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핀테크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금융 서비스 중심이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핀테크 기업 성장에도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총 공모액은 7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해 4조7000억원 규모에서 65% 늘어난 수준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서 넘어온 물량으로 올해 초 매우 많은 기업이 신규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역대급 공모 규모가 예상되며 향후 상장이 기대되는 대어급 명단을 놓고 보면 8조원의 전망치는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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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IPO 시장을 이끌 주요 산업 중 하나는 핀테크다. 디지털 전환 흐름에 따라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등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

우선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페이가 IPO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심사 청구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상장이 유력하다. 카카오페이는 IPO에 성공하면 자금을 신사업 확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증권사를 인수한 데 이어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에 나섰다.

금융 플랫폼 등을 제공하는 핑거는 이달 말 상장 예정이다. 이번에 공모하는 주식은 총 130만주다. 희망공모가액은 1만3000~1만5000원이다. 공모금액은 169억~195억원이다. 자금은 수수료 사업과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 신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핑거는 올해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에 도전한다.

웹케시 계열사인 쿠콘도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161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쿠콘은 올해 상장을 마무리하고 정보 비즈니스 전문 기업으로서 입지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핀테크 기업의 올해 공모 흥행에도 관심이 쏠린다. 웹케시가 2019년 핀테크 기업 최초로 상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IPO 시장에 핀테크 기업이 등장하지 않아 흥행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기 때문에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성장세가 가시화된데다 카카오페이 등이 눈길을 끌면서 올해 IPO 시장에서 핀테크 영향력은 보다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수익성 입증은 과제다"고 했다.

핀테크 기업의 상장 열기는 미국에서도 나타난다. 선구매·후지불(BNPL) 서비스 핀테크 기업 어펌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첫날인 13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98%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PO 시장에 역대급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니콘 핀테크 기업인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 등도 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업체 피치북은 "업력과 투자 유치 성과에도 불구하고 작년에는 비교적 적은 수의 핀테크 기업들이 IPO를 추진했다"며 "하지만 기업들은 이제 나갈 준비가 됐고 올해는 엑시트 시장에서 기록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