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탈중앙화 금융(Defi,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면 블록체인 기술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가 기존 금융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먼 미래에 기존 금융이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부분의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충족시켜야 할 부분도 남아 있어 실제 디파이가 금융의 중심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국내 디파이 분야 전문가들은 조선미디어그룹 기술 전문매체 IT조선이 온라인으로 주최한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0’에서 "디파이는 이미 대세다"라며 이 같이 예견했다.

(왼쪽부터) 이준행 스트리미(고팍스) 대표와 박도현 바이프로스트 대표,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 남두완 메이커다오 한국지부 대표, 유주용 두나무 DXM 이사, 안다미 컨센시스 한국지부(퓨처센스) 총괄이 토론하고 있다. / IT조선
(왼쪽부터) 이준행 스트리미(고팍스) 대표와 박도현 바이프로스트 대표,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 남두완 메이커다오 한국지부 대표, 유주용 두나무 DXM 이사, 안다미 컨센시스 한국지부(퓨처센스) 총괄이 토론하고 있다. / IT조선
이준행 스트리미(고팍스) 대표가 좌장을 맡은 ‘탈중앙화 금융과 디지털화폐’ 세션에는 박도현 바이프로스트 대표와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 남두완 메이커다오 한국지부 대표, 유주용 두나무 DXM 이사, 안다미 컨센시스 한국지부(퓨처센스) 총괄이 ‘올해 디파이 열풍과 내년도 디파이 발전 방향’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2020년의 디파이, 확실한 대세로 자리매김"

이날 행사에 참가한 패널들은 디파이 시장을 올해 블록체인 시장의 꽃으로 평가했다. 세계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허덕이는 가운데 디파이 시장 만큼은 생기가 돌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가상자산 통계 사이트 디파이펄스(DefiPulse)에 따르면 디파이 시장 규모는 8월 기준 약 5조원을 넘어섰다. 블록체인 서비스에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자체 코인을 이자로 보상하는 방식이 주효했다.

안다미 컨센시스 한국지부(퓨처센스) 총괄은 "디파이는 단순 유행이 아니라 점차 성장하는 금융 시장이다"라며 "1~2년 전과 비교하면 디파이 시장 내 자산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고 말했다.

박도현 바이프로스트 대표도 "디파이는 블록체인이 금융 시장에 가져오는 혁신의 시작이다"라며 "기존 금융이 해결하지 못한 것을 블록체인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디파이가 기존 중앙화 금융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박 대표는 라임 사태를 예로 들며 "디파이는 금융 업계에서 일어나는 모럴해저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가고 이를 고객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폰지 사기 등 금융 사기는 100년 이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태를 디파이가 해결한다면 투자자들은 열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파이 성장 가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아직은 실험 단계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주용 두나무 DXM 이사는 디파이 시장을 두고 ‘성장 가능성이 많은 분야’라고 평가하며 "다른 자산 대비 여전히 작은 규모지만, 성장 가능성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대중화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라며 "사기와 같은 악용 사례가 걸러져야 모두가 진정성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디파이 서비스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는 올해를 ‘실험의 해’로 정의했다. 그는 "아직 디파이 실험이 시작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본다"며 인터넷 성장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사용자들은 과거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꼬박꼬박 비용을 내왔다"며 "지금은 페이스북과 같은 대안 인프라가 나오면서 빠르게 소통하고 있다. 블록체인도 기존 네트워크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금융 산업에서 활용하게 되는 계기가 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두완 메이커다오 한국지부 대표는 디파이가 대세이긴 하지만 문제점 역시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올해 디파이 시장이 성장하면서 해킹을 비롯한 부작용 사례도 많이 포착됐다"며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어느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파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실제 전문가들은 이날 디파이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주용 두나무 DXM 이사는 기존 금융이 구현할 수 없던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존 금융의 문제를 색다른 형태로 해결한다면 승산이 있다"며 "현실 세계에서 유동적이지 못한 자산을 믿을 만한 독립 기관이 토큰화하고 탈중앙화 거래소에 옮겨놓는다면 새로운 사용자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남두완 메이커다오 한국지부 대표는 중앙화와 탈중앙화 성격의 융합을 언급했다. 그는 "디파이가 성장하면 성장할 수록 ‘탈중앙화’ 성격과는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중앙화와 탈중앙화 성격을 잘 조율해야만 시장이 건강하게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파이의 효율성과 기존 중앙화 금융의 접근성을 합한 서비스를 선보인다면 보다 생태계가 풍부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안다미 컨센시스(퓨처센스) 한국지부 총괄은 기술·제도적 측면이 모두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총괄은 "보안성뿐 아니라 스마트컨트랙트의 취약성 부문에서 기술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제도적으로는 규제당국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도 제도 완화를 외쳤다. 그는 "현재는 개인 투자자 위주로 흘러가는 시장이지만, 제도만 완화된다면 기관 자금이 디파이 시장으로 흐를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와 함께 디파이의 기술적·서비스적 결함 및 현상이 보완된다면 금상첨화다"라고 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