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 12월 초 단행 전망
LG는 ‘안정’에 초점 둘 듯
연말 임원인사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삼성그룹과 LG그룹의 내부에서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 하는 가운데 삼성은 ‘변화’를, LG는 ‘안정’에 중점을 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통상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정기 인사를 시작해 연말까지 임원인사를 마무리한다.
[IMAGE1]이번 정기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018년 2월 경영 복귀 후 세 번째 인사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에 따라 ‘뉴삼성’의 구체적 경영 밑그림이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재계는 이 부회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운 뒤 6년 이상 삼성을 거의 이끌어온 만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법리스크가 변수다. 이 부회장은 9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 출석을 시작으로 2개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하는 처지다. 회장 승진의 경우 재판이나 국민 정서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서두르지 않겠지만, 그룹 전체 인사 시점도 이같은 영향으로 2021년 초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년째 이어진 김기남 DS 부문장(부회장), 김현석 CE 부문장(사장), 고동진 IM 부문장(사장)의 트로이카 체제가 유지될 지도 관심사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호실적을 낸 회사 상황을 반영해 3인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첫 인사인 만큼 쇄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견해도 있다. 2018년 3월 주주총회에 사내이사에 오른 3인방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주요 계열사 현직 경영진 역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에 휘말려 대대적 변화 가능성이 있다. 기소된 11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 중 이 부회장을 제외하면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현직이다. 김용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이왕익 부사장, 김종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도 재직 중이다.
[IMAGE2]LG그룹은 11월 말 예정대로 정기 인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최근 구광모 회장 주재로 주요 계열사 사업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 회장을 보좌하는 부회장단의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LG 부회장단은 권영수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4명이다.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은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퇴진했고, 2019년에는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과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물러났다. LG화학 대표이사로 신학철 부회장이 새로 합류했다.
재계에서는 LG 부회장단의 변화폭이 크지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배터리 사업 분할 및 소송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서 유임을 통한 조직 안정에 힘을 실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권영수 부회장은 임기가 2023년 3월까지다. 구 회장의 최측근으로서 실질적 조력자 역할을 하는 만큼 교체 가능성은 낮다. 권 부회장은 LG화학,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이사회 의장 등 핵심 계열사 의장을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그룹 전략방향과 의사결정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 만들어낸 훌륭한 성적표 덕에 구 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당분간 유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학철 부회장도 유임이 유력하다. 배터리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 출범, SK이노베이션과 소송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더 보여줄 것이 많다는 내부 평가다. 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 의장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하현회 부회장과 차석용 부회장은 대표이사 임기 만료가 2021년 3월이다. 하지만 이들이 일궈낸 성과를 감안할 때 입지가 견고할 것이란 평이 많다.
하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취임 후 2년간 5G 통신 사업을 성공적 안착시키고, CJ헬로비전 인수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4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으로 이통3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국내 10대그룹 계열사 중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차 부회장은 여전히 입지가 단단하다. 그는 2005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인수합병으로 세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지금의 LG생활건강을 만들었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32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오히려 부회장단이 최대 6명으로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과 송대현 사장이 후보군이다. 권 사장은 2017년 말 사장 승진 후 2019년 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호실적을 거둬 부회장 승진설이 흘러나온다. 송 사장도 H&A사업본부를 맡아 3분기 LG전자 전체 영업이익 9590억원 중 6715억원을 채운 실적을 인정받는 분위기다. 이외 LG화학에서 분리되는 배터리 부문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의 초대 사장은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