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곧 배터리 호황으로 이어진다. 세계 각국이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급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IT조선은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 K배터리 간 소송전, 전기차 화재에 따른 배터리 결함 의혹 등 2020년 경자년 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뒤흔든 5대 뉴스를 선정, 한 해 배터리 업계를 되돌아봤다.
중국 전기차 보조금 제도 2년 연장
중국 정부는 그동안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줬다. 현대자동차도 한 대당 4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 중국 출시 전기차에 중국업체 CATL의 배터리를 썼다. 보조금 정책 폐지가 한국 배터리 업계에는 차라리 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2019년 12월 배터리 보조금 화이트 리스트로 불리는 ‘신재생에너지차 보급응용추천 목록'에 한국 기업이 배터리를 납품하는 모델을 포함했다. 중국이라는 거대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 연장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해외 업체에 대한 보조금 차별이 완화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K배터리는 중국 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LG에너지솔루션 vs SK이노베이션 ‘세기의 소송’
먼저 웃은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미국 ITC는 2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국내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관련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도 서울중앙지법은 8월 27일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양사의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판결은 코로나19 확산과 미국 현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ITC는 10월 5일로 예정된 최초 판결일은 10월 26일→12월 10일→2021년 2월 10일로 잇따라 변경했다. 배터리 업계는 최종판결이 지연돼 양사의 합의 가능성이 다시 열렸지만,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이어져 K배터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이목 집중된 9월 22일 테슬라 ‘배터리 데이’
결과적으로 배터리 업계에서는 ‘소문난 잔치(배터리 데이 행사)에 먹을 것이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머스크 CEO는 주행거리가 16% 늘어나는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고, 18개월 뒤에는 배터리 가격을 절반 이상 줄여 2000만원대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를 테슬라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서 언급한 ‘반값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이 배터리는 ‘46800(지름 46㎜ x 높이 80㎜)’ 원통형 배터리로 기존 21700(21㎜ x 70㎜) 대비 에너지밀도 5배, 출력 6배, 주행거리 16% 늘어난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한 적 없는 삼성SDI도 46800 배터리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받는다.
LG화학 배터리 부문,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재탄생
초대 CEO로 선임된 김종현 대표(사장)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회사를 확고한 1위로 올려놓는 여정에 돌입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주 물량을 공격적으로 확보해 2024년 이 회사를 매출 30조원으로 성장 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 자금 유치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를 이르면 2021년 하반기, 늦으면 2022년 상반기 마무리 할 예정이다.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증시 상장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나EV 화재 ‘배터리 결함’ 의혹
현대차 코나EV, GM의 쉐보레 볼트EV에 화재가 발생했고, 독일 BMW와 미국 포드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도 화재 가능성이 발견돼 리콜에 들어갔다. 코나EV와 볼트EV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BMW와 포드의 PHEV 차량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적용됐다.
국토교통부는 코나EV 화재 원인을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추정했지만 명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팀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조사 중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