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앱 사업자 1·2위 딜리버리히어로에스이(요기요·배달통 운영사)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4조70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이 ‘6개월 안 요기요 매각’라는 조건부로 승인됐다. 업계는 이번 조건부 승인에 관해 온라인 플랫폼시장의 공정·경쟁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에스이가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주식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딜러버리히어로는 요기요와 배달통 운영사로 우아한형제를 합병하면, 2019년 거래 금액 기준 시장 점유율이 99.2%에 이른다.

 딜러버리히어로에스이와 요기요의 합병 간단 개요. /공정거래위원회
딜러버리히어로에스이와 요기요의 합병 간단 개요.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음식점, 소비자, 라이더(배달원) 등 배달앱 플랫폼이 매개하는 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며 "딜러버리히어로의 요기요 지분 전부 매각 조치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두 기업의 합병으로 기업 간 경쟁이 사라져 소비자 혜택 감소와 음식점 수수료 인상 등 사실상 ‘시장 제한’이라는 것을 인정한 강한 조치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신규진입자 가능성 등 충분한 경쟁 압력이 존재하고, 합병으로 사업효율이 늘어날 것"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객관적 근거로) 충분한 시장 경쟁 압박도 아니고, 사업효율 증대 효과도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실제 과거 5년간 5%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경쟁 배달앱이 없었다.

공정위는 합병을 통한 시장 지배력도 우려했다. 공정위는 "합병회사 배달앱을 통한 음식점 매출비중이 상당할 전망이다"라며 "수수료 인상에도 (경쟁이 없어) 합병회사 배달앱을 계속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또 매각대상 요기요에 관해 "서비스 품질 등 경쟁력 저하를 막고 자산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요기요는 타 합병회사와 분리·독립 운영하고, 실질 수수료율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 각 배달앱 프로모션 차등 진행을 통한 차별 대우, 정보자산 이전 및 공유도 금지된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는 P2P 측면에서 경쟁자 인수, P2B 측면에서 음식점 수수료 인상, P2C 측면에서 노출순위 조정 등 플랫폼 주요 경쟁이슈가 모두 포함됐다"며 "배달대행과 공유주방 등 연관시장으로 지배력 전이 가능성도 컸다는 점에서 경쟁법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번 결정이 디지털 경제 역동성을 외면한 시대를 역행하는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