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 이어 전장까지 전기차 생태계서 승부수
LG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전기차’가 급부상했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행보가 전기차에 맞춰졌다. 전기차 생태계 전반에 걸쳐 LG의 움직임에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신설법인 설립가 관련 "합작법인은 LG전자의 뛰어난 제조기술력과 마그나의 풍부한 경험,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물론 양사 모두 자동차 부품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마그나는 1959년에 설립, 2019년 매출 기준 세계 3위의 대형 자동차 부품회사다. 특히 마그나는 내연기관 파워트레인과 섀시, 사륜구동 시스템 등 자동차 구동부품에서 강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1년 슈타이어를 인수, 오스트리아 공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주요 제조사들의 완성차를 위탁생산할 정도로 제조력도 뛰어나다.
신설법인에 합류하는 LG전자 VS본부 내 그린사업은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핵심부품에 대한 기술력 및 제조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린사업은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모터, 인버터, 차량 충전기는 물론 구동시스템(모터, 인버터, 감속기가 모듈화된 제품) 등의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해왔다.
박재용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마그나가 전통적으로 북미 자동차 업계에서 파워트레인 분야에 강세를 띄는데다 독일 자동차 산업에서도 구동 분야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라며 "이번 신설법인 설립 결정으로 LG가 e-파워트레인 분야에서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분사 및 전장사업 강화 ‘속도전'
구광모 LG 회장의 ‘전기차 사랑'은 그룹 내부에서도 유명하다. LG화학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에 오른 것도 구광모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기반이 됐다. 배터리 등 전기차 분야 관련 이슈는 세세한 사안까지 구 회장이 직접 챙긴다는 것이 그룹 내 관계자 전언이다.
이달초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즈의 출범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은 지난 9월 17일 이사회를 열고 회사 내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결의했다. LG화학은 신설법인을 2024년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신설법인의 2020년 예상 매출액은 13조원 수준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초격차 실현을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회사는 올해 중국서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테슬라를 겨냥해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공급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새해부터 니켈 비중을 높인 4원재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배터리를 2021년 상용화, 테슬라와 GM 등에 공급하기로 했다. 2019년 말 GM과 LG화학이 각각 1조원을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도 든든한 미래 먹거리다. 미래 전기차 배터리 분야를 겨냥한 질적·물적 성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전동화 분야에서 LG그룹은 이미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LG전자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LG디스플레이 제품이 들어간다. LG이노텍은 자동차용 모터와 LED 헤드램프를 생산한다.
증권업계에서는 LG그룹의 친환경차 행보가 LG전자 VS본부의 흑자전환을 이끌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하이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LG전자 VS 부문이 2021년 3분기 이후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수주한 전기차 구동계 부품 매출이 2021년으로 연결되면 VS 부문의 매출 고성장 및 흑자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