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작년 IPO 엑스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스케일업 펀드를 12조원으로 키워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을 10개 이상 키운다고 밝혔다. 이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꿈같은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블록체인 유니콘이 나오길 바란다. 2025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비대면 벤처기업 100개를 육성하겠다. LH와 손잡고 건축분야 유니콘기업을 키우겠다고.
반면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민(배달의민족) 합병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요기요’를 매각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지만 조건대로 결정되면 양사는 어떻게 결정할 지 두고 볼 일이다.
시장에서는 공정위가 이루어질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워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공정위의 요구대로 ‘요기요’를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장 지배력을 낮추기 위해 점유율 축소 요구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DH는 속으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여튼 공정위의 조치를 놓고 지루한 실랑이가 예상된다.
주저앉고 있는 경제를 일으킬 유일한 희망은 혁신기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에 중소벤처부에서는 허황할 정도의 소망들을 남발하고 있다. 이런 시국에 공정위의 조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투자 회수(exit)시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겨우 11개의 유니콘 중에서 투자 회수의 기회를 마련한 기업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혁신경제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혁신 창업의 물결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 창업 기업들의 성공은. 중소기업 규모로 생존, 중견기업 규모로 성장해 상장(IPO), 인수합병 등이다.
물론 대기업규모까지 성장하면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우리 환경에서는 참으로 험난한 길이다. 4차산업혁명기업교체율이 미국36.6%, 중국 22.2% 인데 반해 우리의 경우 혁신만이 길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14.4%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혁신기업이 대기업까지 성장하기 힘들다.
정부의 한쪽에서는 꿈을 부풀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싹을 자르는 일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혁신 산업 생태계를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돈으로만 창업을 지원한다 할 것이 아니라 돈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과 사업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다. 현재와 같은 규제와 기득권 보호 풍토에서는 아무리 창업을 많이 해도 성공의 길은 멀다.
창업한 기업이 큰 매출을 달성하고 또 이익까지 내기에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창업해 성공했다고 꼽히는 유니콘기업들도 흑자인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투자를 활성화 시키려면 투자자의 투자 회수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실상은 투자한 기업의 대부분은 실패하고 상장을 통해 투자를 회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상장이 힘든 경우에는 인수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하거나 현금으로 회수하기도 한다. 유니콘기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규모 면에서 헤드 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소규모의 성공 사례도 중요하지만 역시 국가 경제 규모에 걸 맞는 글로벌 규모의 성공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창업을 하고 또 거기에 투자해 돈을 버는 경우가 많아야 창업과 투자가 활발해진다. 특히 민간의 대규모 투자는 정부의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배민의 경우에도 매출 5,600억원에 약간의 적자인 상태이지만 5조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아 인수를 통해 딜리버리히어로(DH) 지분 50%를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 회수에 더해 경영 참여를 통해 간접적으로 글로벌 진출의 기회도 갖게 되는 것이다. 회사를 창업해 수년 동안 투혼을 불사른 창업자, 경영진, 직원, 투자자가 수 조 원의 가치를 실현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허망한 일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명준비도가 25위로 평가되는 것이다.
유니콘기업은 정부의 소망, 의지, 자신 ,신념 따위로 자라지 않는다. 기업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을 펴야 하며 정부 스스로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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