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그간의 부진에 털어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작 대비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내놨다. 퀄컴의 AP 대비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에서 혹평을 들어 왔지만, 신제품이 전작 대비 40% 향상된 GPU 성능을 지원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AP 신제품 공개(언팩) 행사를 개최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시리즈는 그동안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자체 개발한 몽구스 코어를 기반으로 엑시노스 시리즈를 만들었지만, 경쟁 제품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 대비 성능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스마트폰 사업부는 지난해 국내에서 출시된 갤럭시S20과 갤럭시노트20에 엑시노스 시리즈 대신 퀄컴의 스냅드래곤865를 탑재하기도 했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영상 시청과 게이밍, 인공지능(AI) 기능이 부각되면서 퀄컴 대비 GPU 성능에서 아쉬움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엑시노스2100이 공개되기도 전인 지난달, 퀄컴 플래그십 AP인 스냅드래곤888과의 비교에서 GPU 성능을 우려하는 업계 시선이 적지 않던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부진을 만회하려는 듯 엑시노스2100에 몽구스 코어 대신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레퍼런스 코어를 도입했다. 2.9기가헤르츠(㎓)의 고클럭 ARM 코어텍스-X1 1개와 코어텍스-A78 3개, 저전력 코어텍스-A55 4개를 탑재해 CPU 성능에서 이전 모델 대비 30% 이상의 성능 향상을 기록했다. 또 ARM의 최신 GPU인 말리-G78을 탑재해 전작 대비 GPU 성능을 40% 끌어올렸다.
퀄컴의 스냅드래곤888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5㎚ 공정으로 생산된 모바일용 AP다. 5G 통합칩에 2.84㎓ 클럭의 ARM 코어텍스-X1 1개와 2.42㎓의 코어텍스-A78 3개, 1.8㎓의 저전력 코어텍스-A55 4개를 탑재했다. 단순 스펙만 보면 엑시노스2100과 같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엑시노스 2100에 최첨단 EUV 공정과 최신 설계 기술을 적용해 이전 모델보다 강력한 성능과 한 단계 향상된 인공지능(AI) 기능을 구현했다"며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모바일 AP 혁신으로 프리미엄 모바일 기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100을 기점으로 시스템LSI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앞서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는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사업 확대로 새해 시장 회복세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년 엑시노스 시리즈에는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인 AMD와의 협력 결과물도 내놓을 예정이다.
강 사장은 "GPU 성능을 향상하고자 AMD와 협력하고 있다"며 "차기 엑시노스 AP엔 더 뛰어난 성능의 GPU를 탑재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