용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조합의 요금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활성화 대책에 알뜰폰 업계가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알뜰폰 시장은 6월부터 번호이동 시장에서 순증세를 이어간다. 가입자 정체기를 점차 벗어나는 상황인데, 요금인하에 따른 활성화가 기대된다.

알뜰폰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매우 고무적인 수준의 요금 인하다"며 "특히 10%대에 그치던 종량제 인하율이 올해는 음성의 경우 40%대를 넘어서는 등 인하 폭이 매우 커 사업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전반적으로 고르게 도매대가 인하가 이뤄졌다"며 "내년 알뜰폰 가입자 증가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자급제+알뜰폰 수요 노린다

최근 알뜰폰 업계는 아이폰12 출시를 맞아 자급제폰과 알뜰폰 요금제 조합을 고민하는 이용자들을 겨냥한 프로모션을 앞다퉈 선보인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관심을 받을 때 가입자를 확 영입하겠다는 심산이다. 예전 알뜰폰 업체가 판매하던 단말기로는 저사양 스마트폰이 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이통3사의 고가 5G 요금제 가입에 대한 부담 영향에 따라 자급제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입 후 알뜰폰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KT엠모바일 아이폰12 광고 화면 / KT엠모바일 홈페이지 갈무리
KT엠모바일 아이폰12 광고 화면 / KT엠모바일 홈페이지 갈무리
알뜰폰 점유율 1위 사업자 KT엠모바일은 홈페이지에 대대적으로 아이폰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아이폰 보험 서비스도 제공한다. 앞서 U+알뜰모바일도 알뜰폰 업계에서 처음으로 아이폰 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KT엠모바일은 SK텔레콤 월 8만90000원 5GX요금제(2년약정 기준)와 비교했을 때 81만원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 중이다. 아이폰12 자급제 고객이 유심을 개통할 때 휴대폰 분실, 파손 등 단발 보험서비스인 ‘휴대폰 안심 서비스'도 선착순 1000명에 한해 무상 지원한다. 애플 정품 액세서리인 맥세이프도 추첨을 통해 제공한다. 이 밖에도 왓챠, 윌라오디오북, 지니뮤직 3개월 등의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등 아이폰 유저 모시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LG유플러스는 U+알뜰폰 파트너스를 통해 자급제폰과 알뜰폰 유심요금제를 동시에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꿀조합’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U+알뜰폰 파트너스사 큰사람, 인스코비, 여유텔레콤, 서경방송, 에넥스텔레콤, 아이즈비전, 에스원안심모바일,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이 참여한다.

기간한정 특별할인을 적용한 ‘사과요금제’도 출시했다. 신규 자급제폰은 물론 중고 iOS폰도 가입이 가능하다. 2종의 전원증정 사은품과 5가지 추첨사은품도 받을 수 있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SK텔링크는 아이폰12 시리즈 출시에 맞춰 ‘SK 세븐모바일’ 무제한 유심 요금제에 가입하는 모든 고객에게 ‘애플 정품 20W 충전기’를 즉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애플 공식 리셀러인 ‘윌리스’ 오프라인 매장에서 출시 후 7일간(10월 30일~11월 5일) 아이폰 12 시리즈를 구입하고 ‘SK 세븐모바일’ 무제한 유심 3종에 가입하면 현장에서 바로 정품 충전 어댑터를 받을 수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아이폰12 등 프리미엄 자급제폰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판단하에 프로모션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도매대가 인하로 자급제폰과 알뜰폰 유심의 조합이 계속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