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샤오미도 한배를 탔다. 애플이 쏘아 올린 충전기 어댑터 제외를 통한 가격 인상 논란 관련이다.

애플은 10월 아이폰12 시리즈를 공개하며 충전기 어댑터를 구성품에서 제외했다. 당시만 해도 애플만의 행보로 보였다. 삼성전자 라틴아메리카 법인이 10월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갤럭시는 충전기를 제공한다"는 글과 함께 충전기 사진을 올려 애플을 조롱(?)했을 당시만해도 그랬었다. 당차 보였던 트위터는 삼성전자가 새해 1월 선보이는 갤럭시S21 시리즈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제외하면서 무색해졌다.

후발주자도 참여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느낌이다. 화웨이는 최근 무선 헤드폰 사용자에게 충전기 제외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스마트폰으로까지 제품군을 확대해 충전기를 제외할 것으로 업계는 의심한다. 같은 설문조사를 한 차례 진행한 후 애플이 아이폰12 시리즈에서 충전기를 제외해서다. 그리고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대표하는 샤오미마저 슬그머니 손을 얹었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환경 보호’를 이유로 들었다. 중국에서 출시되는 미11 박스 구성품에서 충전기 어댑터를 제외한다고 28일 발표했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열린 미11 공개(언팩) 행사에서 충전기를 포함하더라도 구성품 가격이 같다고 설명하는 모습. / 유튜브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열린 미11 공개(언팩) 행사에서 충전기를 포함하더라도 구성품 가격이 같다고 설명하는 모습. / 유튜브
소비자는 찜찜하다. 기존에 쓰던 충전기를 쓰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소비자는 의심의 눈초리다. 환경 보호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원가 절감을 위해 충전기를 제외하는 것이란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제조사별 충전기 원가는 3달러 내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전망한 애플의 새해 스마트폰 예상 출하량(2억3000만대)을 적용하면 한해에만 6억9000만달러(7545억원)를 절감할 수 있다. 구성품 박스 무게가 줄면 배송 조달 과정에서 각종 비용도 낮아진다.

삼성전자는 새해 2억7510만대 스마트폰 출하량이 예상된다. 최소 8억2530만달러(9024억원)를 절감한다. 샤오미의 경우 올해 대비 새해 28%나 증가한 출하량을 보일 예정이기에 절감폭은 더 크다. 1억9810만대 출하량을 가정하면 새해 5억9430만달러(6498억원)를 아낄 수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진정 환경 보호를 위한다면 다른 행보를 보여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애플은 아이폰 충전시 USB-C 라이트닝 케이블을 지원한다. 독자 규격인 탓에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 충전기와 호환이 되지 않는다. 만약 다른 제조사와 통용 규격을 맞추기만 해도 아이폰용 충전기를 추가로 사는 비용이 줄 수 있다.

샤오미도 실상 충전기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무료임을 강조해 문제 소지가 있다. 샤오미는 충전기 없는 미11 구성품을 내놓으면서 충전기를 요구하는 소비자에게는 추가 비용 없이 충전기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충전기를 포함한 구성품과 그렇지 않은 구성품을 같은 가격에 내놓았다는 것은 충전기 비용이 해당 구성품들에 나눠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공짜 점심은 없다’며 시장 경제에서 모든 대가에는 비용이 발생함을 강조했다.

제조사들은 순수히 ‘환경보호’ 취지라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원가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매년 치솟는 스마트폰 가격을 보면 소비자는 불신을 도저히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