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신작 붉은사막의 장르를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라고 소개했다. 2019년 게임을 처음 공개했던 당시 ‘차세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라고 소개했던 것과 달라졌다.

펄어비스는 15일 서울 반포 메가박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붉은사막의 장르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왼쪽부터) 채효석 액션디렉터, 정환경 PD, 이성우 PD / 오시영 기자
(왼쪽부터) 채효석 액션디렉터, 정환경 PD, 이성우 PD / 오시영 기자
붉은사막은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를 전부 지원한다. 싱글 플레이에서는 용병단을 이끄는 맥더프의 여정을 체험할 수 있고, 멀티 플레이 부분에서는 이용자가 자유롭게 세계를 탐험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제작진은 싱글과 멀티 부분 아이템은 전부 연동되며, 두 모드가 서로 영향을 미치도록, 유기적으로 설계하고자 노력했다.

정환경 붉은사막 총괄PD는 "과거 차세대 MMO라고 게임을 소개했는데, 장르를 변경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제작진이 가장 원하고 가장 표현하고 싶은 것을 생각했을 때, 전형적인 MMORPG 방식보다는 이용자가 싱글 플레이와 함께 오픈월드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료, 친구와 게임을 하고 싶다면 선택적으로 커뮤니티 요소를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장르 변화의 목적이 올해의 게임상(GOTY)을 받기 위해서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국 게임 업계는 그간 유독 GOTY를 수상하지 못했는데, 업계에서는 이것이 북미·유럽 이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양 이용자는 짜임새 있는 줄거리, 개성 강한 게임을 다양한 콘솔로 즐기기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정 PD는 "물론 GOTY를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장르 변경의) 가장 큰 목적은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며 "MMORPG라는 장르로 게임에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 넓은 시장과 이용자에게 사랑받고자 고심한 결과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게임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한 번에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성우 PD는 "이용자는 붉은 사막의 세계에서 살며 직접 탐험해볼 수 있다. 거대한 용병단을 꾸려 세계를 정복할 수도 있고, 세계 안에서 작은 삶을 꾸릴수도 있다"며 "마을 안의 농부 A씨가 있다고 한다면, 그 농부의 밭일을 하고 일을 마치면 술을 한 잔 마시는 하루 생활을 구현했다. 이용자는 여기에 끼어들어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붉은사막 게임 플레이 소개 영상 / 펄어비스

이하는 정환경 PD, 이성우 PD, 채효석 액션디렉터와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이다.

정환경 PD / 오시영 기자
정환경 PD / 오시영 기자
붉은사막에는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도 총괄프로듀서 역할로 참여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참여하는지 알려달라.

정환경 PD 프로젝트가 기획서 단계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포괄적으로 감독한다. 게임엔진 같은 기술적인 부분이나 아트, 게임 기획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다양한 부분에서 함께 일한다. TGA에서 선보였던 영상도 김대일 의장이 직접 편집한 것이다.

채효석 액션 디렉터 김 의장은 액션 부문에서도 타격감, 모션부터 사운드를 통해 이용자가 느끼게될 감정선까지도 자세히 설계한다.

붉은사막의 개발 방향과 이 게임이 개발팀에 어떤 의미인지 알려달라.

정환경 PD 어느 한 방향에 집중한다기보다는 액션, 전투, 오픈월드, 탐험, 멀티플레이 등 전부 다 종합해서 붉은사막이라는 세계를 꽉 채우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성적을 내서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한 검은사막의 뒤를 잇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사막’ 타이틀에 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기존 작품보다 더 큰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TGA에서 공개한 영상을 보면 레슬링과 태권도 등 격투술을 활용하는 것 같다. 모션캡쳐를 활용한 것인가.

채효석 디렉터 영상에서 사용하는 무술은 태권도와 레슬링이 맞다. 영상에서는 720도 발차기를 모션 캡쳐 방식으로 구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태권도 국가대표의 1호 제자나 실제 레슬링 선수를 모셔서 동작을 캡쳐했다. 이 외에도 오락실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레슬링 게임 등 다양한 요소를 참고한다.

붉은사막에서 다루는 용병의 전투는 ‘막싸움’이다. 살기 위해서 급하면 급한대로 주먹, 꺾기 등 다양한 체술을 이용해 전투해야 한다. 이용자가 이런 부분에서 처절함을 느끼도록 설계했다.

기존 게임에 등장하는 사제, 마법사 같은 분야의 액션은 없나.

정환경 PD 붉은사막에서는 전형적인 표현을 활용하기보다 색다르게 표현하고자 한다. 기존 게임의 마법진, 마나 같은 개념을 도입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해석했다.

이성우 PD 마법이라고하면 맥더프가 전기의 힘을 받아 검에 두르는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고대의 기술일 수도 있고 붉은 사막 세계의 연금술일 수도 있다.

이성우 PD / 오시영 기자
이성우 PD / 오시영 기자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자체 개발한 신형 엔진을 바탕으로 만드는 게임이다. 자체 개발 엔진을 활용할 때 장점은 무엇인가.

정환경 PD 최적화 걱정이 거의 없다. 내부 엔진을 활용하면서 최적화 작업을 이미 많이 해봤다. 상용 엔진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할 때 장점이라고 한다면, 개발팀이 원하는 기능, 표현, 연출을 바로 이야기해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훨씬 빠르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채효석 디렉터 프로그래머에게 가서 어떤 기술을 넣고 싶다고 말하면, 곧바로 만들어주겠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다. 자체 개발 엔진을 활용하는 것은 장점만 있지 단점은 없다.

이성우 PD 게임 업계에 새 기술이 나왔을 때 펄어비스의 엔진에 집어넣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 장점이다.

모바일이 아니라 PC·콘솔 플랫폼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출시 1년 남았는데 테스트 계획 있나.

이성우 PD 모바일 플랫폼에서 붉은사막의 방대한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최적의 플랫폼을 선택했다.

정환경 PD 게임이 내부 개발 단계에 있으므로, 테스트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다.

차세대 콘솔기기를 지원하나. 이전 세대 기기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나.

정환경 PD 개발팀도 차세대 콘솔기기 스펙을 관심있게 지켜본다. 하위호환의 경우,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만 최대한 많은 이용자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기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개발 중이다.

최근 출시한 트리플A급 게임 중 일부는 출시 전 공개한 영상과 비교하면 실제 게임 내용이 기대에 못미쳐 비판받는 경우가 있었다. 붉은 사막은 어떤가.

정환경 PD 펄어비스는 늘 트레일러 영상과 실제 인게임 퀄리티의 차이를 내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는 유지할 계획이다.

이성우 PD 최적화를 진행하면 오히려 영상보다 퀄리티가 더 올라가기도 한다.

기둥 속으로 들어가는 주인공 맥더프의 모습 / 오시영 기자
기둥 속으로 들어가는 주인공 맥더프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소개 영상에서는 기둥 사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있다. 포털 같은 요소인가.

이성우 PD 해당 장면은 시간의 던전 콘텐츠를 소개한 것이다. 주인공 맥더프가 새로운 시간 영역에 들어가서 고대의 이야기와 비밀을 풀게 된다. 수수께끼를 풀면 새 지식 능력과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출시일까지 1년 정도 기간이 남았는데 무엇을 집중해서 개발할 생각인가.

채효석 디렉터 TGA에서 공개한 소개 영상을 보고 전투가 좀 어지럽다는 피드백을 주시는 분이 많았다. 이런 부분을 계속 개선하는 중이다. 펄어비스는 나름대로 액션 철학을 보유한 회사다. 그런데 이 철학을 고수한다기보다는 더 많은 의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갈 예정이다.

액션은 공개 영상을 보면 은근히 튀는 부분이 많다. 아직 개발중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액션은 걱정말아주셨으면, 더 세려되고 검은사막과 다른 액션 준비해놨다. 기대해주셨으면 오히려 좀 아쉽다. 영상에서 잘린게 너무 많아서

정환경 PD 남은 기간 개발팀이 생각했던, ‘어디에 가도 모험과 설렘이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이런 요소만 보고도 게임 이용자가 만족할 정도로 유기적으로 잘 설계해서 채우는 것이 1년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