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한국 주요 게임 기업들이 신작 가뭄을 해결한다. 2020년을 마무리하고 업계 대목으로 꼽히는 겨울방학을 노려 신작을 대거 준비한다. 대부분 ‘대작’으로 분류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다. 오랜만에 출시되는 PC게임, 여성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작품도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세븐나이츠2, 트릭스터M, 미르4, 엘리온 이미지 / 각 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세븐나이츠2, 트릭스터M, 미르4, 엘리온 이미지 / 각 사 제공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시장이 모바일게임 위주로 돌아가며 의미가 다소 줄긴 했지만, 사실 PC게임 전성기 시절부터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연말은 게임 업계 성수기로 꼽혔다"며 "지스타를 11월에 여는 이유도 대목인 겨울 방학을 앞두고 신작을 비롯한 주요 소식을 전하기 좋은 시기여서다"고 말했다.

넷마블, 세븐나이츠2 18일 출시…자체 IP 대박의 꿈 이룰까

신작 중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넷마블의 세븐나이츠2다. 회사는 최근 세븐나이츠2 출시일을 11월 18일로 확정했다. 업계는 이 게임이 자체 IP가 부족하다는 넷마블의 고질적인 약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지를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는다.

전작 세븐나이츠는 2014년 출시해 지금도 서비스 중인 수집형 RPG다. 세계 137개국에서 회원 수 4390만명쯤을 보유할 정도로 흥행했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의 캐릭터 수집 요소와 전략 요소를 계승해 세븐나이츠2를 만들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실사로 바꾸고, 수집한 캐릭터를 조합해 파티를 꾸려 전투하는 MMORPG 요소를 강조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대세’ 떠오른 도트 그래픽 계보 잇는 엔씨소프트 ‘트릭스터M’

최근 넥슨 ‘바람의나라 연’과 카카오게임즈 ‘가디언 테일즈’ 등 도트 그래픽으로 만든 게임이 인기를 끌었다. 이 흐름에 엔씨소프트(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가 동참한다. 2003년 출시 후 2014년까지 3947일 동안 서비스했던 게임 ‘트릭스터’의 플레이 경험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긴 ‘트릭스터M’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이성구 엔트리브소프트 대표·엔씨소프트 전무는 7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게임을 ‘귀여운 리니지’라고 소개했다. "모바일에 원작을 담는 것에 더해 엔씨소프트의 MMORPG 개발 노하우를 담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개발팀은 트릭스터M에 리니지2M에 이식된, 로딩이 필요 없는 ‘심리스 오픈월드’와 캐릭터 간 ‘충돌 구현’ 등 고급 기술을 적용했다.

위메이드 ‘미르4’, 동양 무협 판타지로 ‘미르의 전설2’ 신화 잇는다

위메이드는 신작 미르4 출시를 앞두고 사전 테스트(CBT)를 10월 29일~11월 2일 진행했다. 미르4는 ▲위메이드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이고 ▲미르의 전설2의 후속작이며 ▲미르 세계관을 활용한 신작 3종인 미르 트릴로지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작 미르의 전설2의 누적 이용자 수는 5억명에 달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9조4000억원 규모 ‘전기(미르의 전설2 현지명)류 게임’의 시초가 된 게임이다. 미르4는 원작의 500년 뒤 세계를 다뤘고, 그래픽 수준도 풀 3D로 구성해 모바일게임이지만 별도 PC 클라이언트를 제공한다. 최근 서양 중세 판타지 게임이 많은 상황에서, 동양 무협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는 독특한 배경을 선보여 주목받는다.

대작 PC게임, 여성향게임 각각 도전하는 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과 스마일게이트

마술양품점 이미지 /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마술양품점 이미지 /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은 신작 ‘엘리온’으로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2018년 출시) 이후 도전이 뜸했던 PC게임 대작 틈새시장을 노린다. 이 게임은 두 회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진 주가 회복을, 크래프톤은 2021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개발력 입증을 노린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여성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신작 마술양품점을 17일 선보인다. 귀여운 그래픽, 꾸미기 요소를 담은 이 게임 개발에 놀러와 마이홈, 에브리타운 제작진이 참여했다. 마술양품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용자가 마법 세계 속 마법사가 되어 마술양품점을 운영하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게임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에 게임 개발도 침체됐다. 연말에 여러 게임 기업이 신작을 들고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칼을 갈며 엘리온을 준비하는 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 세븐나이츠2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넷마블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