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건강한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체육 등 식물성 식품을 개발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내년부터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란 기대다. 업계는 제품을 다양화하는 한편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며 몸집을 키운다.

대체육 시장 기대감하반기 투자 소식 ‘속속’

23일 업계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육 개발 스타트업 디보션푸드는 총 50억원 규모로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종료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3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삼성벤처투자, 퀀텀벤처스코리아 등이 참여했다.

고도화된 대체육을 연구해온 디보션푸드는 대형 식품 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다양한 형태로 선보일 계획이다. 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는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 데다 대량 생산 라인에 대한 연구 개발도 끝냈다"며 "내년 상반기 목표로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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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식품을 개발하는 바이오믹스테크도 최근 에이티넘파트너스와 알토스벤처스, 오티엄캐피탈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바이오믹스테크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을 비롯해 설탕, 밀가루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연말부터 비건 제육볶음과 육포 등으로 제품군을 늘려나가고 내년에는 미국과 중동 등지에 제품을 수출할 계획이다.

업계는 친환경, 채식주의 등을 추구하는 가치소비 현상이 퍼지면서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잠재력이 커졌다고 평가한다. 오준석 에이티넘파트너스 상무는 "대체육 시장은 향후 10년 내 180조원의 세계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경오염과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韓 스타트업, 해외 시장 넘본다

실제 미국 등 해외에선 관련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민간기구 굿푸드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식물성 대체육 매출은 2017년 대비 38% 늘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육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요가 더욱 증가했다. 대표 기업인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은 생산설비를 확장하며 대응했다.

국내에서도 식물성 식품 산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데다 롯데푸드, CJ제일제당, 풀무원, 동원F&B 등 식품 업계가 앞다퉈 뛰어들면서 시장이 확장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외식산업 흐름을 전망하는 핵심어 중 하나로 ‘진화하는 그린슈머(소비자가 친환경 포장재 사용, 대체육 소비, 채식주의 등을 추구하는 현상)’를 선정했다.

주요 스타트업들은 기술력을 내세워 국내와 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식물성 고기 언리미티를 생산하는 지구인컴퍼니는 현재 홍콩, 중국, 미국 등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햄버거 패티 외에도 슬라이스 형태 등으로 제품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순식물성 마요네즈, 식물성 대체우유 등을 개발한 더플랜잇은 향후 라이센스 아웃(기술 수출)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건강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비건 카테고리가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대체육에 대한 관심도 지난해보다 많이 늘었다"며 "해외 발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미래 먹거리 사업 되려면

다만 국내 식물성 식품 시장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와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또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 기술 개발에서 사업화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재식 더플랜잇 대표는 "대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신규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주류는 아니다"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품을 내는 한편 기대에 부합하는 품질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식품 현황과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 제품생산, 마케팅, 규제이슈 해결을 위한 협업이 필수적이다"며 "국내 대체식품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참여자들이 협업·상생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