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로 산 아이폰, 보험 가입 제약에 소비자 ‘불만’

일부 이동통신사가 아이폰12 자급제(제조사나 유통 채널에서 공기계를 사는 방식) 구매 고객의 단말 보험 상품에 제한을 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자급제 단말기에 대한 차별을 없애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휴대폰 현장에서는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리 부실’ 지적이 나온다.

휴대폰 매장이 모여 있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 김평화 기자
휴대폰 매장이 모여 있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 김평화 기자
8일 이동통신 및 모바일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2와 아이폰12프로를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보험 관련 불만이 쏟아진다. 자급제로 기기를 구매한 후 이동통신사에 단말 보험 서비스를 가입하려고 했더니 여러가지 제약이 붙으며 이통사에서 아이폰을 구입할 때와 조건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사모 등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에는 관련 불만을 담은 글이 속속 올라왔다. 아이폰12를 자급제로 구매했다는 한 회원(ㅎ****)은 "SK텔레콤 대리점에 갔더니 파손보험인 i40밖에 가입이 안 된다고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IT조선 확인 결과 SK텔레콤은 자급제로 구매한 아이폰12 이용자에게 ‘파손 i40’ 한 가지 보험만 제공하고 있었다. 매월 2800원을 납입해 파손만 보장받는 상품으로 파손 발생 시 보상 한도 40만원에 자기 부담금은 30%였다. 아이폰 대상 보험 상품 중 보험액과 보장 범위가 가장 낮은 상품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을 통해 아이폰12를 구매한 사용자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더 많았다. 파손 전용 상품에서 원하는 보상 폭에 따라 상품을 추가로 고를 수 있었다. 분실까지 보장하는 보험도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가입이 가능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자급제 아이폰이라고 해서 파손 보험만 지원하는 등의 제한을 두진 않았다. 이통사에서 기기를 구매했을 때와 동일하게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단, LG유플러스의 경우 자급제 아이폰은 기기 구매 영수증 등을 지참한 후 직접 대리점에 방문해야만 보험 가입이 가능했다.

이통사들은 자급제 아이폰 고객을 고의로 차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른 제조사와 달리 애플이 자사만의 정책을 강요하면서 서비스 제공에 제약이 붙었다는 설명을 더했다. 자급제 아이폰은 이통사에서 판매하는 아이폰과 달리 단말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보험 서비스 지원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같은 설명이 온전한 해답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애플 정책으로 인해 보험 서비스 차별이 발생한다면 이통 3사 모두 제약이 동일해야 하지만 업체별로 자급제 아이폰 고객에 제공하는 보험 가입 절차와 보장 범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현장에서는 본사 정책과 달리 자급제 아이폰의 보험 가입조차 거부하는 곳이 있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 이통사 대리점은 자급제 아이폰의 보험 가입이 가능한지를 묻자 "자급제 아이폰은 다 가입이 안 된다"며 "통신사에서 산 것만 가능하다"고 잘못 안내하기까지 했다.

이에 정부의 자급제 단말 정책 실행에 있어 관리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통 업계의 자급제 단말 차별 행위를 금지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공공연하게 차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019년 말 자급제 단말기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자급제 단말기 유통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이동통신사가 분실·파손 등의 단말기 보험을 제공하는 조건에 있어 자급제 단말기 이용자와 이동통신향(이통사 구매) 단말기 이용자 간 부당한 차별행위 금지’ 조항이 담겼다. 기기 구매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단말 보험 제공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이통사에 계속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며 "차별이 실제 발생하고 있다면 시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정 지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2019년 12월 발표한 ‘자급제 단말기 가이드라인' 세부 조항. 단말기 보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방통위가 2019년 12월 발표한 ‘자급제 단말기 가이드라인' 세부 조항. 단말기 보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